하루아침에 ‘요새’ 돼버린 김정은 숙소 ‘세인트리지스’… 구르카용병+방탄경호단

입력:2018-06-10 14:47
수정:2018-06-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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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 입국할 예정인 가운데 10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 앞에 경비가 강화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인 싱가포르 세인트 리지스 호텔은 하루아침에 요새로 탈바꿈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10일 오전부터 호텔 앞을 지나는 일방통행로 중 호텔 진입이 가능한 4차로를 통째로 막고 지나는 모든 차량을 검색했다.

경찰 인력은 대폭 증원됐으며 군용 산탄총과 자동소총을 든 네팔 구르카족 용병 출신 무장병력과 중무장 장갑차까지 눈에 띄었다. 호텔 안을 쉽게 볼 수 없도록 장막을 치고 고성능 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됐다.

세인트 리지스 호텔은 9일까지만 해도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투숙객은 물론 취재진이 호텔 로비까지 진입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느슨하던 분위기는 김 위원장 도착 당일인 10일 아침부터 급변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호텔 진입로에 검문소와 차단기를 설치했다. 택시 등 일반 투숙객을 태운 차량도 예외 없이 탑승자 전원을 내리게 하고 검색을 실시했다. 호텔 로비에는 엑스레이 검색 장비와 휴대용 금속 탐지기를 든 인력이 배치됐다.

국내·외 취재진을 대하는 경비원의 태도도 훨씬 엄격해졌다. 전날까지 호텔 로비에서 30m쯤 떨어진 곳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은 100여m 떨어진 길 건너편으로 쫓겨났다. 경비원들은 호텔에 들어가려는 모든 사람에게 소속과 방문 목적을 물었다. 언론사 관계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출입을 금지했다.


호텔 앞 인도 통행까지는 제지하지 않았지만 카메라를 호텔 방향으로 돌리자마자 곧장 달려와 막았다. 백인 관광객 가족이 신기한 듯 입구를 유심히 들여다보자 경비원이 손을 저으며 “보지 말고 가던 길 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호텔 외곽은 싱가포르 경찰과 구르카족 용병이, 호텔 내부는 김 위원장을 바로 곁에서 지키는 ‘방탄 경호단’이 맡는 것으로 보인다. 구르카족 용병 역시 일부는 호텔 안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는 검은색 정장을 입었던 방탄 경호단은 싱가포르의 더운 기후를 감안한 듯 저고리 없이 긴팔 흰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 차림이었다.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인 듯 가슴에 김일성·김정일 초상휘장을 달지는 않았지만 건장한 체격에 짧게 자른 머리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방탄 경호단 3~4명과 정장 차림의 북한 관계자, 싱가포르 경찰이 호텔 입구에 서서 뭔가를 논의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세인트 리지스에서 600m쯤 떨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 샹그릴라 호텔도 본격적으로 손님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샹그릴라 호텔 연회장인 그랜드볼룸에는 북·미 정상회담 관련 행사가 예정된 듯 장막이 설치됐다. 판문점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막판 협상을 진행한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가 로비에서 바쁘게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계 상태는 김 위원장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에 비해 한결 느슨했다. 샹그릴라 호텔은 이날 오후까지도 별다른 검문검색 없이 로비 안까지 자유롭게 진입이 가능했다. 세인트 리지스에서 검문검색 작업이 본격화된 바로 그 시각, 샹그릴라에서는 검문소는커녕 바리케이드 설치조차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 검문소 설치’ ‘6월 10~14일 교통정체 예상’ ‘감속 및 정차 준비’ 등의 경고 표지판만 눈에 띄었다. 대로변에 바짝 붙은 세인트 리지스와 달리 샹그릴라는 비교적 외진 곳에 위치한 점도 경계수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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