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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이 리틀 포레스트-우리는 젊은 농부, 이렇게 산다

입력 : 
2018-06-07 11:34:12
수정 : 
2018-06-07 14: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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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에 들어온 스토리 펀딩 아이템은 ‘농업’이다. ‘농촌에 희망적인 사례를 발굴·지원’’하는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와 ‘먹거리를 골라주는’ ‘우리가앤’이 총 10회로 진행하고 있는 <2018 REAL 리틀 포레스트-청여농, 당신의 완주를 응원합니다>는 농촌에서 희망을 찾고 있는 젊은 농업인의 삶과 먹거리를 소개하는 페이지이다. 이 글의 목적은 펀딩에 있는 것이 아니다. 취향과 프로젝트 기간이 맞는다면 참여하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젊은 농부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나눌 수 있다. 가능하다면, 농부들의 작물 중 내게 필요한 게 있다면 정기적으로 받아 먹어주면 더 좋겠다. ▶충남 청양에서 엄마와 장을 만드는 김민솔 씨

▷아나농 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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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아나농, 김민솔
김민솔 씨는 대학 졸업 후 곧 충남 청양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귀농한 엄마가 계셨다. 사범대를 다닌 그녀에겐 교사의 꿈도 있었지만 은퇴 후 농촌에 살겠다는 더 긴 꿈도 있었다. 그 긴 꿈을 앞당긴 민솔 씨의 이야기는 마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의 뒷이야기 같다. 시골에서 잠시 머무는 게 아니라 농사를 업으로 삼는 혜원의 삶 말이다. 영화 이야기와 달리, 민솔 씨의 어머니는 7년 전 귀농해서 황토집을 지어 살며 장 담그기에 전념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자 ‘아름다운 나라의 농부’라는 뜻을 지닌 ‘아나농’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교직과 농부의 길을 놓고 고민하던 민솔 씨는 결국 엄마의 일에 합류하기로 결심, 아나농 직원이자, 부대표이자, 마케팅 담당자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장 담그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모든 농업이 그렇듯, 상품의 기본은 좋은 재료와 정직하고 자연 순화적인 가공법이다. 거기에 젊은 감각을 동원한 포장법, 인터넷, SNS를 통한 판매 루트 등이 포함되면 금상첨화다. 아나농에서 생산되는 장은 청양초를 듬뿍 넣어 만든 고추장을 6~12개월 숙성시켜 내놓는 아나농 고추장과 꾸지뽕 청국장 가루, 전통 간장, 된장, 하루 한끼 청국장 등 모두 우리 땅에서 재배하고 수확한 우리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들이다. 장을 담그는 과정을 주도하는 사람은 물론 어머니이지만 생물 교육학을 전공한 민솔 씨의 과학적 지식과 사고도 품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장맛의 핵은 ‘발효’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믿음이 가는 부분이다. 일본의 사케 기업에서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한 조건을 ‘후계자의 미생물 전공’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민솔 씨의 전공은 어쩌면 운명적인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 정도이다. 민솔 씨는 요즘 청국장 정도는 혼자서 다 만들고 있다. 콩을 씻고 다듬고, 가마솥에 붓고, 불을 피우고 하는 일 말이다. 청국장을 혼자 만들 수 있게 되기까지 실수와 오류도 있었고, 최적화 된 식품을 만들기 위한 실험적 행동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장 농부’가 된 김민솔 씨와 아나농의 미래는 우리 먹거리의 안전한 미래와 일치하는 게 아닐까? 김민솔 씨가 만드는 아나농의 장류는 스토리펀딩 프로젝트, 또는 네이버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식초와 와인의 꿈

▷오노피아 최해욱의 순발효 와인&식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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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설탕이 들어간 발효식품까지 멀리한다. 오노피아 최해욱 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설탕을 넣지 않고 순수하게 발효시킨 식초와 와인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오노피아를 만든 사람은 최해욱 연구소장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포도주 양조학을 공부한 박사다. 그리고 귀국해 영동대학교에서 발효식품학 교수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오노피아’를 만든 이유는 ‘수입 일색의 발사믹 식초’를 포도의 고장 영동에서 만들고 싶다는 일종의 사명감과,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지역 포도 농가와 무언가를 함께하고 싶다는 공유 의식 때문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반가운 세 번째 이유는 사람 몸에 좋은 순수 발효식초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양에서는 양조식초를 먹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들이 먹는 식초는 순수 발효식초 뿐이다. 맛은 물론 건강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오노피아 생산 식품에 ‘와인’이 포함된 것은 ‘식초가 잘 발효된 술에서 나온다는 상식’에서 근거한다. 그래서 가당 과정이 없는 순수한 와인을 만들었고, 그것은 곧장 식초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주정이나 설탕, 물 등을 넣지 않고 오직 포도 한 가지 만으로 만든 전통 발효식초인 오노피아 발사믹 식초는 기존의 발사믹 식초에 비해 맑은 편이라 물과 1:8 비율로 희석해 음료로 즐기거나, 샐러드 드레싱,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발사믹(balsamic)은 이탈리아어로 ‘향기가 좋다’는 뜻으로, 향이 좋고 깊은 맛을 지닌 최고급 포도 식초를 일컫는다.

#오노피아



▶20년 유기농과 함께 하는 오늘과 내일

▷달기농장 조재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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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부들은 일단 존중하고 봐야 한다. 유기농이란 농작물을 만드는 일이 아닌, 비옥하고 건강한 땅을 가꾸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땅과 작물에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하다못해 아파트 베란다 텃밭 농사라도 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또한 유기농 농산물을 선택할 땐 농부의 유기농법 이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흙을 가꿔온 경력의 길고 짧음에서 생산물의 건강함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품질을 결정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니다. 달기농장의 조재호 부부는 젊은 시절부터 농사 외의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타고난 농부로 지난 20년 동안 오직 유기농법으로만 토마토 등을 재배해 왔다. 오래된 유기농법의 노하우로 이제는 ‘아로니아’ 재배도 하고 있는데, 스토리펀딩을 통해 아로니아와 토마토즙 마케팅을 시도했고 무난히 성공했다. 아로니아 분말은 껍질과 씨까지 갈아 풍부한 안토시안을 확보했다. 토마토맑은즙은 토마토를 익혀 영양을 높인 상태에서 짠 즙으로 붉은색 채소에서 얻을 수 있는 항암 물질인 ‘라이코펜’의 흡수를 쉽게 할 수 있다. 이밖에 달기농장에서는 유기농 토마토, 방울토마토 등 생 과일을 구입할 수도 있다.

▶자연에서 온 전통 수제 발효차 이야기

▷길따라, 유인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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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회 씨는 35년 전에 차 세계에 입문해 차에 빠져들었고, 23년 전 일상에서 쉽게 차를 만날 수 있는 ‘생활다례’ 개념을 정립했다. 7년 전부터는 경남 창원 진전면 산기슭에 ‘길따라’라는 공간을 만들어 전통 수제 발효차를 만들고 발효차 아카데미도 꾸려가고 있는 차 문화 전문가이다. ‘차’ 앞에 붙은 ‘전통’, ‘수제’, ‘생활’, ‘발효’ 같은 수식어들은 그 차의 성격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전통’과 ‘수제’가 핵심이다. 일체의 기계 도움 없이 전통의 방식을 이어 손으로 만들었다는 뜻과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차’라는 뜻을 내포한다. 발효차는 ‘무엇으로 발효했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유인회 씨가 만드는 차는 생강과 우엉을 원료로 하고 있다. 한 달 기준으로 약 200kg의 생강과 우엉을 사용, 350여 개의 상품을 만들고 있다. ‘길따라’의 생강차는 물에서 잘 녹고 인체에 흡수가 잘 되도록 ‘과립형’으로 만들고, 우엉차 또한 고유 약성을 높여주기 위해 볶지 않고 쪄서 제조한다. 그렇게 만든 발효차는 전량 판매되고 있다. 더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지만 ‘삶의 질’을 생각해서 거기까지만 만들고 있다. 대기업에서 유인회 씨의 발효 노하우를 구입하겠다고도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차를 만드는 일이지 돈을 만드는 일은 아니라’며 사양한다고 한다. 사람에게 좋은 식품은 어떤 사람이 어떻게 만들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일주일에 딱 3일만 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여행을 떠나고,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는 유인회 씨의 발효차가 그것을 음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쁨을 줄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유인회 씨의 발효 아카데미는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발효차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길따라’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이명리에 위치하며, 직접 찾아가거나 발효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싶다면 길따라 공식 홈페이지에 가입 후 절차를 밟으면 된다.

▶이상한 밥, 건강한 밥

▷기능성 쌀로 밥맛 올리기, 김진철 차경숙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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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쌀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런데 기능성 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모든 기능성 쌀이 제 기능을 100%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코팅을 한 쌀의 경우 씻고 짓는 동안 벗겨지거나 영양성분이 감소하기도 한다. 이 부부가 만드는 기능성 쌀은 조금 다르다. 이름하여 ‘성형 쌀’ 되시겠다. 무슨 말인고 하니, 톳이나 표고 등의 성분을 추출해서 쌀가루와 섞어 아예 쌀알 모양으로 찍어냈다는 이야기이다. 표면에만 기능이 들어간 게 아니라 속까지 기능으로 꽉 찬 쌀이라는 뜻이다. 졸지에 영양 덩어리에서 ‘영양가 높고 맛도 좋은 쌀’로 성형 변신한 식품이 바로 ‘톳’, ‘다시마’, ‘표고’, ‘녹차’ 등이다. 이런 성형 쌀로 밥을 할 땐 단독이 아닌 일반 쌀과 성형 쌀을 3:1로 섞어야 더 맛있고 영양도 극대화된다. 또한 평소보다 물의 양도 20% 가량 적게 넣어야 한다. 조리법은 상품 포장 안에 별도로 들어있으므로 어떤 영양을 섭취할 것인지만 결정하면 된다. ‘밥할때’ 시리즈를 만든 사람은 부인 차경숙 씨. ‘어떻게 사는 게 잘 먹고 잘 사는 일일까’를 궁리하던 중 ‘건강한 먹거리’를 생각하게 되었고,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양 덩어리를 쌀로 만드는 일이었다. 속까지 영양으로 가득한 쌀을 만드는 데 성공한 뒤에는 ‘쌀눈’도 판매하고 있다. 쌀눈은 리놀렌산, 비타민 B1, GABA, 식이섬유 등 현미 영양소의 66%를 함유하고 있는 영양 덩어리인데, 아마씨 등 이른바 수퍼 씨드를 밥, 음료, 나물, 반찬, 고기 등에 뿌려먹는 것과 똑같이 활용하면 몸과 마음이 기뻐한다.



▶100년 넘은 씨간장이 주는 선물

▷이경재 씨의 공희명가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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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씨는 시어머니가 세상을 뜨자 바로 그 시어머니가 장을 담그던 그 집에 들어가 유업을 이어가고 있다. 장을 담근다는 것은 생명을 만드는 일로, 그 과정 하나하나에 자연의 섭리가 담겨있다. 그 깊은 의미를 깨달은 이경재 씨는 ‘장 담기’ 자체에 인생의 뜻을 세웠고, 그 뜻을 알게 된 딸도 엄마의 ‘가업’에 참여, 함께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장은 메주, 소금, 물 그리고 자연과 사람의 마음으로 빚어진다. 장을 만들 때 가장 힘든 작업은 메주를 만들어 띄우는 일이라 하는데, 메주는 물론 소금, 물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다. 이경재 씨의 장이 특별한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직접 농사지은 콩을 재료로 전통 방식 그대로 메주를 띄우고 소금은 직접 끓여 불순물을 없앤다. 물은 청주 지역의 특산물이기도 한 초정약수에서 흘러나온 지하수를 다시 정수해서 사용한다. 그렇게 만든 된장은 3년을 숙성시킨 뒤에, 간장을 8년 뒤에 장독에서 꺼내 판매한다. 일반적으로 장을 담글 때는 담은 지 약 40여 일 후에 다시 된장과 간장을 가르곤 하지만, 이경재 씨는 처음부터 된장용, 간장용 장을 따로 담고 거기에 시어머니의 유산인 ‘씨간장’을 더해줘 맑고 감칠맛 나는 장을 만들어 낸다. 맛뿐 아니라 엄청난 유익균이 살아있는 이경재 씨의 ‘공희명가의 장’은 먹는 사람의 장 건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장이 건강하다는 말은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뜻이니 더 이상의 선물이 또 있을까? 이렇게 생산된 공희명가의 식품들로는 신안소금을 3년 동안 묵혀 이물질을 제거한 뒤 전통 방식으로 끓인 자염만 사용해 만든 ‘3년 숙성 자염 된장’, 오직 간장만을 위해 띄운 간장용 메주, 자염, 초정 줄기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로 담근 ‘공희자연간장’, 참나무 장작으로 끓인 공희 자염에 9가지 원재료를 진하게 우려낸 육수를 입힌 ‘공희뽕잎소금’, 자염, 쌀누룩, 정제수 등 세 가지로만 만든 발표 ‘공희누룩소금’ 등이 있다. ‘공희’는 이경재 씨의 바로 그 딸 이름이다. 비울수록 행복하다는 뜻의, 참으로 부러운 이름이다. [정리 아트만(아트만텍스트씽크) 사진 및 자료 스토리펀딩]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32호 (18.06.12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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