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후폭풍.."언론, 최악 전망만 강조"

박은하 기자 2018. 6. 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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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보고서 쓴 최경수 부장 “고용 감소 가능성은 희박”
ㆍ이강국 리쓰메이칸대 교수 “민감한 때 깊은 고민 없어”

이 총리 “최저임금 인상 탓, 공정하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을 매년 15%씩 인상하면 2020년 최대 14만명 넘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하자 논란이 뜨겁다. KDI 보고서를 반박하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해온 쪽에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KDI 보고서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이 90%에 유리하다”는 발언의 근거를 제공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와 엇갈리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소득주도성장론과 반(反)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싸고 국책연구기관 간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5일 최악의 전망만 강조한 아전인수식 해석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날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론적으로 분석했을 때 금년도 고용 감소 효과를 3만~8만여명으로 제시했지만 여러 보완조치로 인해 현실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3만명도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서 내후년까지 9만~14만명에 달하는 고용 감소 효과를 보고서에서 밝혔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힌 데다 각종 보완조치가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최 부장은 특히 “언론은 헤드라인에 금년도 8만명 고용 감소한다고 뽑았더라. 그렇게 쓰면 세상 사람들이 내 말을 아무도 안 믿을 것”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최 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하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연구들은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이유를 규명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 시 9만~14만명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두고 ‘내년부터 최저임금 인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올해까지는 괜찮았지만 내년부터는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상당히 높으니 모니터링해야 할 단계”라고 답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워낙 민감한 이슈여서 KDI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강국 리쓰메이칸대학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 여러 부작용을 우려할 수는 있지만, 외국 연구의 고용탄력성을 가져와서 몇 만명의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그런 주장은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최저임금 120% 미만 노동자들이 증가하면 고용탄력성이 높아진다고 가정한 부분도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민감한 타이밍에 KDI가 더욱 깊은 고민과 연구 없이 이런 결과의 보고서를 왜 펴냈을까 싶다”며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찬성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진지하고 열린 자세가 필요한 것 아닐까”라고 밝혔다.

노동계 “문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 도로에 누워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늘리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KDI 보고서를 계기로 자유한국당 등이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마치 경제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KDI 보고서와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고 (최경수 부장의) 노컷뉴스 인터뷰 내용을 참조해 달라”고 밝혔다.

■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함께 가야”김동연 부총리 입장 밝혀 “다양한 최저임금제 연구 문제해결 방향 찾는 과정”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5일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연구결과가 상이할 수 있는데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혁신성장 정책점검의 일환으로 서울 광화문 KT 본사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현장방문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 분석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수용해 좋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최저임금 문제, 산입범위 문제 등은 이런 의견을 수렴해 정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를 보는 관점, 분석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의견 차이와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개의 큰 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은 힘을 합쳐 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 김 부총리는 “따로 떼어 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는 양극화, 소득분배, 계층이동 단절 등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며 “정부는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소득주도성장이란 경제철학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소득주도성장만 갖고는 지속성장은 안돼 혁신성장이 필요하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두 가지 축으로 성장을 추구하고 이것이 1분기 소득분배 악화를 해결하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를 가졌다고 해서 소득주도성장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판받아서는 안되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총리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두고 지난달 29일 청와대 가계소득동향점검 긴급회의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반가를 내고 총리·부총리 협의회와 총리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몸이 안 좋아 반가를 내고 병원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그는 오후 일정은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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