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50대가 먼저 뺨때려" vs. "음주검사 안했다" 대구폭행, 편파수사였나

안소영 기자 2018. 6. 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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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50대 부부 1분짜리 집단폭행 영상에
일부 네티즌 “축소 수사…경찰관 처벌” 주장
경찰 “25분 CCTV 영상 보면 상호 폭행 횟수 비슷”
“부부가 먼저 때렸다면 정당방위로 보기 힘들 수도”

인터넷 공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대구 50대 부부 폭행’ 동영상에는 젊은 남성들이 중년 부부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부부의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맞았는데 경찰이 쌍방폭행으로 몰아갔다”면서 축소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편파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경찰 설명은 다르다. “부부가 먼저 손찌검했고 이후에도 상호 비슷한 횟수로 가격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여론도 양쪽으로 쪼개졌다. 한쪽에서는 “(경찰이 소극적이었던) 광주 폭행사건이 이번에는 대구에서 벌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경찰은 “이번 사건은 집단 폭행을 당한 광주 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이 대구 부부 폭행 사건의 네 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①누가 먼저 때렸나
경찰에 따르면 술을 마신 이모(51)씨와 김모(여·55)씨 부부는 지난달 10일 오후 10시 20분쯤 대구시 동구 불로동 노래방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방향 쪽으로 오는 포르쉐 불빛으로 눈이 부셨던 이씨가 차량 탑승자 이모(37)씨를 향해 “왜 전조등을 끄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탑승자 일행이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하느냐”며 차량 밖으로 나오면서 시비가 붙었다.

이후 “누가 먼저 때렸느냐”는 부분에서 부부 측 주장과 경찰 조사내용이 엇갈린다. 경찰은 CCTV 판독 결과 아내 김씨가 차량 탑승자 일행 윤모(20)씨의 뺨을 먼저 때렸다고 밝혔다. 사건을 수사한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에 공개된 동영상은 1분짜리로, 25분에 이르는 전체 사건에서 부부가 폭행당하는 장면만 약 1분간 편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부부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 부부의 딸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2의 광주폭행 사건은 없어져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조등이 너무 밝아 꺼 달라’는 말에 운전자 이씨가 다짜고짜 욕하고 배로 밀치면서 멱살을 잡아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밀치는 행위도 폭행에 해당하므로, 먼저 때린 쪽은 차량 탑승자 일행이라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정당방위’가 아니라면 양쪽이 주먹을 휘둘렀을 경우 ‘쌍방폭행’으로 결론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경찰청이 발표한 정당 방위 요건은 △침해 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 △침해 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 것 △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등 8가지다. 전별 변호사는 “방어하기 위해서 한 행동으로 상대가 맞았다면 정당방위로 본다”면서 “하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때린 쪽이 정당방위를 주장한다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②집단폭행이었나

1분 안팎으로 편집된 ‘대구 부부 폭행’ 동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집단폭행 아니냐”면서 분노하고 있다. 일부는 지난 4월 30일 광주광역시에서 조직폭력배 등 10여 명이 A(31)씨를 집단폭행해 실명에 이르게 한 사건과 견주기도 한다.

공개된 동영상에는 이씨 등 운전자 일행 3명이 부부를 일방적으로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여성인 김씨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온몸을 때렸고, 남편 이씨도 2명에게 붙잡힌 상태로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국민청원을 올린 50대 부부의 딸은 “부모님이 격투기나 무술을 배운 것도 아니고, 아무 힘도 없는데 어떻게 팀 대 팀으로 싸운 쌍방폭행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 결과, 부부 측과 운전자 일행이 비슷한 횟수로 폭행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2명 대 3명’의 집단폭행으로 이 사건을 결론 지었다. 5명 모두가 주먹을 휘두른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50대 부부가 먼저 폭행했으며 도합 10여 차례 주먹을 휘둘렀고, 차량 탑승자 이씨 일행 3명도 마찬가지로 10여 차례 폭행했다”고 말했다.

운전자 일행은 모두 6명이었지만, 폭행에 가담한 것은 이씨 등 3명이었다. 나머지 3명은 싸움을 말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각각 70만원씩 벌금을 물었다. 이보다 더 무거운 폭행을 행사한 이씨 일행 3명에게는 각각 200만원, 50만원, 50만원 상당의 벌금형이 내려졌다. 심한 폭행을 저지른 유모(20)씨가 가장 무거운 벌금(200만원)을 물었다.

부부 측은 ‘목격자에 따르면 치료비는 얼마든지 줄 테니 죽을 때까지 때리라고 소리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50대 부부를 포함한 폭행 가담자 5명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관련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③음주 폭행이었나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양측은 사건 당시 모두 음주상태였다. 술집 영수증 확인 결과, 포르쉐 차량 운전자 이씨는 맥주 2컵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 5명은 이날 소주 4병, 맥주 5병을 마셨다. 50대 부부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폭행이 벌어지기 직전 평소 주량만큼 마신 상태”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음주 폭행’은 양측 모두에 해당하는 셈이다.

청원을 올린 50대 부부의 딸은 “부모님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가해 차주(車主)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진술했지만 음주 측정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건 당시 파출소가 출동했을 때는 양쪽 모두가 ‘음주 폭행’에 대해서 말하지 않다가, 나흘 뒤인 14일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부부 측이 ‘음주 의혹’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다 술을 마셨다. 술을 마셨느냐, 안 마셨느냐보다는 어느 정도 폭행을 했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은 포르쉐 운전자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논란을 부를 만한 대목이다.

인터넷에 대구 50대 부부 집단 폭행 영상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은 ‘축소수사’ 의혹이 불거지자 “부부가 먼저 손찌검했고 이후에도 상호 비슷한 횟수로 가격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영남일보 제공

④ 운전자 일행, 경찰 가족 있었나
50대 부부 측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폭행을 한 20대 남성 가운데 하나가 ‘집안 어른이 경찰이다’라고 말했다”고 썼다. 그러나 경찰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했다. 대구 동부서 관계자는 “이씨 일행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가족 가운데 경찰은 없었다”면서 “그 외에 친인척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문의한 사람도 없었고, 이씨 일행도 ‘가족 중에 경찰이 있다고 말한 적 없다’고 진술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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