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올해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에서 프로그래머들이 올해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 성하훈


▲2년 연속 한국영화 개막작 선정 ▲경쟁 부문 여성 감독의 약진 ▲소신 있는 행보를 이어온 정우성의 특별전 등이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부분이다. SF, 호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 영화의 축제에 영화 속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를 부각시키면서 판타스틱영화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작품 상영 외에 한국 영화산업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대안을 고민하는 토론을 마련한 것도 최근 몇 년간 주목받고 있는 부분이다.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영화산업의 고민과 거대 자본의 독과점 문제 등이 대상이다. 판타스틱 영화들이 일반적으로 상업성이 강한 만큼 급변하는 영화 제작 현장의 변화 속에서 영화 산업의 살 길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 애니메이션 <언더독> 개막작 선정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언더독>의 오성윤 감독(우측)과 이춘백 감독(가운데)

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언더독>의 오성윤 감독(우측)과 이춘백 감독(가운데) ⓒ 성하훈


올해로 22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주요 상영작과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영화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애를 많이 썼다"며 "아시아 최대 판타스틱영화 축제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올해는 53개국 290편이 상영된다. 장편 163편, 단편 127편이 상영된다. 단편 규모가 전체 상영작의 40%를 넘을 만큼 상당하다.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인 월드 인터내셔날 프리미어는 모두 91편이다.

20회부터 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부당하게 해촉된 관계자의 명예회복과 전문성과 실력 갖춘 프로그래머 구성 등을 영화제의 기조로 설정해 충실하게 가려고 했다"라며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이 자부심을 가질 만한 영화제로 300편 규모 상영 편수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충실한 프로그램을 통해 장르 마니아들에게 부응하고자 했다"라고 올해 영화제의 특징을 설명했다.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조직위원장과 최용배 집행위원장, 프로그래머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정지영 조직위원장과 최용배 집행위원장, 프로그래머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성하훈


개막작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언더독>이 선정됐다. 지난해 7호실에 이은 2년 연속 한국영화 개막작이다. 22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작 <마당을 나온 암탉> 오성윤 감독과 이춘배 감독이 6년간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이다. 배우 도경수가 <언더독>에 출연해 지난해 <7호실>에 이어 2번 연속 개막작 배우가 된 점도 특징이다. 주인에게 버려진 유기견이 세상의 버려진 개들과 만나 북쪽 방향에 있는 편안하고 아늑한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개막작은 작품성도 뛰어나야 하고 시민들도 참여해야 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여야 한다. 그래서 선정에 고심하는데, <언더독>은 작품성도 훌륭했고 개막식에 참석한 분들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데다 월드 프리미어로서 딱 우리가 원했던 개막작"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오성윤 감독은 "너무도 멋지고 좋은 영화들이 많은데, 우리가 영화제 시작을 알리게 된다는 데 대해서 영광"이라며 "영화를 제대로 만들고 있는 건지, 관객들은 어떻게 볼지 등의 고민이 많았는데, 부천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고 만장일치로 선정됐다는 이야기 듣고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막작으로는 인도영화 <시크린 슈퍼스타>가 선정됐다. 애드바이트 찬단 감독의 작품으로 최근 개봉한 <당갈>과 비슷하게 인도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힘든 현실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인도의 국민배우 아미르 칸이 출연한다.

참신하고 새로운 여성 감독들의 약진

 부천영화제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에 선정된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 한 장면

부천영화제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에 선정된 유은정 감독의 <밤의 문이 열린다> 한 장면 ⓒ 부천영화제


경쟁 부문인 '부천초이스'에서는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성범죄 폭력 범죄를 묻으려는 남성들에 대한 통쾌한 복수의 액션이 돋보이는 프랑스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리벤지>, 가정폭력을 배경으로 한 여성 복수극 <복수자>, 불의한 사건에 휘말린 후 유령이 되어 스스로 죽음의 의미를 찾는 여성의 이야기를 호러와 미스테리로 풀어낸 유은정 감독의 데뷔작 <밤의 문이 열린다> 등 여성 감독의 작품이 12편의 경쟁작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작품을 선정한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작품이 좋아서 선정한 것이나 특별히 여성감독들 작품을 경쟁에 간 의도적인 측면은 있다"면서 "신인감독들의 데뷔작이 많고 여성감독의 작품이 새롭고 참신하고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쟁작 선정에 대해 설명했다.

부천초이스 외에 SF에서 나오는 여성 전사들을 주목한 특별전인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SF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에서도 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장르영화에서의 여성을 탐구하겠다는 의미로 여성 영화의 강세가 눈에 띈다.

'한국 경쟁-코리아 판타스틱'에는 장르영화로 국내외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오인천 감독의 <데스트랩> 등 9편이 선정됐다. 임무를 수행하다 DMZ에서 지뢰를 밟아버린 여성 경찰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데스트랩>은 한정된 공간에서 제한된 인물과 동선 만으로 긴장을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백재호 감독과 이희섭 감독의 <대관람차>는 우리 사회를 감싸왔던 죄의식과 슬픔에 대한 따스한 위로를 담고 있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코리아판타스틱은 다양한 장르영화를 소개함으로서 장르영화의 스펙트럼을 만나보고자 했다"고 프로그램 선정 방향을 밝혔다. 경쟁 외에 초청 작품으로는 흥행에 성공한 공포영화 정범식 감독의 <곤지암>과 지난해 주요 영화상을 수상한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 연상호 감독의 <염력>, 저예산 C급 영화의 마술사 백승기 감독의 <오늘도 평화로운> 등이 상영된다.

정우성 특별전도 주목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스타, 배우, 아티스트 정우성'이란 이름으로 데뷔작 <비트>부터 시작해 <태양은 없다> <아수라> <강철비>, 최근 내레이션을 맡은 세월호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 등 12편이 상영된다. '가장 빛나는 스타에서 스크린 속 캐릭터 자체가 되어 관객을 압도하는 배우로 세상과 함께 발맞추며 세상을 향해 자신이 지닌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걷는 정우성'을 조명한다는 게 부천영화제의 설명이다.

정우성 배우는 세월호 영화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자청해 흥행에 큰 역할을 했고, 지난 전주영화제 기간에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을 응원하는 등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소신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개념 배우로 평가받고 있는데, 올해 부천영화제를 통해 이런 정우성의 면모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음란하고 역겹고 잔인한 '금지구역'

 22회 부천영화제 금지구역 섹션에서 상영되는 독일 브루스 라브루스 감독의 <금남의 집>

22회 부천영화제 금지구역 섹션에서 상영되는 독일 브루스 라브루스 감독의 <금남의 집> ⓒ 부천영화제


부천영화제의 관심 섹션인 '금지구역'은 하드코어 영화 7편을 모아 놨다. 가장 음란하고 역겹고 잔인하며 저항적인 영화들을 찾아 모여드는 마니아들을 만족시킬 만한 작품으로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할 예정이다. 미국 프랑스 인도 일본의 작품이 중심이다.

특별전 '베스트 오브 아시아'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필리핀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흥행한 영화 11편을 선보인다. 국내 흥행작인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죄와 벌>과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장악한 오경 감독의 <특수부대 전랑2>, 홍콩에서 흥행한 서극 감독의 <서유복요편> 등을 소개한다. 뉴스로만 접하던 해외 흥행작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해마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 독립영화제 제작 배급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인디스토리 20주년 특별상영'도 마련됐다. 독립영화의 메카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인디스토리 20년을 축하해주는 의미가 있다. 장건재 감독의 <한여름밤의 판타지아>를 비롯해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트 작동법>, 장형윤 감독의 <아빠가 필요해> 15편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산업 프로그램인 '코리아 나우'에서는 영화산업 자금 조달 설명회를 통해 프랑스 벨기에의 사례를 통한 국내 제작 시스템을 논의한다.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 포럼은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의 스크린독과점 문제 등에 대한 영화인들의 의지를 모으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 52시간 노동과 관련해서도 영화노조와 제작 관계자들 사이의 토론도 마련돼 있다. 남북문화 교류의 방향을 영화를 알아보는 자리도 마련하는 등 올해 산업프로그램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다양하게 구성됐다. 영화상영 외에 영화산업의 마당 역할을 하겠다는 부천영화제의 의지로 평가된다.

올해 부천영화제는 7월 12일 개막식으로 시작으로 22일까지 11일간 부천시청과 인근 영화관에서 개최된다. 관객들의 이동거리를 좁히기 위해 영화제 공간을 부천시청 주변으로 집중시켰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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