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프로파일링 CIA보고서' 받고 대화 결심"

윤설영 2018. 6. 7. 1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이 보고
'딜 메이커' 트럼프 "수많은 거래 해왔다" 자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결심한 건 미 중앙정보국(CIA)가 작성한 ‘김정은 프로파일링 보고서’ 때문이었다고 아사히 신문이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작년 가을 CIA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김정은 위원장을 “구미(欧米) 문화에 강한 동경과 존경을 품고 있다. 북한의 역대 지도자보다 교섭하기 쉬운 상대다. 미국이 포섭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CIA “역대 지도자보다 교섭하기 쉬운 상대”

이 보고서는 CIA ‘코리아 미션센터’의 앤드류 김 소장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으며, 김 위원장의 사고나 성격 등에 관한 프로파일링 보고서였다고 한다.

세기의 비핵화 담판이 될 6·12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로이터=연합뉴스]

CIA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가능성이 부상했을 때부터 다양한 분석을 해왔다. 스위스 유학시절 친구들이나 북한을 5번 방문해 김 위원장을 3번 만난 미 NBA 농구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맨을 인터뷰 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어린시절의 김정은을 알고 있는 후지모토 겐지의 저서 등도 분석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현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보고서를 전달했고, 그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줄어들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리틀 로켓맨’,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등의 도발전 비난이 점차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분석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CIA 출신으로 북한 동향을 분석해온 수 미 테리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아사히 신문에 “북한에 관한 정보는 극단적으로 제한돼있다. 소년기에 관한 증언에서 정책판단능력을 분석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으로 방북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딜 메이커' 트럼프 “내 생각대로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를 선택한 것은 ‘딜 메이커’라고 불릴만큼 거래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3월 방북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을 때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좋다. 만나자"라고 결정한 건 트럼프 자신이었다. "시기상조다"라며 신중론을 펴는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마스터 대통령보좌관에게 "역대 대통령은 부하들의 의견을 너무 경청해서 실패했지. 나는 내 생각으로 하겠다"며 나섰다.


문 대통령 만나서도 "누구보다 거래 잘 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을 때도 “거래가 잘 되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게 바로 거래다”라는 지론을 펼쳤다고 한다. 또 “거래에서 100% 확신을 할 순 없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거래를 해왔다. 누구보다 거래가 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도면밀한 교섭이나 전례를 드는 것은 싫어한다. 좋게 말하면 ‘결단이 빠르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아무 계획 없이’ 일단 저지르고 보는게 ‘트럼프 스타일’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면담을 마친 뒤 건물 밖으로 나와 작별의 인사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복잡한 설명 극단적으로 싫어해…김정은에 당하는 거 아닌지”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긴 설명이나 문서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며, 북한 문제도 우라늄 농축능력이나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 등에 대한 설명도 거부한다고 한다. 복잡한 문제도 “종이 2장에 사진과 그림을 많이 사용해 간단히 설명하라”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극히 복잡한 과정과 전문용어가 나오는 비핵화 문제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만전의 준비로 임할 김정은에게 거꾸로 당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불안을 감추지 않았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