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2018]① 애플이 가장 공들인 iOS12.. 내 습관까지 최적화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2018. 6. 5. 11: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 2018'이 열렸다. 지난해와 같은 캘리포니아 산호세의 매커너리 컨벤션 센터를 무대로 전 세계에서 날아온 6천여 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5일 동안 애플 생태계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최근 WWDC에서 하드웨어가 발표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새로운 기기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WWDC 자체가 개발자 행사인 만큼 올해 애플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와 개발도구, 또 생태계와 관련된 이야기들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매커너리 컨벤션센터에서 WWDC18이 열렸다. -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특히 앱스토어에 기반한 앱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팀 쿡 CEO는 이번주에 앱스토어를 통해 개발자들이 벌어들인 돈이 1천 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돈으로 무려 107조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다. 이제는 대부분의 기기와 운영체제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앱 장터지만 사실 앱스토어는 소프트웨어를 플랫폼 내에서 유통하는 개념을 처음 세웠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소프트웨어 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앱스토어는 다음달이면 10년을 맞이한다.

애플은 iOS, 워치OS, tvOS, 맥OS 등 4가지 운영체제로 나누어 새로운 기술들을 소개했다. 이번 WWDC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역시 iOS다. 벌써 12번째 iOS로 ‘iOS12’라는 이름이 붙는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최적화에 무게, iOS11 기기 모두 업데이트

애초 애플은 WWDC 전부터 올해 iOS의 변화는 최적화에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iOS가 갖고 있는 기기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로 iOS12의 소개를 시작했다. 속도가 빨라지고, 반응성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다.

아이폰6플러스의 예를 들면 앱을 실행하는 속도가 40%, 키보드 입력 속도는 50%, 카메라 실행 속도도 70%가 빨라졌다. 프로세서에 부하를 더 많이 주는 앱의 경우 기존보다 2배 이상의 성능을 낸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애플은 프로세서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운영체제 외적인 변화 외에도 하드웨어와 프로세서를 구동하는 방식 자체를 손 본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애플의 프로세서들은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작동 속도를 늦추거나 저전력 코어로 프로세스를 넘겼다가 필요에 따라 고성능 코어로 바꾸고, 작동 속도도 끌어올리곤 한다. iOS12는 기존보다 이 전환 속도를 빠르게 했다. 이 때문에 앱이 더 많은 성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순간 즉각적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처리 속도를 높이고, 반대로 높은 성능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빨리 저전력 모드로 바꾸는 것이다. 이 전환 알고리즘을 손 보는 것으로 기기의 성능을 끌어 올리면서도 전력 소비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프로세서부터 기기, 운영체제, 앱 프레임워크 등을 함께 만드는 애플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방법이 꽤 효과가 있는지 이번 업데이트는 iOS11을 쓸 수 있는 기기에 모두 적용한다. 애플은 보통 4~5년을 한계로 잡고 매년 가장 오래된 세대의 기기의 iOS 업데이트를 내려놓곤 하는데, 올해는 2013년 출시된 아이폰5s까지 iOS11과 똑같이 업데이트를 배포한다. 또한 성능 최적화도 모든 기기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공 들이는 증강현실, 새 파일 포맷 USDZ 공개

애플은 지난해부터 증강현실(AR)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앱에 손쉽게 AR을 활용할 수 있는 개발도구인 ‘AR킷’을 내놓은 바 있는데 올해는 이를 업그레이드한 ‘AR킷2’를 발표했다. 얼굴을 인식할 수 있고 가상의 물체들을 더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것도 더해졌다. 카메라는 더 정밀해져서 3차원 물체를 읽어낼 수도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여러 기기와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공간에서 증강현실 기반의 게임에 여러 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다. 간단한 코드로 최대 4명까지 증강현실 환경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애플은 이 외에도 증강현실 관련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파일 포맷도 공개했다. USDZ라는 확장자를 갖는 파일이다. 픽사를 비롯해 어도비, 오토데스크 등 그래픽과 관련된 기업들이 함께 참여한다. 어도비는 네이티브 USDZ 파일을 만들고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에 곧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증강현실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애플은 작은 앱 하나를 더하기도 했다. 메저(Measure)라는 이름의 앱인데 증강현실을 이용한 가상의 ‘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미 비슷한 앱들이 나와 있기는 하지만 애플은 기기와 관련돼서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메저는 iOS12의 기본앱으로 들어간다.

머신러닝으로 고도화되는 사진 앱

카메라가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iOS12는 사진을 보는 방법을 바꾼다. 일단 검색 기능을 강화했다. 사진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해 맥락을 읽어내고 이를 텍스트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요즘 사진 관련 서비스들의 가장 큰 숙제다. 다만 애플은 이용자의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수집하지 않고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학습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정확도를 높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애플의 개인정보 정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그 해석은 다소 어려운 부분이었다. 사실상 운영체제 자체에서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것만이 해결책인 셈이다.

iOS12의 사진 앱은 그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고, 400만 가지 이벤트를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사물은 물론이고 콘서트나 운동 경기 이름, 박물관 같은 분류로도 검색된다.

또한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관련된 주제의 사진이 많이 모이면 이를 따로 카테고리로 묶고, 지난해 이맘때 있었던 일들, 공유된 이벤트 등을 묶어서 보여주는 ‘포 유(For you)’가 사진에도 적용된다. 애플 뮤직에서 처음 선보였던 것으로 콘텐츠의 개인화와 관련이 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시리, 자동화와 개인화로 진화

시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 같다. 시리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피커 홈팟이 출시됐고, 구글이나 아마존의 음성 인식 스피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시리는 여전히 가장 많이 쓰이는 음성 비서 서비스다. 한 달에 100억 건 이상의 명령어가 입력되고 있다. 하지만 시리의 방향성은 시장이 비교하려는 것과 조금 다르다. 이 역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서 개인화를 하려는 애플의 고집과 연결된다.

시리의 가장 큰 변화는 명령들을 개인화하고 필요에 따라서 묶을 수 있는 ‘바로가기(Shortcuts)’에 있다. 일단 시리는 단순히 음성 인식 뿐 아니라 기기 사용 습관을 분석한다. 시리에게 목소리는 하나의 전달 방법일 뿐이고, 이미 검색이나 ‘시리 앱 제안’ 등을 통해 화면을 이용해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아침마다 커피숍에 들러 앱으로 특정 음료를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면 시리는 이를 기억하고 있다가 커피숍에 도착하면 아예 앱의 일부를 띄우고 주문할 것인지만 묻는다. 이후의 주문과 결제 등은 이용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애플은 이 숏컷 API를 서드파티 앱에도 열어서 여러가지 앱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몇 가지 명령을 동시에 묶어서 처리할 수도 있다. 키노트에서는 ‘퇴근’이라는 예제 명령어를 보여주었는데, 시리에게 퇴근한다고 알리면 집에 에어컨을 켜고, 친구에게 퇴근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집까지 가는 경로와 도착 시간을 알려주고 즐겨듣는 라디오 채널을 들려주기도 한다. 이 바로가기는 직접 만들 수 있고, 아이클라우드에 보관되기 때문에 아이폰 뿐 아니라 홈팟과 애플워치로 명령을 내려도 똑같이 작동한다. 이 바로가기는 애플이 지난해 인수한 ‘워크플로우’의 영향으로 보인다.

여전히 애플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에 신중하다. 이 바로가기 역시 한 번에 많은 부분을 분석하는 대신 직접 필요한 명령을 묶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역시 이용자 개개인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애플의 정책과 연결지어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다.

기본 앱의 변경

몇 가지 기본 앱이 바뀌었다. 일단 뉴스 앱이 크게 달라졌다. 올해 3월 잡지 관련 서비스 ‘텍스처’를 인수한 것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애플은 뉴스앱에서 직접 편집팀을 운영하고 콘텐츠를 편집한다. 매체나 주제별로 뉴스를 편집하기도 한다.

달라지지 않을 것만 같던 주식 앱도 새 옷을 입었다. 차트 정보가 한 눈에 보이고, 주식 종목과 관련된 뉴스들을 바로 연결해서 볼 수도 있다. 음성 메모 앱도 디자인을 새로 고쳤고, 아이클라우드로 동기화된다. 아이북스는 애플 북스라고 이름을 바꾸었고, 전자책을 보여주는 방법들을 비롯해 디자인이 달라졌다.

이 앱들의 변화는 iOS 뿐 아니라 맥OS와도 연결된다. 네 가지 앱이 모두 맥OS에 적용됐는데, 애플은 앱 하나로 iOS와 맥OS에서 함께 작동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개발 중이고 이 앱들을 새로 개발하면서 우선적으로 양쪽 플랫폼에 똑같이 등장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슬쩍 지나갔지만 iOS12와 카플레이는 처음으로 서드파티 지도 앱을 넣을 수 있게 됐다. 구글지도와 웨이즈가 공개됐고, 국내 내비게이션 앱들도 카플레이를 통해 서비스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아이폰 쓰는 습관 분석 ‘화면 시간’

스마트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습관 자체가 사회적인 문제로 꼽히고 있다. 내가 기기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습관을 바로 잡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지난달 개발자 컨퍼런스를 통해 앱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상세하게 분석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소개한 바 있다. 애플은 이를 ‘화면 시간(Screen Time)’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단 애플은 기기에서 벗어날 시간을 만들도록 했다. 방해금지 모드를 조금 더 구체화해서 밤 시간에는 알림이 울리지 않도록 하고, 방해금지 모드를 쉽게 켜고 끄는 옵션도 더했다. 예를 들어 방해금지 모드를 한 시간 뒤에 푼다거나, 지금 장소를 떠날 때 푸는 등 방해금지 모드의 해제를 자동화해서 더 자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간혹 이를 풀지 않아 계속해서 메시지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쏟아지는 알림 메시지를 정리해주고, 잘 쓰지 않는 알림에 대해서는 끌 수 있도록 돕는다. 알림때문에 겪는 스트레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앱 사용 습관의 분석이다. 각 앱을 얼마나 많이 썼는지, 아이폰을 어떤 용도로 쓰는지, 그리고 언제 몇 번이나 들어서 켜 보는지 등을 두루 분석해주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특정 앱의 사용 시간을 제어할 수도 있다.

또한 가족 구성원에 등록되어 있다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할 수 있다.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는 것도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과하게 몰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문제다.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분석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커뮤니케이션의 진화, 메시지/페이스타임

애플이 가장 신경 쓰는 앱 중 하나인 메시지도 개선이 이뤄졌다. 아이폰X과 함께 발표됐던 애니모티콘에는 유령, 코알라, 호랑이, 공룡 등의 캐릭터가 추가됐고, 혀를 읽어들여 이른바 ‘메롱’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애니모티콘에 아바타를 만들 수 있는 ‘미모지(Memoji)’도 더해졌다. 얼굴과 헤어스타일, 소품 등을 통해 원하는대로 사람의 얼굴을 만들 수 있고, 이는 애니모티콘의 캐릭터로 활용할 수 있다.

페이스타임에는 그룹 채팅이 더해졌다. 1:1 채팅이 아니라 여러명이 동시에 화상 채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최대 32명이 채팅에 참여할 수 있다. 단체로 대화를 나누는 아이메시지 채팅방이 있다면 그 안에서 곧장 그룹 페이스타임으로 간단하게 연결된다.

작은 화면 안에서 여러 명의 대화를 담는 것이 비슷한 서비스들의 고민인데, iOS12에서는 현재 말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가장 크게 표시하고 말이 없으면 점점 크기를 줄이는 방법으로 풀어냈다. 또한 아이폰X 이용자는 페이스타임 안에서도 애니모티콘을 이용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산호세 = 최호섭 기자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ork.hs.choi@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