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시가 마음을 두드린다”

입력 2018-06-05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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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게 배우고 즐기는 모두에게 열린 문학관.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에는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문학관이 위치한 인천 신포동을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외벽 유리에 새겨진 시(이하 시창)가 바로 그것이다.

문학관의 시창은 ‘시가 있는 창고’의 줄임말로, 근대 창고 건물 네 개를 리모델링한 한국근대문학관의 가장 왼쪽에 있는 기획전시실 건축물 앞 유리면이 바로 이 시창 공간이다.

한국근대문학관 시창은 매년 3, 6, 9, 12월에 아름다운 우리 시로 옷을 갈아입는다. 2014년에는 김소월의 「바람과 봄」, 백석의 「청시」 등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시를 선보였고, 2015년에는 세계 책의 도시를 기념해 인천을 배경으로 한 한하운의 「작약도-인천여고 문예반과」, 정지용의 「오월 소식」 등이 게시돼 많은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지난해에는 『청록집』(1946, 을유문화사) 발간 70주년과 박두진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청록집』에 수록된 시를 연속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2018년 2번째 시창으로 선정된 시는 허수경의 ‘레몬’이다. 허수경 시인은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한 뒤 1992년 독일로 떠나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를 출간했고, 뮌스터대에서 고고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비롯해 산문집 ’길 모퉁이의 중국식당‘, ’모래도시를 찾아서‘,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등을 펴냈다. 시인은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인데 최근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번에 시창을 통해 선보인 허수경 시인의 「레몬」은 2016년에 발간된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에 수록된 시다. 딸기, 레몬, 포도, 수박, 자두, 오렌지, 호두 등 과일 시 연작 중의 하나로 여름에 잘 어울리는 시다.

한국근대문학관 이현식 관장은 “시창은 사전적인 의미로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르는 방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쁜 일상이지만 문학관을 지나가는 잠깐 동안만이라도 아름다운 시를 쉽고 즐겁게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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