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병우·청와대'와 맞섰던 이석수, 기밀유출 '무혐의'

정진우 2018. 6.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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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비위 내사하던 이 전 감찰관
'기밀 유출 의혹'에 청와대와 대립
2016년 8월 사표 후 22개월만에 결론
조사 과정서 '최순실 게이트' 국면 확대
특별감찰관실, 감찰 인력 '0'..기능 상실
'감찰 기밀유출' 혐의를 받던 이석수 전 감찰관. 검찰은 지난달 말 이 전 감찰관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중앙포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를 조사하다 '감찰 기밀 유출' 혐의를 받고 옷을 벗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이 전 감찰관이 이 의혹에 대한 논란으로 '박근혜 청와대'와 맞서다 사표를 낸지 22개월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 전 감찰관의 직무상 기밀 누설 혐의에 대해 지난달 31일 불기소 처분했다고 6일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감찰관이 당시 한 신문사 기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 기밀을 유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당시 언론 보도로 관련 내용이 불거진 상태였고, 해당 기자는 이 전 감찰관에게 취재 내용을 추가 확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감찰관 기밀유출 의혹은 2016년 8월 16일 한 언론사의 보도로 불거졌다. 이 전 감찰관이 한 신문사 기자와 통화하며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 진행 상황을 누설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감찰관은 당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틀 뒤 시민단체인 대한민국천주교수호모임은 특별감찰관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청와대 역시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 내용 유출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전 감찰관은 "의혹만으로 사표를 받지 않겠다는 게 이 정부의 방침 아니었느냐"며 맞섰지만 결국 그달 29일에 사표를 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전 고검장)을 꾸려 이 전 감찰관을 소환 조사하고, 자택과 특별감찰관실을 압수수색한 직후였다.

우 전 수석도 그해 11월 6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 검사들을 마주한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웃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검찰의 봐주기 수사' '팔짱 우병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별수사팀 수사는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 최순실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차례로 불거지며 '국정농단' 정국 속에 동력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자금 모금 과정’을 내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전 감찰관에 대한 청와대의 공세가 "치부를 감치기 위한 일종의 '찍어내기'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성큼 다가섰던 이 전 감찰관의 감찰 활동이 ‘국정농단'의 시발점이였던 셈이다.
2017년 11월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뉴스1]
이 전 감찰관은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날 때까지 ‘검찰 특별수사팀→박영수 특별검사팀→검찰 특별수사본부→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등을 거치며 22개월 간 피의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실도 제 기능을 잃었다. 지난 4월 말 감찰 업무 담당 차정현 특별감찰과장과 서민정·홍문기 감찰담당관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감찰 인력은 단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태다.

전직 특별감찰관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년간 이 전 감찰관 뿐 아니라 감찰관실 직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뒤늦게라도 검찰 수사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결론이 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별감찰관실도 하루 빨리 제 기능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병우 전 수석은 지난 2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비위 행위 등을 인지하고도 민정수석으로서의 감찰 직무를 유기한 혐의 등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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