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넌-루거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방식의 핵 폐기 방식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6일(현지시각)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준비 상황과 관련해 “대통령이 검토할 방대한 서면 자료들이 있다. 대충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짜임새 있고 광범위하며, 치열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보안을 이유로 구체적 설명은 생략하면서도 “대통령이 여러 가지 다른 방식들로 브리핑을 받고 준비하고 있다”, “꽤 많은 사람들한테 보고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2명의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한테 지난 몇주 동안 일주일에 8~10시간씩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계인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 센터장도 브리핑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샘 넌, 리처드 루거 전 상원의원한테 소련 붕괴로 독립한 나라들에 남아 있던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들이 1991년 입법한 ‘넌-루거법’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소련 붕괴로 독립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은 자국 영토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대가로 서구로부터 경제 지원과 체제 안전 보장을 받았다. 미국은 또 넌-루거법에 따라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 국가에 배치됐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관리하고 감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기술을 지원했다. 넌-루거 프로그램에는 핵과 생화학 무기 제조에 종사했던 과학자들을 평화적 연구 쪽으로 전직시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1991년부터 2012년까지 이 프로그램에 예산·기금·사업 형태로 매년 약 10억달러씩을 투입했다. 그 결과 이들 국가에 배치됐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37기, 대륙간탄도미사일 격납고 459개, 폭격기 128대, 공대지 핵미사일 708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496기, 핵잠수함 27척, 핵실험 터널 194곳을 폐기할 수 있었다. 이 법안을 주도한 넌과 루거 전 의원은 4월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이 동맹국들과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해서 핵 폐기를 도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넌-루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핵 폐기 역사상 최대 난제’로 꼽히는 북핵 폐기에 이 방식을 적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선 핵폐기, 후 단계적 보상’으로 알려진 ‘리비아 모델’에 대해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가 가능한 인물로 판단한 중앙정보국 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7일 보도했다.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센터가 지난해 가을 작성한 보고서는 김 위원장에 대해 ‘서구 문화에 강한 동경과 존경을 갖고 있고, 북한의 역대 지도자들보다 교섭하기 쉬운 상대’라고 분석한 내용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