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닌 '전국구 유명세'..이름 덕 보는 후보들

[선택 6·13 '지역의 미래'(18)] 지방선거에 출마한 박근혜, 김정은, 배용준

김정은, 김정일, 박근혜, 김대중, 김종일, 이재용, 배용준, 김태희’….

이름만으로 선거구와 관계 없이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6·13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화제다. 익숙하고 독특한 이름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전직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후보는 물론 북한 최고 지도자, 재계·연예계 유명인사와 동명이인인 후보들도 눈에 띈다.

◆‘박근혜’ ‘김정은’ 등 남북 거물과 동명이인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름은 같지만 정당이 다른 후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고 부산 금정구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박근혜 후보다. 박 후보는 이미 당선이 확정된 상태다. 금정구의원 비례대표 정원은 2명인데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1명씩 후보를 냈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의원 선거 민주당 후보, 충북 청주시의원 한국당 후보, 전북 군산시의원 무소속 후보는 모두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동명이인이다.
서울 마포구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정은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름이 같다.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이름이 같은 김정일 후보는 서울 강동구의원 바른미래당 후보로 출마했다.

이들의 경우 과거에는 이름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최근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호남에선 ‘김대중’, 충청에선 ‘김종필’...연예인 ‘김태희’와 동명도

각 지역의 대표 정치인과 이름이 같은 후보들도 있다. 호남 지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름이 같은 후보가 전북도의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고, 충청 지역에서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동명이인인 한국당 후보 2명이 각각 충북 진천군수와 충남도의원 선거에 나왔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배우들과 이름이 같은 사례도 있다. 서울 동작구의원 한국당 이미연 후보, 서울 중랑구의원 한국당 신하균 후보, 부산시의원 민주당 배용준 후보가 대표적이다.

배우 김태희와 이름이 같은 후보는 3명이나 있다. 울산 울주군의원 무소속 후보, 경기 안산시의원 민주당 후보, 경북 상주시의원 무소속 후보의 이름이 모두 김태희다.

◆‘이재용’ 후보...‘고기판’ ‘가세로’ 등 특이 이름 후보도

부산 금정구의원 민주당 후보, 강원 원주시의원 한국당 후보, 전남 목포시의원 민주평화당 후보 등 3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름이 같다.

다소 특이한 이름으로 화제가 돼 홍보 효과를 보고 있는 후보들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고기판 후보가 대표적이다. 고 후보는 식당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며 명함을 돌릴 때 “고기는 바꿔도 고기판은 바꾸지 말자”고 말한다.

이외에도 서울 관악구의원 정의당 왕복근 후보, 서울 용산구의원 민주당 비례대표 서후진 후보, 충남 태안군수 민주당 가세로 후보, 서울 강북구의원 무소속 이관종 후보 등도 이름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