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소연 "'예쁜 누나', 사랑과 사람에 대해 배웠죠"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저요? 저는 맥주 잘 마시는 누나? 하하하."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의 서경선에 대한 장소연의 설명이다. 맥주 잘 마시는 누나, 맞다. 서경선의 인생이란 일과 동생 준희(정해인 분)뿐이다. 준희와, 혹은 혼자서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이 그의 단조로운 삶 속의 유일한 낙. 자신보다 더 중요한 동생 준희가 친구 윤진아(손예진 분)와 연애를 하게 되고, 경선의 인생도 크게 흔들린다.
장소연은 서경선을 만나, 그리고 '예쁜 누나'를 만나 사람과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했다. 준희를 사랑하는 경선에게서, 진아와 준희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경선에게서, '관계'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는 것. '예쁜 누나'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장소연의 이야기다.
Q. 작품 잘 마무리한 소감은.
“대본 받았을 때부터 재미있게 봐서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이었다. 사랑 이야기를 진솔하게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스태프나 배우들과도 정이 많이 들었는데, 유독 금방 끝난 느낌이다.”
Q. 안판석 PD의 작품에서 점차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그 점이 좋으면서도 부담될 것 같다.
“내가 (안 PD의) 모든 작품을 함께 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믿고 맡겨주시는 것만으로도 좋다. 기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서 더욱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 잘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Q. 서경선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살아오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강해지려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겁도 많고 외로움도 많고 어린 면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픈 부분을 드러내지 못 하고 또래보다 성숙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대사에 나온 것처럼 진아를 친구같이 생각하면서도 동생처럼 대한다. 진아가 기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진아에게 기대기도 한다.” Q. 표현하기 힘들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연기적으로 힘든 것은 많지 않았는데 (경선의) 감정에 몰입이 되어 있어서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아버지(김창완 분)에게 전화하는 장면이다. 감정이 훅 밀려 들어와서 몸이 너무 많이 떨리더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 다음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도 감정 컨트롤이 잘 되지 않은 장면이다. 그때 내가 푹 빠져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본을 봐도, 방송을 봐도, 진아나 준희를 봐도 마음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Q. 실제 경선이라면, 동생과 절친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많이 충격적일 것 같다. ‘관계’라는 것이 있지 않나. 경선에게 있어서 동생의 행복이 제일 중요하다. 진아가 어떤 친구인지 알아서 심하게 반대를 못 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걱정을 많이 됐겠지. 하지만 사랑에 관해서는 당사자가 주인이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Q. 또 진아 엄마(길해연 분)과 맞붙는 신도 많았다. 진아 엄마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아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설움이 있을 것 같다.
“정말 내가 다 서럽더라. (웃음) 하지만 진아 엄마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식이 걸린 일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모습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강도 차이는 있을 테지만, 옳고 그름을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다만 그것이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냐 안 되냐는 다른 이야기다. 예를 들어 경선이나 진아 어머니는 진아와 준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실제로 진아와 준희가 원하는 일은 아닌 것처럼.”
Q. 진아와 경선이가 사극 말투를 쓰면서 대화를 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사극 말투는 대본에 있는 것이다. 그중 내가 평소에 쓰는 말투도 섞여 있다. ‘여보세요’를 ‘여부쇼’라고 말하는 것이 그 예다. 친구들끼리 재미있게 쓰는 우리만의 놀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감이 많이 됐다.”
Q. 극중 카페에서 손예진과 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춤추는 장면은 NG가 한 번도 안 났다. 정해놓은 것이 없었다. 카메라 안에서 놀면 되는 것이었다. 진아와 워낙 호흡이 잘 맞아서 재미있게 찍었다. 사실 카페 밖에 팬들이 정말 많이 있었는데, 주변이 어두컴컴해서 더 자유롭게 찍은 것 같다.”
Q. 경선이의 삶에서 ‘맥주’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명 ‘건어물녀’의 일상이었다.
“경선이와 내가 닮은 부분이 많았다. 노트북이나 TV로 드라마를 보고 소파에 붙어 사는 모습은 ‘완전 나인데?’ 싶었다. 그래서 더 공감이 많이 간 것 같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날의 마지막 촬영일 때는 맥주를 조금 마시기도 했다.”
Q. 손예진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예쁜 누나’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다. 처음 만났으니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첫 촬영부터 너무 좋았다. 바로 첫 촬영부터 친구처럼 대해줬다. 취한 신에서도 나를 믿고 몸을 맡기는 것도 기억이 난다. 연기할 때 꾸밈없이 몰입하는 것이 있어서 배우로서 호흡이 잘 맞았다. 또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정말 친구삼고 싶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Q. ‘예쁜 누나’로 대세가 된 정해인과 연기한 것도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어느 순간 동생같아졌다. 나중에는 너무 편해지더라. 엄마 제사를 지내는 신이 있었는데, 내가 친언니에게 장난을 치듯 (정해인에게) 장난을 치게 되더라. 정해인이 처음부터 동생처럼 다가왔다. 편하게 반말로 대하라고 해줘서 더 빨리 친해졌다. 현장에서 대화도 편하게 나눴다.”
“주변에서 ‘우리 준희 잘 해줘라’ ‘동생 챙겨줘라’ 말을 많이 들었다. (웃음) 정해인은 예의 바르고 성숙하고 착한 친구다. 또 감수성이 풍부했다. 연기에 몰입을 잘 해서 정해인 덕분에 나도 더 울컥한 적이 많았다. 아버지를 만나는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할 때나, 호텔에서 나와 준희를 봤을 때 장면에서는 서로의 마음이 잘 느껴졌다.”
Q. 최종회에서 진아와 준희가 해피엔딩을 맞았다. 경선이의 반응을 상상해본다면.
“3년 간 경선이도 많이 성장했을 것이다. 둘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Q. 다 끝난 ‘예쁜 누나’ 세계 속에서 경선이 어떤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나.
“경선이의 인생에서 진아와 준희는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동경, 사랑, 위로를 느끼고 또 인생의 목표가 되지 않나. 이후에는 경선이가 본인의 인생도 스스로 깊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으면 좋겠고. (웃음) 나 역시 경선이의 미래를 상상해보게 되더라.”
Q. 최근 몇 년 동안 쉼없이 활동하고 있다. 더욱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연기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선택을 받는 것이다. 끊임없이 작품을 할 수 있던 것에 무척 감사하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나 싶다. 역할이 크고 작은 것과 상관없이 내 연기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있고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을 때 큰 행복을 느낀다.”
Q. 장소연에게 ‘예쁜 누나’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배우로서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푹 빠져들었던 작품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서로의 존재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남녀관계뿐만이 아니라 부모 자식 관계, 친구 관계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상대를 위해서 사람이 변하기도 하고 희생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위안으로 다가오지 않나.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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