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10년 전 내가 용서하지 않았다면.." 음주운전 역주행이 초래한 비극

2018. 6. 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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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 내가 그 운전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살아있지 않을까요."

정 씨는 남편의 죽음이 10년 전 자신의 용서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김 씨의 여동생(34)은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던 오빠였다. 얼마 전 내 생일 때도 케이크를 보내며 엄마 환갑 때 보자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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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년 전에 내가 그 운전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남편이 살아있지 않을까요.”

정모 씨(38·여)의 흐느낌 속에서 한스러움과 후회가 동시에 배어나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영동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벤츠 차량 ‘만취 역주행’ 사고 때 피해 차량인 택시에 탔다가 숨진 김모 씨(38)의 아내다.

공교롭게 2008년 4월 정 씨는 남편과 비슷한 사고를 당했다. 만취 역주행 차량이 정 씨를 치었다. 임신 중이던 정 씨는 갈비뼈 4개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운전자를 용서하고 합의했다. 덕분에 운전자는 처벌을 면했다. 정 씨는 남편의 죽음이 10년 전 자신의 용서 탓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 탓에 비슷한 교통사고가 반복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때 운전자가 나처럼 젊어서 용서했는데…. 지금은 뼈에 사무치게 후회돼요. 만약 그 사람이 엄벌을 받았다면 (음주운전이 줄어) 남편이 살아있지 않을까요.”

5일 정 씨는 경기 이천시에 있는 남편의 집을 찾았다. 혼자 유품을 정리하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정 씨는 “10년이나 주말부부로 살면서 남편이 많이 외로워했다. 이불만 깔려있는 방을 보니까 남편이 너무 외롭게 살다가 떠난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내년에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함께 살 예정이었다.

아홉 살인 정 씨 아들의 입술에는 피멍이 들었다. 자신이 울면 엄마가 슬퍼할까 봐 입술을 깨물며 참은 탓이다. 여섯 살인 딸은 밤낮으로 아빠를 찾고 있다. 김 씨의 어머니는 10일 환갑을 맞는다. 가족여행을 갈 예정이었지만 날벼락 같은 사고 탓에 엉망이 됐다. 김 씨의 여동생(34)은 “늘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던 오빠였다. 얼마 전 내 생일 때도 케이크를 보내며 엄마 환갑 때 보자고 말했다. 그게 마지막 연락이었다”고 말했다.

김 씨의 가족은 아직 가해자 측 연락을 받지 못했다. 벤츠 운전자 노모 씨(27)는 손목 골절 등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어 입원 치료 중이다. 경찰의 정식 조사를 받지 않았다. 김 씨의 아버지는 “가해자나 그 가족 중 누구도 우리에게 사과나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았다. 가해 차량 보험사조차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씨는 경찰 면담에서 “사고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리운전을 분명 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의 가족은 “멀쩡한 가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용서를 바라면 안 된다. 합의라는 단어 자체도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그는 가정파괴범”이라고 말했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30.5%. 평균 형량은 징역 1년 4개월이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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