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이사' 앞두고 '조강지처' 내친 NC, 존중은 없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8.06.05 13: 07

 프로스포츠가 성적을 우선적으로 하지만 NC의 김경문 감독 사퇴는 성급했다.
2011년 NC 창단 때부터 희로애락을 함께한 감독을, 2년 전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팀을 이끈 감독을 개막 후 2달 만에 사실상 경질했다.
NC가 최하위로 밀려난 것은 5월 20일, 불과 보름 밖에 지나지 않아 팀 개혁을 내세워 김경문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내년 마산 신축구장 완공을 앞둔 NC는 번듯한 새집 이사를 앞두고 조강지처를 내팽개쳤다. NC 구단이 모토로 내세운 명예도, 존중도 없었다.

'새집 이사' 앞두고 '조강지처' 내친 NC, 존중은 없었다

NC는 3일 삼성과의 경기가 끝나고 밤중에 보도자료를 통해 김경문 감독 사퇴를 발표했다. NC는 팀의 위기 상황에서 감독 교체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런데 최하위 추락, 어수선한 선수단 분위기가 감독 혼자만의 책임으로 지우기는 무리다.
NC는 4일 현재 20승 39패(승률 .399)로 최하위다. 5월 20일 10위로 떨어진 뒤 8~9위팀과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NC 팀 타율은 2할4푼8리다. 리그 평균 타율이 2할8푼대, NC 타선은 무기력하다. 나성범(.335)을 제외하곤, 박석민, 스크럭스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부진하다. 권희동은 허리디스크로 한 달 보름 넘게 빠졌고, 모창민은 발바닥 근육 파열로 한 달 이상 재활에 들어갔다. 투수진도 부상으로 마무리를 잃었고, 영건 장현식은 아직 선발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악재다. 단기처방이 아닌 시간이 걸려야 해결될 문제다.  
올해 구단 내부에서 터져 나온 불협화음들은 지난해 말 황순원 대표가 취임하면서 비롯됐다. 외국인 선수 교체를 두고 현장과 프런트의 의견이 엇갈렸다. 
김 감독은 2011년 8월 NC 창단 감독을 맡아 빠른 시간에 팀을 강팀 반열에 올렸다. '개국공신'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9번째 구단'의 틀을 만들었다. 2012년 2군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뒤, 2013년 1군에 합류하자마자 7위로 기대이상의 성적을 냈다. 2014년에는 2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깜짝 돌풍을 일으켰고, 이후 4년 연속 가을무대 진출을 이어왔다. 2016시즌에는 NC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시켰다.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무명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고, 뚝심있게 선수단을 이끌어 강팀으로 만들었다. 임창민, 김진성, 원종현 등 모두 진흙 속에서 김경문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발굴했기에 가능했다.  
5월말 김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 변화를 암시했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위기에 처한 팀 체질 변화를 꾀했다. 2군에서 어린 선수들을 수시로 불러올리며 동기부여를 했다. 현재 최하위이지만, 언젠가 반등 기회가 올 것을 준비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다고 판단되면, 일찌감치 내년을 바라보는 팀 운영 조짐도 있었다. 
하지만 NC 프런트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 3년 재계약을 한 김경문 감독에게 임기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적보다는 당장 최하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김 감독과 함께 한 코칭스태프에 대한 거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 감독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유영준 단장을 감독대행으로 내세워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마산구장 옆에 신축구장 공사가 진행되는 것을 두고 김 감독은 "새 구장이 들어서면 팬들도 더 많이 찾아오지 않겠는가. 우리도 준비 잘해서 신축구장에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내년 새 야구장에서 김 감독의 자리는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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