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유한국당 때문" 판문점선언 광고 반려한 적 없다고?

이재진 기자 입력 2018.06.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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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겨레하나 측 보도자료 인용한 언론 상대로 정정보도 요청…광고대행사는 자유한국당 민원 때문에 광고 어렵다는 내용 들어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할 ‘판문점 선언’ 옥외광고물 요청에 자유한국당의 눈치를 보고 심의하지 않고 있다는 정황이 나왔는데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학생 겨레하나(이하 겨레하나)는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월 6~21일까지 온 오프라인으로 시민 2백여명의 모금으로 판문점 선언 지지 광고를 제작하고 서울교통공사에 심의를 요청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공사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언론이 “자유한국당 반발”이라는 표현을 쓰며 서울시교통공사가 특정 정당의 눈치를 보고 판문점 선언 지지광고 심의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는 개별로 언론과 접촉해 자유한국당을 거론하지 않았기에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가 정정 요청문을 보낸 걸로 확인된 언론사는 중앙일보와 통일뉴스다.

서울교통공사는 통일뉴스에 보낸 입장문에서 “서울교통공사는 ‘한국당 반발 예상’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기에 제목 수정 요청드립니다. 중앙일보도 ‘서울교통공사, 한국당 이유로 판문점 선언 광고 거부’ 기사 제목을 ‘서울교통공사 판문점 선언 지하철역 광고 게재 거부한 이유는?’라고 수정하였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앙일보는 서울교통공사의 정정보도 요청을 받아들여 제목을 수정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겨레하나와 광고심의 문제로 통화할 때 “자유한국당 반발 예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기에 자유한국당 반발이 예상돼 광고를 반려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판문점선언 광고 실무를 맡은 대행사는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자유한국당 민원” 때문에 광고 승인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8일 겨레하나가 요청한 광고에 난색을 표했다. 겨레하나 관계자와 통화에서 공사는 “자유한국당 항의가 예상된다.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으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승인이 있으면 재심의 하겠다”며 심의를 반려했다고 한다. 이에 겨레하나는 종로구 선관위로부터 광고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전달하고 광고를 재요청했지만 공사는 중앙선관위의 의견을 받아야 한다며 심의를 또다시 반려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교통공사는 중앙선관위와 광고자율심의기구에 판문점 선언 광고에 문제가 없는지 게재 여부를 요청했고, 중앙선관위는 문제없다는 답변을 냈다. 광고자율심의기구는 일부 수정하면 광고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겨레하나는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해 광고 일부를 수정해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이마저도 심의를 반려하며 자유한국당의 항의가 예상된다는 사유를 들었다고 밝혔다.

겨레하나는 서울교통공사가 “자유한국당의 항의가 예상된다. 없던 절차를 만드는 게 아니다. 자유한국당이 (남북정상회담을)‘알맹이 없는 쇼’라고 하고 있지 않느냐. 문재인 대통령 생일광고 때처럼 항의와 논란이 예상된다. 그래서 다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겨레하나는 서울교통공사가 사실상 특정 정당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판단해서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 측의 광고 거부의 부당함을 알렸고 언론은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겨레하나에 “자유한국당 반발” 때문에 광고가 어렵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한 것. 그런데 판문점 선언 광고 실무를 맡은 대행사도 공사로부터 자유한국당 민원이 들어오면 광고 게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언론을 상대로 사실상 거짓말을 늘어놓은 셈이다.

지난달 8일 광고대행사가 겨레하나 측에 보낸 메일에 따르면 “금일 서울교통공사의 심의 반려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아래와 같다”며 “선거일 9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정당 또는 정치광고 광고물이 걸릴 경우.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올 여지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집행이 어려우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견을 받아, 가능하다는 승인을 받으면, 그때 재검토 가능하다고 합니다”라고 돼 있다.

메일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겨레하나 측의 광고 요청을 받고 처음부터 자유한국당에서 민원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광고 집행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 ‘대학생 겨레하나’가 제작한 ‘판문점선언’ 광고 시안

겨레하나 이하나 정책국장은 “공사 관계자 여러 명과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반발과 항의 때문에 광고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가 직접 들은 당사자이기 때문에 저에게 자유한국당 반발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항의는 들어온 적은 없는데 언론에 정정보도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 광고대행사 메일만 보더라도 서울교통공사는 특정 정당의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게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겨레하나에서는 자유한국당 반발 때문에 광고를 반려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주장하고 언론이 인용했지만, 저희들이 해당 부서에 파악한 결과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언론에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광고대행사가 공사로부터 자유한국당 민원을 예상해 광고 게재가 어렵다고 했다는 내용은 별도로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