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후폭풍.."언론, 최악 전망만 강조"
[경향신문] ㆍ보고서 쓴 최경수 부장 “고용 감소 가능성은 희박”
ㆍ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민감한 때 깊은 고민 없어”
지난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을 매년 15%씩 인상하면 2020년 최대 14만명 넘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자 논란이 뜨겁다. KDI 보고서를 반박하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해온 쪽에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KDI 보고서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이 90%에 유리하다”는 발언의 근거를 제공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와 엇갈리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소득주도성장론과 반(反)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싸고 국책연구기관 간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5일 최악의 전망만 강조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했을 때 금년도 고용 감소 효과를 3만~8만여명으로 제시했지만 여러 보완조치로 인해 현실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3만명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서 내후년까지 9만~14만명에 달하는 고용 감소 효과를 보고서에서 밝혔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힌 데다 각종 보완조치가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은 특히 “언론은 헤드라인에 금년도 8만명 고용 감소한다고 뽑았더라. 그렇게 쓰면 세상 사람들이 내 말을 아무도 안 믿을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최 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연구들은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이유를 규명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시 9만~14만명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올해까지는 괜찮았지만 내년부터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상당히 높으니 모니터링해야 할 단계”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워낙 민감한 이슈여서 KDI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 여러 부작용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외국 연구의 고용탄력성을 가져와서 몇 만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그런 주장은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120% 미만 노동자들이 증가하면 고용탄력성이 높아진다고 가정한 부분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감한 타이밍에 KDI가 더욱 깊은 고민과 연구 없이 이런 결과의 보고서를 왜 펴냈을까 싶다”며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진지하고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닐까”라고 밝혔다.
KDI 보고서를 계기로 자유한국당 등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마치 경제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KDI 보고서와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고 (최경수 부장의) 노컷뉴스 인터뷰 내용을 참조해 달라”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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