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며 마신 PHMG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독성 물질', 간까지 이동 확인

김기범 기자 2018. 6. 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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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자력연 생쥐 실험…호흡기 이외의 피해 보상 가능성

13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이 폐 등 호흡기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에 정부가 피해를 인정한 범위가 폐와 호흡기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다른 장기의 질환도 피해로 인정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 기술과 흡입독성연구 기술을 융복합해 실험용 쥐의 장기에 존재하는 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방사성동위원소가 붙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쥐가 흡입한 지 1주일이 지난 뒤에도 70% 이상이 폐에 남아 있었고 이 중 5%가 간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PHMG는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물질로 다량을 흡입하면 폐 조직이 굳는 섬유화를 일으키는 탓에 현재는 생활화학제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현재 정부는 폐 섬유화와 천식 등 일부 질환에 대해서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정하고 있으나 다수의 피해자들은 피부, 뇌 등 다른 장기, 부위에 대한 피해도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방향에 따라서는 정부의 피해 인정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첨단방사선연구소 전종호 박사와 안전성평가연구소 이규홍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극미량의 방사성동위원소 인듐111을 PHMG에 라벨링해 이동경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PHMG를 에어로졸형태로 실험용 쥐에게 흡입시켰다.

PHMG가 폐와 호흡기 외에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영남대 단백질연구소는 2016년 4월 인간과 유전자 구조가 비슷한 열대어 ‘제브라피시’를 가습기 살균제 성분에 노출시킨 결과 뇌에서 염증이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경향신문 2016년 7월27일자 보도).

송창우 안전성평가연구소장은 “흡입 경로를 통해 체내에 들어간 에어로졸 형태의 독성물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국내 최초 연구”라고 설명했다. 정병엽 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호흡기를 통해 유입되는 미세먼지, 라돈 등 다양한 물질의 체내 이동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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