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스텐트 시술 후 의식불명..병원은 "밥 끊고 약 끊겠다" 퇴원종용

2018. 6. 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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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시술 후 과다 출혈…1년간 재활 치료
-병원 “당뇨 등 지병 탓” 주장…퇴원압박도
-“치료 커녕 나가라니…의료사고 입증 온힘”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인천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 다리 스텐트 시술을 받은 60대 여성이 의식 불명된 후 하반신이 마비되는 일이 발생했다. 병원 측은 재활치료가 늦어져 1년 넘게 입원해 치료중인 환자에게 나가라며 “밥과 약을 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마모(68ㆍ여) 씨는 왼쪽 다리가 저려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 측이 혈관성형술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혈관 손상이 발생해 인조혈관 금속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 그러나 몸의 피 1/3이 빠져나가는 과다출혈이 지속됐다. 이후 환자는 후유증으로 한달 가까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현재 그는 의식은 돌아왔지만 좌측 반신이 마비돼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도 잘 하지 못하는 상태다. 

[사진=지난해 60대 여성이 병원에서 인조혈관 금속 스텐트 시술을 받고 한달 가까이 의식불명에 빠졌다. 현재 의식은 돌아왔지만 좌측 반신이 마비돼 제대로 걷지 못하고 말도 잘 하지 못하는 상태다. ]

문제는 병원의 태도였다. 수술 이후 재활치료를 위해 마 씨는 해당 병원 재활병동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입원이 장기화되자 병원은 환자에게 나가라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올해 3월 초 마 씨 아들은 간병인으로부터 ‘병원 원무과에서 밥 안 나오고 운동 못하게 하고 약은 1주일 퇴원 약 있다고 준다. 환자가 너무 울어서 걱정이다. 혈압도 안재주고 당 검사도 안해준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병원 측이 환자 가족이 없는 동안 간병인에게 퇴원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었다.

마 씨 가족들 역시 재활치료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위에서 밥과 약을 끊어버리겠다는 데 그렇게까지야 하겠느냐”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다.

환자 측은 의료사고를 입증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한국의료분쟁조정 중재원, 변호사 등과 접촉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던 때였다.

환자 가족은 “추후 의료사고를 입증하려면 해당 병원에서 검사도 해야 하고 병원에 있어야 했다”며 “무턱대고 나가라는 병원이 어디에 있느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확인해보니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은 있지만 퇴원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 측이 의료사고라고 주장을 하시는데 환자가 당뇨 등 개인 지병이 있어서 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에 의료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은 그래도 상태가 호전돼 의식불명에서 벗어나 말도 어눌하지만 의사표현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의료사고라고 주장하는 환자의 입원이 장기화되자 병원은 환자에게 퇴원을 종용하기도 했다. 사진은 가족이 간병인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환자 가족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환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재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 씨 가족들은 의식불명에 빠진 어머니를 돌보는 한편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임을 입증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지병으로 인해 후유증이 발생한 것이라는 병원의 주장을 직접 반박해야 했다.

먼저 한국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중재를 하려고 했으나 병원의 동의가 없어 조정 절차를 밟지 못했다. 결국 환자 가족들은 소송을 각오하고 의료전문 변호사를 찾아 진료기록서 분석을 요구했다. 변호사는 해당병원의 과실에 의한 혈관 파열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풍선확장술시에 몇 초간, 얼마의 압력을 가했는지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시 환자 측은 병원에 시술 당시 혈관파열 시각과 그에 따른 응급처치 이행 절차, 혈관파열에 의한 과다출혈 등 응급상황을 고려한 장비 등 구비여부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이는 의무기록서에 나와있지 않는 내용이라며 밝힐 수 없다고 거부했다.

환자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찾은 것은 보건복지부였다. 환자 측은 국민신문고에 ‘의료지식이 전무한 피해자가 인과관계 등을 어떻게 소명하느냐’며 ‘현행 의료사고 시스템을 전면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신해철법’을 들어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자와 병원 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로 사망 ▷1개월 이상 의식 불명 ▷장애등급 1급(자폐성ㆍ정신장애 제외) 등의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도 의료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하는 법이다.

환자 측은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만 강제 조정이 가능하면 나머지 의료사고 피해자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절망했다. 환자 가족들은 언제 나을지 모르는 어머니의 후유증과, 여전히 병실을 비우라는 병원과, 의료사고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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