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영국이 T-50을 훈련기로 구매한다'고? .. 그렇지 않다
사소한 정보 제공도 수출예비허가에 해당
[서울경제]
‘영국이 T-50을 산다’는 소식이 나왔다.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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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진짜 원하는 기종은 미 공군 고등훈련기용으로 제안된 T-50A라는 분석도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이 대량(138대) 운용할 F-35B 전투기의 계기판과 유사하게 제작된 T-50A의 아날로그 계기판 때문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여전히 생산 중인 호크기 시리즈 중에서 가장 최신형인 ‘HAWK ADVANCED’ 기체가 2년 전 비슷한 계기판을 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답은 무엇일까. 제목과 문서 형식에서 엿볼 수 있다. 우선 ‘수출예비승인’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구매자가 관심을 보이며 정보를 요구할 경우, 기술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를 비롯해 시범 비행 비용 처리까지 근거가 붙는데 그게 수출예비승인이다. 방위사업법 제57조는 ‘주요방산물자 및 국방과학기술의 수출허가를 받기 전에 수출상담을 하고자 하는 자는 국방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방위사업청장의 수출예비승인을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소해 보이는 정보 제공까지 수출예비승인을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 제목에서 보는 것처럼 영국이 원하는 것은 T-50이 아니라 FA-50이다. 고등훈련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영국은 T-50의 초음속 기능을 높게 평가하며 자국산 고등훈련기 또는 현용전투기 조종사들의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관련 건이 성사돼 수출로 직결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물량 역시 매우 작다. 영국의 희망 수량은 1개 편대 이하의 소량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T-50은 3~4개 다른 기종과 경합 중이다.
문서 하나에 관심이 증폭되는 배경에는 T-50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겠지만 사실보다는 추론이 난무하는 분위기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훈련기 시장을 석권한다’는 그림은 쉽게 깨질 수 있는 유리잔에 그려지는 허상일 뿐이다. 그래도 소득은 있다. 비록 소량이라도 영국과 같은 항공 선진국에 다양한 용도로 다가설 수 있는 항공기를 국내 개발했다는 의미를 재확인했으니까.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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