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후 현재까지, 서울의 변화를 조감하다

김종목 기자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획전 ‘유유산수…’와 ‘정릉시대’전

조풍류, 불암산에서 바라본 상계동, 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 금니, 140×240㎝, 2016.

조풍류, 불암산에서 바라본 상계동, 캔버스에 호분, 분채, 석채, 금니, 140×240㎝, 2016.

‘유유산수 서울을 노닐다’전
재현 대상으로서의 서울 주목
특정 장소 묘사 그림들 한데 모아
세대별 프레임·기법 비교도 흥미

서울을 그린다면, 어디를 어떻게 그릴까. 중·고교 미술 수업만 받은 이들이라면, 남산이나 인왕산이나 한강 또는 광화문 같은 서울 명소를 수채화로 그리는 걸 우선 떠올릴 법하다. 미술 작가들이 옮긴 서울은 어떨까?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획전 ‘유유산수 서울을 노닐다’(세종미술관, 7월8일까지)는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서울을 담은 산수와 풍경 그림을 한데 모았다. 작가들의 상상력과 묘사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출품 작가 59명은 박노수, 문신, 변관식 같은 한국 대표급에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이후 출생한 신진 작가들까지 아우른다. 한국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회화 변천도 들여다볼 수 있다. 동시대 작가들이 각각 어떻게 서울을 해석했는지도 눈여겨볼 거리다.

김학수, 한양전도, 종이에 수묵담채, 180×392㎝(8폭 병풍), 1975.

김학수, 한양전도, 종이에 수묵담채, 180×392㎝(8폭 병풍), 1975.

박노수, 老松背-서울시가도, 화선지에 수묵채색, 115×200㎝, 1956.

박노수, 老松背-서울시가도, 화선지에 수묵채색, 115×200㎝, 1956.

서울을 ‘조감’한 작품에서 시공간 변화를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다. 김학수의 ‘한양전도’(1975)는 한양도성을 지도처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민화풍으로 그린 8폭 병풍이다. 박노수의 ‘서울시가도’(1956)에선 전쟁 이후 서울 도심 풍경이 노송 너머 드러난다. 인왕산 밑 옛 중앙청과 서울시청, 명동성당, 남산 밑 한옥마을을 한지에 수묵채색 기법으로 옮겼다. 최덕휴의 ‘서울시 경관’(1987)은 한국의 급속·압축 성장을 반영한다. 종로와 을지로 일대의 빌딩숲을 옮긴 이 풍경은 서울을 상징하는 오래된 이미지다. ‘장식 없는 풍경의 순수함’을 예찬한 최덕휴는 북한산 큰 자락을 빌딩 숲 스카이라인에 그렸다. 안충기의 ‘비행산수’(2017)와 윤세열의 ‘강변북로’(2017)는 서울 전경이 후대 작가의 손에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다. 조풍류의 ‘불암산에서 바라본 상계동’(2016)은 강렬한 원색으로 능선과 시가지를 재현한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상원, Climbers-백운대, 캔버스에 유채, 130×300㎝, 2010.

이상원, Climbers-백운대, 캔버스에 유채, 130×300㎝, 2010.

최덕휴, 서울시 경관, 캔버스에 유채, 110×306㎝, 1987.

최덕휴, 서울시 경관, 캔버스에 유채, 110×306㎝, 1987.

출품작 대다수는 서울의 특정 장소를 묘사했다. 변관식의 ‘설경(돈암동 풍경)’, 이응노의 ‘당인리발전소’, 문신의 ‘서대문풍경’, 이철주의 ‘세종로 풍경’, 민정기의 ‘홍제동 옛길’을 지금 모습과 비교하면 흥미롭다. 1970~1980년대생 젊은 작가들이 포착한 프레임과 회화 기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 있다. 김민주의 ‘별일 없이 산다’, 김수영의 ‘종근당 건물’, 김윤재의 ‘세검정’, 김주리의 ‘휘경’, 정희우의 ‘시간을 담은 지도_신사역 사거리’, 박은영 ‘뭘 보니-인사동’에선 변주된 서울 풍경, 건축물, 사람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을 노닐다’전의 작품은 전시 제목처럼 대부분 한가하고 여유롭다. 예외적인 작품이 신학철의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1998~2002)다. 갑순이와 갑돌이가 농촌을 떠난 이후 겪는 사회를 묘사했다. 미술관에 나온 ‘갑순이와 갑돌이’는 유화 밑그림이다.

윤세열, 山水-강변북로, 비단에 먹, 97×193㎝, 2017. 세종미술관 제공

윤세열, 山水-강변북로, 비단에 먹, 97×193㎝, 2017. 세종미술관 제공

‘정릉시대’전
박고석·한묵·이중섭·박경리 등
정릉 살았거나 거쳐간 예술인들
장르 넘어선 우애와 교류 조명

‘서울을 노닐다’전이 재현 대상으로 서울에 주목한다면, ‘정릉시대’전(6월24일까지)은 예술의 탄생지로 서울 정릉을 주시한다. 이곳의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삶과 예술 발자취를 좇아간다. 박고석, 이중섭, 한묵, 정영렬, 최만린, 박화성, 박경리, 신경림, 차범석이 정릉에 살았거나 이곳을 거쳐갔다. 성북구립미술관의 이 전시는 “한국적인 예술성의 터전으로서 정릉”을 조망한다. 미술관은 “1950년대 이후 정릉은 박고석, 한묵, 이중섭, 박경리 등 미술과 문학의 장르를 넘어서는 우애와 예술적 교류의 장소로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박고석의 집에는 화가와 문인들이 자주 모였다. 이중섭은 박고석의 집을 자주 찾아 머물렀고, 한묵은 프랑스로 떠나기 전 정릉에 살며 이중섭과 얼마간의 시간을 함께했다고 한다. 회화 및 드로잉 30여점, 관련 도서 및 자료 40여점, 사진 70여점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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