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영국·프랑스 '항행 자유' 동참 선언에 中 "英군함 시범 케이스 삼겠다" 위협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2018. 6.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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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중국對서방 갈등으로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국과 중국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치르는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동참을 선언하자 중국군이 "감히 우리 문전(門前)에서 도발한다면 엄중한 후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공격적 언사로 위협했다. 남중국해 갈등이 '중국 대 주변국'에서 '중국 대 서방'의 대립 구도로 번지면서 갈수록 격화되는 조짐이다.

중국 군부 매체인 '제일군정(第一軍情)'은 지난 5일 "21세기 들어 영국의 군사력은 이제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영국 군함을 시범 케이스로 삼아 심각한 좌절을 맛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닭을 죽여 원숭이를 훈계한다(殺雞儆猴)"는 표현을 사용했다. 영국에 본때를 보여 다른 나라들은 감히 영국을 따라 할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프랑스 국방장관들은 지난 3일 남중국해에 자국 군함들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해 이 지역에 대한 어떠한 일방적 영유권 주장에도 반대하고 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6일 "중국은 미 군함을 위협하지는 못하지만 영국·프랑스 군함에 대해서는 위협적 행동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공동 전선을 이뤄 남중국해에 관여하는 것을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인공섬 7개를 조성했다. 자연 상태에선 모두 썰물 때만 물 위로 드러나는 지형으로 국제법상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곳이지만 이들을 매립해 남중국해 전체의 85%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주변국의 반대에도 병력과 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를 잇따라 남중국해에 전개하고 대만해협에 항모를 보내는 것을 검토하는 등 중국을 더욱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지난 4일에도 미국의 B-52 폭격기 2대가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을 비행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6일 정례 브리핑에서 "B-52 폭격기와 같은 전략 무기를 남중국해에 파견하는 게 군사화가 아니고 뭐냐"며 "B-52가 남중국해에 온 것이 항행의 자유를 위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은 어떤 군함이나 군용기에도 겁을 먹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해서 주권과 안전을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미국의 도발에는 반드시 반격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 사상이자 원칙"이라며 "미국 군함은 대만해협 가까이 오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국의 경고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국 항공사에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표기하라'는 중국 당국 요구를 무시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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