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르포⑥제주] 인물 앞세운 원희룡, 강한 여당 문대림.. "뚜껑 열어봐야 안다"

제주/송기영 기자 2018. 6. 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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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원희룡만한 인물도 없지. 그런데 무소속이라...”

6·13지방선거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7일, 제주시 관덕로 동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고주환(44)씨는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돌풍이 불고 있는 육지와 달리 제주도지사 선거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여러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민주당 정당지지율이 50%에 달해, 선거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 정가 인사들과 제주도민들은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를 ‘인물 대(對) 정당의 대결’로 보고 있다. 인물에선 원 후보가 앞선다는 평가가 많지만, ‘힘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운 문 후보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양강구도 속에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 장성철 바른미래당 후보, 고은영 녹색당 후보의 추격전도 거세다.

제주시민 최순동(55)씨는 “제주에는 원 후보만한 인물이 없어 밀어주고 싶다”면서도 “제주에 여러 현안이 많아 힘있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 바닥민심 “그래도 제주도는 원희룡”

제주에서 만난 도민들은 대체로 원 후보가 지난 4년간 도정을 잘 이끌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미 행정능력은 검증이 됐다는 것이다. 일부 도민들은 ‘제주 대망론’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제주시 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수영(40)씨는 “원 후보는 이미 도지사를 했기 때문에 다음에도 잘할 것 같다”며 “원 후보가 도지사 재선에 성공하고 차기 대선도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 전통오일장에서 만난 60대 남성도 “제주도는 당보다는 인물보고 뽑는다”며 “문 후는 잘 모르겠다. 제주도 출신 중 원 후보만큼 능력있는 정치인이 없다”고 했다.

원희룡 무소속 제주도시자 후보(오른쪽)가 제주 한라대 구내식당에서 학생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송기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 측근’을 강조하는 문 후보의 선거 전략에 대한 반발심으로 원 후보를 지지한다는 도민도 있었다. 서귀포 성산에서 식당을 하는 장모(60)씨는 “얼마 전 선거운동을 하는 문 후보를 만났는데 자신을 ‘문재인 핫라인’이라고 소개하더라”며 “문 후보를 이력을 보면 문 대통령 측근으로 생각되진 않는다”고 했다. 장씨는 “문 대통령과의 인연만 강조하는 선거 운동이 별로라 원 후보에게 마음이 간다”고 했다.

택시기사 강모씨는 “민주당 후보라는 것을 제외하고 문 후보가 제주를 잘 이끌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국회의원에 도지사까지 민주당이 하면 견제가 되겠냐’는 걱정도 많이 한다”고 했다.

◆ 20~30대에선 “그래도 민주당 후보 문대림”

그러나 젊은 계층의 유권자들은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문 후보가 민주당 출신이고,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지지자들은 ‘문대림 뒤의 문재인’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한라대에서 만난 대학생 한모씨(23)는 “부모님 세대에서는 원 후보가 유명하지만, 대학생들은 잘 모른다”며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어서 문 후보를 뽑을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생 김모(22)씨 역시 “문 대통령 지지자라 문 대통령과 같은 당인 문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며 “원 후보를 지지하는 부모님도 (문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가 제주시 전통오일장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송기영 기자

제주도 경제의 큰 축이 관광산업이라는 점도 문 후보의 ‘힘있는 여당 도지사론’에 힘을 실어준다는 평가다. 자영업자 김상엽(50)씨는 “박근혜 정부 때 사드보복으로 제주도가 얼마나 힘들었냐”며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외교적으로 문제를 잘 풀어가는 것 같다. 문 후보가 도지사가 돼 문 대통령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좀더 힘 써주면 좋겠다”고 했다.

원 후보의 정책이나 정치 행보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택시기사 전모(58)씨는 “원 후보가 작년에 제주 교통혁신을 한다고 버스 중앙차선제를 시행해서 제주시 교통이 엉망이 됐다”며 “택시 기사들 중에 원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재작년에는 한참 대선에 나가냐 마냐로 본인 정치 활동만 하지 않았냐”고 따지기도 했다.

◆ 20%에 육박하는 부동층 표심은 어디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제주도민도 상당수였다. 실제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후보가 없다거나 잘 모른다고 답하는 응답자가 20%에 육박한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두 후보 간 폭로전이 이어지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회사원 양정일(40)씨는 “두 후보가 매일 싸우는 뉴스만 나오는데, 이젠 지겹다”며 “도저히 뽑을 후보가 없어 이번 투표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제주시 김녕해수욕장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33)씨 역시 “제주 토박인데, 그동안 도지사가 계속 바뀌어도 나아지는 게 없었다”며 “먹고 사는게 더 중요해 선거날에도 투표하지 않고 식당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외지인들의 경우 도지사 선거에 무관심한 경우가 많았다. 제주에 이사온 지 3년이 됐다는 이민주(33)씨는 “원 후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제주도지사를 하고 있는지는 이사오고 알았다”며 “육지에서 건너온 분들이 많은 동네에 사는데 지방선거에 다들 관심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 너무 뜨거워 만지지도 못하는 ‘제주 제2공항’

제주 성산읍의 한 도로표지판에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송기영 기자

원 후보 폭행사건까지 비화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은 오는 2025년까지 총 사업비 4조8734억원을 투입해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496만㎡의 부지에 공항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국토부가 2015년 11월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결과와 사업 예정 부지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국토부는 용역을 재검증하기로 했다.

워낙 뜨거운 이슈라 대부분 후보들은 아예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녹색당 고은영 후보만 제2공항 전면 백지화를 공약했을 뿐이다. 문 후보는 ‘원점 재검토’를 원 후보는 ‘재검증 결과 수용’의 입장을 밝혔지만, 제2공항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삼가고 있다. 김방훈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재검증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도 ‘현 제주공항 확장’과 ‘성산읍 제2공항 건설’, ‘재검토 또는 백지화’ 등의 응답이 고르게 나오고 있다. 제주시 연동에서 만난 한 시민은 “제2공항을 만들었다가 관광객이 줄면 공항 운영은 세금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야지 지나치게 관광산업에만 의존하는 정책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시민은 “제2공항을 지으면 관련 일자리도 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2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하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원 후보가 문 후보를 1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민일보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7일 오후 발표한 제주도지사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 후보는 42.7%, 문 후보는 31.7%로 조사됐다.

두 후보의 지지도 격차는 11.0%포인트로 오차범위(±3.1% 포인트)를 벗어난 크게 벗어났다. 이어 자유한국당 김방훈 후보 4.1%, 녹색당 고은영 후보 3.0%, 바른미래당 장성철 후보 0.5% 순이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5∼6일 도내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유선번호 전화면접조사 27.7%, 휴대전화 가상번호 72.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3.5%(유선 14.1%, 무선 31.5%)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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