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북미 '세기의 담판']트럼프, 카자흐스탄式 비핵화 모델 만지작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7 17:21

수정 2018.06.07 21:06

옛소련 연방국가 핵무기 폐기 위한 기술·자금 지원 담겨
‘공동 발의’ 넌·루가 前의원 트럼프 만나 핵심 설명 펜스 부통령도 배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6·12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공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카자흐스탄 모델' 관련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강경파들이 선호하던 '리비아 모델'이 북한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용도폐기된 상황이어서 '카자흐스탄 모델'이 이번 북핵 협상에서 중요한 참고 기준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샘 넌, 리처드 루가 전 상원의원으로부터 옛소련 해체 이후 소련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제거를 위해 이들이 1991년 추진했던 입법활동과 그로부터 얻었던 교훈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배석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펜스 부통령이 6일 오후 이 전직 의원들을 자신의 백악관 사무실로 초대해 북한 핵무기 및 핵시설 제거를 위한 잠재적 모델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 고위관료들은 오는 12일 북·미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합의가 타결될 경우 그 다음으로 어떤 조치들이 취해져야 하는지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 역시 이 주제와 관련해 지난 수개월간 전문가들을 만나왔으며 현재 넌, 루가 전 상원의원이 제시했던 '카자흐스탄'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 모델'이란 옛소련연방 국가들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넌, 루가 전 상원의원이 1991년 공동 발의한 '넌-루가 법'을 가리킨다. '위협감축협력(CTR) 프로그램'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법안은 옛소련 해체 후 이들 국가에 남아 있던 핵무기와 화학무기, 운반체계 등을 폐기하기 위해 기술과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소련 붕괴로 인해 갑자기 비자발적 핵보유국이 된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을 지원하고 이들이 보유한 수천기의 핵탄두와 미사일 등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 처리했다. 구소련의 생화학무기 역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거했다.


그 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37기, ICBM 격납고 459개, 폭격기 128대, 공대지 핵미사일 708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96기, 핵잠수함 27척, 핵실험터널 194곳이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핵개발에 동원된 옛소련 과학자 등을 대상으로 전직훈련과 직장 알선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 이들이 가진 핵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다른 나라나 테러단체로 유출되는 일을 방지했다.


이 프로그램을 고안한 넌, 루가 전 상원의원은 지난 4월 23일 워싱턴포스트(WP) 공동기고문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에 대한 협상전략과 수단을 짜내는 가운데 소련 붕괴 이후 1990년대 초를 되돌아봄으로써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있다"며 자신들의 방식을 북핵 해결에 적용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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