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라돈 침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까닭
[경향신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달 10일 대진침대에서 검출된 라돈이 기준치 이내라고 발표했다가 5일 만에 기준치를 훨씬 웃돈다는 측정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총리는 “라돈 허용기준치 발표 번복과 관련하여 정부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국민이 사실 불안해한 것은 ‘방사능 측정치의 번복’이라기보다는 ‘방사능 측정치가 기준치를 훨씬 웃돈다는 것’일 것이다. 라돈침대 피해자가 1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정부는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없었을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제정되어 2012년 7월부터 시행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생방법)에 따라 가공제품에 의한 일반인의 피폭방사선량은 연간 1m㏜(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때 1m㏜는 외부피폭선량과 내부피폭선량을 모두 더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가공제품 피폭선량 평가에 라돈에 의한 내부피폭선량을 고려하지 않았고,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음이온 스펀지와 음이온 매트리스 제품에 대하여 표면선량만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음이온 제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량이 자연방사선량 수준으로 측정되어 제품의 사용으로 인한 피폭선량은 무시 가능하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지난달 14일 ‘라돈 내부피폭 기준설정 전문위원회’를 개최하여 라돈, 토론에 의한 내부피폭 측정기준을 확립하고, 이 기준에 따라 평가한 내부피폭선량을 가공제품 피폭선량 평가에 반영하였다. 그 결과 외부피폭선량만을 잴 때와는 달리 기준치를 훨씬 넘는 높은 피폭선량이 측정되었고, 이튿날인 지난달 15일 이러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린 것이다.
외부피폭은 병원에서 CT를 찍을 때처럼 방사능이 우리 몸에 들어오지 않고 방사선만 우리 몸을 통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피폭은 호흡기나 음식을 통하여 방사능이 우리 몸에 들어오고, 흡수된 방사능은 우리 몸속에서 지속적으로 24시간 방사선을 내보낸다. 이 차이점에 관하여 유럽방사선방호위원회 크리스토퍼 버스비 박사는 외부피폭이 난로 곁에서 불을 쬐는 것이라면, 내부피폭은 불덩이를 삼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즉 몸속에 방사능이 들어와 계속하여 피폭시키는 내부피폭은 외부피폭에 비하여 훨씬 위험이 크다.
그런데 라돈은 자연방사능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호흡을 통하여 기체 형태로 우리 몸속에 들어와 내부피폭을 시키는 전형적인 방사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4년 보고서에서 천연방사성핵종 함유물질 흡입 시 내부피폭선량을 결정하는 주요 핵종으로 우라늄 계열과 토륨 계열을 지목하면서 원료물질 취급에 따른 종사자 피폭선량을 평가할 때 내부피폭선량 평가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도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음이온 매트리스와 음이온 스펀지에 대해서는 표면선량만을 측정하여 기준치 이하라고 발표한 것이다.
만일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금처럼 외부피폭선량뿐만 아니라 내부피폭선량까지 측정, 발표하였더라면 라돈침대는 제조, 유통될 수 없었을 것이다. 생방법은 인체에 접촉되어 사용되는 것으로 용이하게 섭취 또는 흡입할 수 있는 장난감, 화장품 제품에는 방사능을 포함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매트리스 같은 침구류 또한 인체에 접촉되어 수면시간 내내 방사능을 흡입하게 된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으므로 당초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매트리스나 매트가 제조, 유통되도록 한 것 자체가 큰 잘못이었다. 그러므로 과거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잘못된 라돈침대 방사능 측정으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에 대하여 정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김영희 변호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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