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의 드론산업이 날기 위한 조건

안의식 기자 2018. 6. 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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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성 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
설동성 한국드론산업협회 고문
[서울경제] 한국의 드론산업을 보면 참으로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들의 관심도 많고, 업계의 자생력도 있으며, 규제도 서서히 풀려가고 있고, 정부의 육성의지도 있는데, 좀처럼 날지를 못한다. 그동안 드론산업 부진의 주된 원인은 규제에 있다며 규제만 풀어주면 훨훨 비행할 거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규제완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드론은 여전히 이륙하지 못한 채, 계류장에 머물러 있다.

왜 그런가? 그 원인을 드론업계와 법, 정부지원의 측면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이 3가지 축이 조화롭게 작동하면 드론은 곧 이륙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하염없이 비행 준비상태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먼저 드론산업 현황을 보자. 한국의 드론업체들은 대부분이 소규모 영세라서 정확한 집계가 어려울 정도이다. 자생력을 갖춘 제작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는 업체라고 한다. 업체들의 영세성도 문제이지만, 더 심각한 것은 업계의 방향 실종이라고 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쪽으로 가야 할 지, 부품.센서분야로 가야 하는지, 아니면 소프트웨어.프로그램으로 가야 하는지, 이도 저도 아니면 아예 포기해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물론 사업 진로에서 정답은 없지만, 최적의 진로는 정해야 한다. 다행히 한국 드론의 기술력은 세계 중위권에 위치해 있으며, 여기에 IT분야에서의 강점을 더하면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혹 우리 업체들이 독자적이고 독특한 드론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는데, 업계의 자생력 강화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어서 드론관련 법을 살펴보자. 한마디로 드론발전 추이를 이끌기는 고사하고, 쫓아가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행법 체계로는 드론 제작, 사업화, 연구.개발, 규제 등을 일관적으로 다루기가 곤란하다. 각 분야별로 적용받는 법이 따로따로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드론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고 한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정이 아니라 제정이다. 드론산업을 키우기 위한 포괄적인 법을 새로 만들자는 것이다. 기존의 법들이 매우 허술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정부와 정치권이 너무 늦지 않도록 잘 다듬어서 드론육성 통합법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규제완화는 어떤가? 규제가 업계로부터 드론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敵(적)으로 꼽혀서 그런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비행 절차가 간소화되고, 부분적이나마 야간 비행도 가능해지고, 사업진출도 용이해졌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 완화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들쭉날쭉 완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때 그때 업계와 수요자의 요청에 등 떠밀리듯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물론 규제완화 계획을 디테일하게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두번만에 끝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 큰 틀에서 규제완화 로드맵은 제시해줬으면 한다. 특히 규제완화는 드론 기술개발과 보폭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기술력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데 규제만 완화하면 드론이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을까.

정부의 지원을 살펴보자. “20○○년까지 ○천억원을 투입해 드론시장을 지금보다 ○배 키우고 일자리 ○만개를 창출하겠다.” 숫자 뽑아내느라 고생 많이 했겠지만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지원책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정권에서부터 정부의 이같은 지원 행태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드론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누구를 위한 지원인가’라고 말이다. 한국의 드론이 원하는 것은 이같은 거창한 숫자가 아닐 것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토대로, 드론이 스스로 날 수 있는 체력을 키워주고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업계의 기술개발과 관련법, 정부지원 등 3가지 축이 지금은 따로따로 돌아가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업계는 기술개발보다 규제완화에 매달리고 있고, 법과 제도는 드론 현실을 도외시한 채 장기간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정부 지원은 현장 확인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탁상행정식이 많다. 드론관련 심포지엄, 세미나, 각종 회의 등이 자주 열리고 있다. 그때마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 인사, 업계 대표 등, 한국의 드론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대거 참석한다. 하지만 이런 모임이 증가하는데도 드론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혹시나 전체 그림은 보지 않고 자기 목소리만 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업계는 정부에 대해 불만이 많고, 정부도 나름대로 할 말이 많고, 드론 수요층은 업계에 대해 요구사항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전체 틀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결국 드론업계의 기술개발, 법과 제도보완, 정부지원 등 3가지 축이 조화롭게 작동돼야 한국의 드론은 오랜 활주로 대기상태에서 벗어나 훨훨 비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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