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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이 만든 장르 영화가 궁금하다면 BIFAN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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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감독이 만든 장르 영화가 궁금하다면 BIFAN으로

    [현장]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젊은 여성 감독들의 약진'
    김영덕 프로그래머 "굉장히 새롭고 분명히 다르다"

    남편의 가정폭력으로 학대를 당한 여성의 복수극을 그린 사라 대거 닉슨 감독의 '복수자'.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 장편'에 선정됐다. (사진=BIFAN 제공)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ucheon International Fantastic Film Festival, BIFAN)는 호러, 스릴러, SF 등 탄탄한 마니아층을 지닌 장르 영화를 중심에 둔 독특한 콘셉트의 영화제다.

    남녀노소 가족 관객까지 모두 아우르는 편안한 영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것, 하드코어 팬들을 겨냥해 범상치 않은 영화만으로 채워진 섹션을 만드는 것, BIFAN은 평행선에 있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 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 영화광이 환호하는 축제'를 목표로 내달 열리는 올해 BIFAN에서는 기존에 잘 볼 수 없었던 감수성의 장르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젊은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부천 초이스' 등 경쟁 부문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기자회견장에서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20회, 21회, 22회까지 3년 연속 BIFAN에 함께한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영화인들이 신뢰하는 영화제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프로그래머가 고른 작품이 있는 내실 있는 영화제 △부산에 이어 2번째 규모로 부천시민들이 자부심 가질 만한 영화제 등을 올해 영화제 방향성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의 경향을 살펴보면 젊은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 감독의 약진"이라며 '리벤지', '호랑이는 겁이 없지', '타워, 눈부신 날', '복수자', '밤의 문이 열린다' 등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포스터 (사진=BIFAN 제공)

     

    '리벤지'는 코랄리 파르쟈 감독의 데뷔작으로 성폭력 범죄를 묻으려는 남성들에게 통쾌하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이사 로페즈 감독의 '호랑이는 겁이 없지'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멕시코시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어린 아이들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다. 사라 대거 닉슨 감독의 '복수자'는 제목 그대로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의 복수극을 그렸다.

    '타워, 눈부신 날'은 폴란드의 신예로 꼽히는 야고다 셸츠 감독 작품으로 서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인간 탐구 영화다. '새드 뷰티'는 폭력을 휘두르던 남자를 죽여버리는 두 여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요 역을 맡은 배우 봉코드 벤차롱쿤은 이 작품으로 감독으로 데뷔했다. 유은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밤의 문이 열린다'는 죽음의 이유를 찾기 위해 유령이 되어 과거로 되돌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호러, 미스터리 장르로 풀어냈다. 이번 BIFAN에서 최초 공개된다.

    장르 영화 내 시선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화도 올해 BIFAN에 포함됐다. 가부장제 타파와 새로운 여성 지배 질서 확립을 지향하는 비밀 결사 조직에 급진 좌익 청년이 숨어들어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금남의 집'이 대표적이다. '델마', '블루 마이 마인드', '마고가 마고를 만났을 때', '바이러스 트로피컬' 등도 여성의 성장과 내면을 그려낸 수작으로 꼽힌다.

    2년 연속 '특별전'에서 여성을 다룬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에 공포물에서 등장하는 여성 괴물에 초점을 맞춘 '무서운 여자들'을 선보인 BIFAN은 올해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SF 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을 마련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작년의 여혐(여성혐오) 살인이라든지 사회적 이슈를 보면서 호러를 비롯한 장르 영화에서 여성 괴물이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가 담론을 형성해 보자는 취지에서 '무서운 여자들' 특별전을 했다. 장르 영화에서 여성이 어떻게 재현되는지를 시리즈로 해 나가고 싶어서 올해는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전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 SF 영화에서의 여성의 재현' 상여작 6편 (사진=BIFAN 공식 홈페이지 캡처)

     

    '시간을 달리는 여자들'에서는 총 6개의 작품이 상영된다. 사회주의 아래 동구권의 젠더 의식을 짐작할 수 있는 '섹스미션', 미래 사회에서 완전히 노예화된 여성형을 그리는 '스텝포드 와이브스', 여성 괴물에 대한 공포와 여성 영웅상을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에어리언', 폭주하는 반역의 여성 영웅담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블랙 앤 크롬', 타자에 감응하는 여성 영웅이 나오는 '화성의 유령들', 프로타고니스트(주동인물)와 안타고니스트(주인공에 적대적인 인물)의 역전을 읽을 수 있는 '백색밀실'이 그것이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여성 감독들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은 일종의 '배려'가 아닌지, 또 올해 불거진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밝히는 것) 영향으로 작품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김 프로그래머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태동부터 비주류적인 소수자의 시선과 목소리를 담는 영화를 추구했다. 5~8회 때도 그랬고 20회 돌아오면서 페미니즘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은 사회적 이슈와 분명히 관련 있긴 하나, 올해 같은 경우 작품 선정의 원인이 '미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미투'는 수백 년 동안 가져왔던 가부장제 문화 속에서 (여성이) 억압되고 억압되고 억압되다가 최근에야 정말 용기있게 터져 나온 것"이라며 "영화가 1, 2년 안에 이뤄지는(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결과가 지금 나온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좋아서 선정을 한 것"이라며 "특별히 여성 감독 작품을 경쟁(부문)에 많이 가게끔 한 의도적인 측면이 있다. '부천 초이스'는 '발견'이라는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여성 감독) 작품이 굉장히 좋고 데뷔작이 많았다. 저희 섹션을 보시면 (여성 감독 작품이) 굉장히 새롭고 참신하고 분명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내달 12일부터 22일까지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한 53개국 290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개막식은 오는 12일 오후 8시 경기도 부천시 부천시청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든 오성윤-이춘백 감독의 새 애니메이션 '언더독'이다.

    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왼쪽부터 남종석 프로그래머, 김영덕 프로그래머, 모은영 프로그래머, 김봉석 프로그래머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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