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영국 여왕의 생일은 두 개…‘날씨’ 탓?

입력 2018.06.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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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런던 시내에 있는 로열 앨버트 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축하 콘서트가 열렸다.

여왕의 92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이 자리에는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자 등 왕실 가족들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스팅과 크래이그 데이비드 등 영국 가수를 비롯해 호주의 카일리 미노그, 자메이카의 샤기 등 영국 연방 출신 아티스트들도 참석해 노래로 여왕의 생일을 축하했다.

4월 21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92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콘서트가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렸다.4월 21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92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콘서트가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렸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런던 브루턴 스트리트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그리스 왕자인 필립 마운트배튼을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는 1947년 그와 결혼식을 올린다.

25세였던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여왕이 되었다.

그로부터 66년 동안 재임해 온 엘리자베스 여왕은 전 세계 군주 가운데 가장 고령이도 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 공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 공

지난 4월 21일에 잔치를 치른 바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는 6월 9일에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로 불리는 공식 생일 잔치인 '축하 퍼레이드'를 갖는다.

그럼 이날 생일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영국 여왕은 '진짜 생일'(the original birthday)과 '공식 생일'(the official birthday) 등 두 개의 생일을 갖고 있다.

태어난 날인 4월 21일이 실제 생일이지만 공식적으로는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생일 기념식'을 열어 축하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6월 9일이 여왕의 '공식 생일'이 된다.

유래는 이렇다. 250여 년 전 영국 왕이었던 조지 2세는 11월에 태어났다.

조지 2세는 11월의 영국 날씨가 너무 춥고 변덕스러워 대규모 생일 축하 파티를 열기에는 적절히 않다고 판단해 여름에 공식 축하 파티와 군대 열병식을 열기로 했다.

이때부터 영국 왕의 공식 생일은 여름에 지정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 역시 12월 14일에 태어났지만 공식 생일은 여름이었다.

버킹엄 궁전 앞 도로인 ‘더 몰’(the Mall). 도로 양옆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걸려 있다.버킹엄 궁전 앞 도로인 ‘더 몰’(the Mall). 도로 양옆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걸려 있다.

여왕은 통상 실제 생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축하 콘서트 등에 참석한다.

하지만 공식 생일에는 축포 발사, 퍼레이드, 열병식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공식 생일이 되면 여왕은 아침 일찍 마차를 타고 기병 연대의 호위를 받으며 버킹엄 궁을 출발한다.

버킹엄궁 앞 도로인 '더 몰'(the Mall)을 지나 호스 가즈(Horse Guards) 건물 앞 광장까지 퍼레이드를 하는데 연도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와 국기와 손수건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른다.

기마병들이 화려하게 치장한 말고삐를 잡아당기면 포병들이 축포를 쏘아 올리고 악단은 행진곡을 연주한다.

행진을 마친 뒤 여왕이 버킹엄 궁으로 돌아오면 궁전 옆 그린 파크(Green Park)에서는 여왕의 공식 생일을 축하하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된다.

이어 궁전 발코니에서 여왕과 왕실 가족들이 인사를 건네면 하늘에선 영국 공군기가 기념 비행을 하면서 생일 축하 행사는 끝을 맺는다.

호스 가즈(Horse Guards) 앞 광장. 관람대 설치 등 열병식 준비에 한창이다.호스 가즈(Horse Guards) 앞 광장. 관람대 설치 등 열병식 준비에 한창이다.

영국에서 여왕의 생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영국 연방 국가에서는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6월 첫 번째 월요일을, 오스트레일리아는 6월의 두 번째 월요일을 여왕의 생일(Queen's birthday)로 지정해 놓았다.

나라 안팎에서 뜨겁게 축하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엘리자베스 여왕은 92세로 천수를 누리고 있다. 아들인 찰스 왕세자의 나이가 70인데도 과연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왕위에도 가장 오래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여왕은 개인적으로는 딸 앤 공주의 파격적인 결혼과 이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불화 그리고 다이애나의 급작스런 죽음, 아들 앤드루 왕자와 사라 퍼거슨의 이혼 등 온갖 스캔들을 지켜봐야 했다.

겉보기처럼 화려함과 영광만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영국 국민들은 여왕을 공기와 같은 존재로 느낀다. 그냥 당연히 있는, 그리고 있어야 하는 그런 존재이다. 아마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여왕이 있었고 지금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민들은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Queen' (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도 아주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부른다.

그만큼 영국 여왕은 영국 국민들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여왕의 생일은 나라의 생일이며, 부모의 생일이자 자신들의 생일이기도 한 것이다.

여왕의 생일이 두 번이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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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영국 여왕의 생일은 두 개…‘날씨’ 탓?
    • 입력 2018-06-07 16:31:12
    특파원 리포트
4월 21일, 런던 시내에 있는 로열 앨버트 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한 축하 콘서트가 열렸다.

여왕의 92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이다.

이 자리에는 찰스 왕세자를 비롯해 윌리엄 왕세손, 해리 왕자 등 왕실 가족들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이 참석했다.

스팅과 크래이그 데이비드 등 영국 가수를 비롯해 호주의 카일리 미노그, 자메이카의 샤기 등 영국 연방 출신 아티스트들도 참석해 노래로 여왕의 생일을 축하했다.

4월 21일,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92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콘서트가 런던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열렸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26년 4월 21일 런던 브루턴 스트리트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그리스 왕자인 필립 마운트배튼을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는 1947년 그와 결혼식을 올린다.

25세였던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가 세상을 떠나자 그녀는 여왕이 되었다.

그로부터 66년 동안 재임해 온 엘리자베스 여왕은 전 세계 군주 가운데 가장 고령이도 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 공
지난 4월 21일에 잔치를 치른 바 있는 엘리자베스 여왕은 오는 6월 9일에 트루핑 더 컬러(Trooping the colour)로 불리는 공식 생일 잔치인 '축하 퍼레이드'를 갖는다.

그럼 이날 생일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영국 여왕은 '진짜 생일'(the original birthday)과 '공식 생일'(the official birthday) 등 두 개의 생일을 갖고 있다.

태어난 날인 4월 21일이 실제 생일이지만 공식적으로는 6월 둘째 주 토요일에 '생일 기념식'을 열어 축하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6월 9일이 여왕의 '공식 생일'이 된다.

유래는 이렇다. 250여 년 전 영국 왕이었던 조지 2세는 11월에 태어났다.

조지 2세는 11월의 영국 날씨가 너무 춥고 변덕스러워 대규모 생일 축하 파티를 열기에는 적절히 않다고 판단해 여름에 공식 축하 파티와 군대 열병식을 열기로 했다.

이때부터 영국 왕의 공식 생일은 여름에 지정하는 전통이 생겨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 역시 12월 14일에 태어났지만 공식 생일은 여름이었다.

버킹엄 궁전 앞 도로인 ‘더 몰’(the Mall). 도로 양옆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 잭이 걸려 있다.
여왕은 통상 실제 생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축하 콘서트 등에 참석한다.

하지만 공식 생일에는 축포 발사, 퍼레이드, 열병식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공식 생일이 되면 여왕은 아침 일찍 마차를 타고 기병 연대의 호위를 받으며 버킹엄 궁을 출발한다.

버킹엄궁 앞 도로인 '더 몰'(the Mall)을 지나 호스 가즈(Horse Guards) 건물 앞 광장까지 퍼레이드를 하는데 연도에는 수많은 사람이 나와 국기와 손수건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른다.

기마병들이 화려하게 치장한 말고삐를 잡아당기면 포병들이 축포를 쏘아 올리고 악단은 행진곡을 연주한다.

행진을 마친 뒤 여왕이 버킹엄 궁으로 돌아오면 궁전 옆 그린 파크(Green Park)에서는 여왕의 공식 생일을 축하하는 41발의 예포가 발사된다.

이어 궁전 발코니에서 여왕과 왕실 가족들이 인사를 건네면 하늘에선 영국 공군기가 기념 비행을 하면서 생일 축하 행사는 끝을 맺는다.

호스 가즈(Horse Guards) 앞 광장. 관람대 설치 등 열병식 준비에 한창이다.
영국에서 여왕의 생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영국 연방 국가에서는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6월 첫 번째 월요일을, 오스트레일리아는 6월의 두 번째 월요일을 여왕의 생일(Queen's birthday)로 지정해 놓았다.

나라 안팎에서 뜨겁게 축하를 받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엘리자베스 여왕은 92세로 천수를 누리고 있다. 아들인 찰스 왕세자의 나이가 70인데도 과연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왕위에도 가장 오래 머물고 있다. 하지만 여왕은 개인적으로는 딸 앤 공주의 파격적인 결혼과 이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불화 그리고 다이애나의 급작스런 죽음, 아들 앤드루 왕자와 사라 퍼거슨의 이혼 등 온갖 스캔들을 지켜봐야 했다.

겉보기처럼 화려함과 영광만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영국 국민들은 여왕을 공기와 같은 존재로 느낀다. 그냥 당연히 있는, 그리고 있어야 하는 그런 존재이다. 아마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여왕이 있었고 지금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민들은 영국 국가인 'God save the Queen' (신이여, 여왕을 지켜주소서)도 아주 당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부른다.

그만큼 영국 여왕은 영국 국민들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여왕의 생일은 나라의 생일이며, 부모의 생일이자 자신들의 생일이기도 한 것이다.

여왕의 생일이 두 번이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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