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필 프리티> 영화 포스터

▲ <아이 필 프리티> 영화 포스터 ⓒ (주)퍼스트런,씨나몬(주)홈초이스


명품 화장품 브랜드 '릴리 르클레어'의 온라인 부서에 근무하는 르네(에이미 슈머 분)는 친구들에겐 매력만점이지만, 통통한 몸매와 평범한 외모가 불만이다.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하여 헬스사이클을 타다가 실수로 머리를 부딪혀서 의식을 잃는다. 잠시 후 깨어난 르네는 자신이 엄청난 미녀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진다. 매사에 소심했던 르네는 자신감이 폭발하고 꿈꾸던 직장, 멋진 남자친구 등 원했던 바를 하나씩 성취하기 시작한다. 

오늘날 사회적 경쟁력으로 외모가 중요하다는 가치관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퍼졌다.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IT가 발달하면서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는 과거보다 더욱 커졌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새파이어는 '루키즘(lookism)'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용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인생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지나치게 집착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영화 <아이 필 프리티>는 르네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한다. 르네와 친구들은 데이트 웹사이트에 사진을 올려도 반응을 얻질 못한다. 속옷차림으로 거울 앞에 선 르네는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며 슬픔에 빠진다. 그녀가 일하는 지하의 외진 사무실은 곧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의 고정 관념으로 인해 소외된 현실을 상징한다. 르네는 자신의 처지가 "이제 신물이 난다"고 한탄한다.

<아이 필 프리티> 영화의 한 장면

▲ <아이 필 프리티> 영화의 한 장면 ⓒ (주)퍼스트런,씨나몬(주)홈초이스


도시의 신데렐라가 되길 원하는 르네에게 영화는 '변신'이란 마법을 선물한다. 착각의 늪일지라도 변신으로 거듭난 르네의 이야기는 오디션에서 계속 물먹던 남자 배우가 여장하고 승승장구하는 <투씨>, 최면요법으로 여성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남자의 사연인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딸과 엄마가 외모가 바뀌는 <프리키 프라이데이>, 어느 날 꿈에서 그리던 멋진 여성의 삶을 얻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 같은 놀라우면서 흥미진진한 '바뀜'을 소재로 한 영화의 리스트를 업데이트한다.

<아이 필 프리티>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에비 콘과 마크 실버스테인은 자신들이 어린 시절에 빠져들었던 <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두 사람은 <아이 필 프리티>에 르네가 TV로 영화를 감상하는 장면에 <빅>의 한 대목을 넣어 존경을 바쳤다. 회사 회의에서 저렴한 상품을 원하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르네의 모습은 하루아침에 어른이 된 조쉬(톰 행크스 분)가 어린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이야기하는 <빅>의 장면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아이 필 프리티>는 <빅> 또는 '바뀜'을 다룬 영화들과 뚜렷한 차이점도 보여준다. <아이 필 프리티>는 <빅>처럼 놀라운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투씨>의 분장 같은 눈속임이 없다. <아이 필 프리티>엔 르네의 얼굴이나 체형을 CG나 분장으로 바꾼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르네의 시선에서 보이는 착각 속 외모는 오롯이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에비 콘과 마크 실버스테인은 현실에서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장면은 찍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한다. 거울에 있는 그대로의 '르네'를 비추는 건 주제에 아주 어울리는 연출이다.

<아이 필 프리티> 영화의 한 장면

▲ <아이 필 프리티> 영화의 한 장면 ⓒ (주)퍼스트런,씨나몬(주)홈초이스


<아이 필 프리티>의 웃음과 활력은 대부분 르네를 맡은 배우 에이미 슈머가 만든다. 그녀는 분수대에서 예뻐지게 해달라고 소원 빌기. 명품 화장품 회사의 안내 직원으로 당당하게 면접 보기,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걸며 자연스럽게 연락처를 주기 등 착각의 늪에 빠지기 이전과 이후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한다. 에이미 슈머는 "내 마음을 가장 끌어당긴 건 <아이 필 프리티>의 메시지였다"고 밝힌다.

<아이 필 프리티>에서 르네만이 자신 또는 타인의 시선에 갇힌 존재로 나오는 건 아니다. '릴리 르클레어' 회사의 CEO로 나오는 에이버리(미셸 윌리암스 분)는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나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다. 또한, 어디서나 눈에 띄는 외모를 자랑하는 멜로리(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분)는 정작 외모로 평가받을 뿐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해 슬퍼한다. 영화는 그녀들, 그리고 관객에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조언하며 "우린 멋진 존재예요"란 메시지를 들려준다.

<아이 필 프리티>는 아름다움과 자신감을 담은 재미있는 페미니즘 우화다. 해외의 한 평자는 "<아이 필 프리티>는 <너티 프로페서>의 페미니즘 버전"이라고 했다. 영화의 메시지는 비단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 모두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버리고 불필요한 콤플렉스를 떨쳐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각자 다르게 생겼기에 개성을 지닌다. 하나하나가 소중한 존재이기에 행복을 누려야 마땅하다. 르네는 외친다. "나로 사는 게 자랑스러워요"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 에이미 슈머 미셸 윌리엄스 로리 스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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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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