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의 중·장년 독거남, 노인 1인가구보다 취약

2018. 6. 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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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독사 연령별 비율 62%, 노인의 4배…자치구 중·장년 독거남 전수조사 붐

강서구 4월 빈사 상태 60대 구조

양천구 평가회의 거쳐 질적 지원

송파, 도시락 전달·치아 치료 지원

은평·동작 이달부터 전수조사

지난 5월15일 양천구 신월3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알록달록 문화체험’ 행사에 참가한 김두억(65·사진 가운데)씨 등 50~60대 중년 독거남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멘토들이 강사 최영근(맨 오른쪽)씨의 마술을 보고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강서구 우장산동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가 지난 4월10일 상담차 이복희(62·가명)씨의 월세방을 방문했을 때, 방 안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바닥에는 술병과 담배꽁초,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차 있어 발 디딜 틈도 없었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이씨는 방 안에 힘없이 누워 의식만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씨는 실직한 뒤 상실감과 무력감으로 3개월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한 채 술로 지샜으며, 최근 1개월 전부터는 구토와 어지럼증이 심해 외출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동행한 방문간호사는 이씨의 상태가 위급한 것으로 판단해 곧장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복지플래너에게 건의해, 이씨는 동주민센터의 행정차량에 실려 보라매공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진 결과 이씨는 내과와 정신과 쪽에 이상 소견을 보여 장기간 입원했다가 최근 퇴원했다. 이씨는 20년 전 이혼해 가족과도 연락이 끊어진 채 홀로 살아왔다.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남은 이씨의 사례는 중·장년(50~64살) 독거남이 얼마나 고독사의 위험에 취약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자치단체의 적절한 대응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워준다.

강서구가 이씨의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도 올해 3월 중순 시작한 ‘5064 중·장년 남성 위기가구 발굴 사업’에 이씨가 포함돼 있어, 관할 우장산동주민센터가 이씨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중·장년 고독사의 위험성은 통계 수치로도 잘 나타난다. 서울복지재단의 ‘서울시 고독사 실태 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보고서’(송인주, 2016년)에 따르면, 고독사 사례의 연령별 비율은 45~64살까지의 중·장년이 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65살 이상 노인(16.6%)의 4배에 가깝다. 연령대로는 50대가 35.8%로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남성이 8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니까 50대 남성 독거남이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다.

전체 1인가구 중 중·장년(45~64살) 비율도 2010년 57만 가구에서 2016년 95만 가구로, 6년 사이 66%나 늘어났다. 직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하는 연령대인데다 가족 간의 불화나 이혼·사별 등으로 가족은 물론 사회관계망까지 끊긴 채 질병까지 겹칠 경우, 그대로 홀로 죽음을 맞을 가능성이 다른 어떤 1인가구보다 현저히 높다. 서울의 자치구가 최근 1년 새 앞다투어 중·장년 독거남 전수조사와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도 중·장년 독거남들을 복지 사각지대에서 구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양천구는 양천구의 중·장년 독거남 전수조사를 한 뒤 ‘나비남 프로젝트’라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올해 3월 프로젝트 평가와 성과 분석 공유회를 연 뒤 나비남의 홀로서기 대책을 모색해 눈길을 끌었다.

송파구는 지난 1~3월 송파구의 중·장년 1인가구(1만7817명)의 소득, 주거, 건강 등 생활 실태와 사회 활동 빈도를 전수조사했다. 가족·지인과 연락하는 횟수가 주 1회 미만으로 나타난 150가구를 선정해, 그 가운데 112가구에 안부도시락을 전달한다. 송파구와 송파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사회적 기업 ‘행복한 두레밥상’과 협력해 주 2회씩 올해 말까지 대상자 집을 찾아가 도시락을 건네며 안부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또 송파구는 중·장년 독거남들이 상당수 부실한 치아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25명에게 비보험 의치(틀니) 시술 비용을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한다.

동작구와 은평구도 이달부터 중·장년 1인가구 전수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동작구는 위험군으로 판정된 1인가구는 국민기초생활보장, 긴급 복지지원, 민간복지, 통합사례관리, 돌봄 서비스 등 세대 특성에 맞는 다양한 복지 정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평구는 전수조사 뒤 맞춤형 복지를 연계하겠다고 한다. 취약가족 정기방문과 안부를 확인하는 ‘우리동네 돌봄단’을 운용하고, 은평 아·이·돌(아름다운 이웃 돌보미) 카톡플러스 친구를 개설해 1 대 1 채팅으로 실시간 신고 체계를 세우려 한다.

글·사진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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