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에 국제협상컨설팅을 의뢰하는 고객들은 열이면 열 ‘왜 한국인은 국제협상에 약할까요’라며 자조합니다. 한국인이 협상에 약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에는 애초에 ‘협상문화’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창인 지디엠컨설팅 대표는 국내 유일 국제협상·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그는 최근 해외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과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해외 기업들을 위한 국제협상 대행서비스(WeNegotiate)를 론칭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분명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딜 메이킹’(deal-making)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를 찾는 대다수의 기업들은 국제협상을 앞두고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당당히 내세우기보다, ‘일만 성사되면 다행’이라는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협상은 영미권에서부터 시작된 이해상충의 해결방안이며, 이를 조정하기 위해 당사자간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윗사람의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고’ 그대로 참는 게 미덕인 한국에서는 협상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자유·권리를 중시하는 영미권에서는 부모자식 사이에서도 협상을 한다.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고, 제시된 해결책이 서로에게 공정하다고 인정될 때까지 협의과정을 거친다. 반면 한국은 문화특성 상 협상하지 않는다. 이해갈등 상태 자체를 피하고, 힘의 불균형이 생기면 영향력이 큰 상대의 일방적인 지시에 복종하도록 학습되어 왔다.
이렇다 보니 국제협상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생긴다. 신창인 대표는 “한국인은 협상상대방이 우월하다고 판단하면 주눅부터 든다”며 “반대입장을 내놓기라도 하면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워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에겐 소위 ‘갑질’을 일삼는다”며 “이는 일방적인 지시에 복종·충성을 강요하는 우리 문화가 만든 불공정한 사회관계의 부산물로서 이러한 문화내에서 ‘협상’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지디엠컨설팅을 설립했다. 신창인 대표는 “협상력은 이해관계의 해결 능력뿐 아니라 외국어 능력, 해당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 및 국제커뮤니케이션 기술도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정이나, 분명 훈련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싫으면 ‘큰 형님’에게도 단호히 “노(NO)”를 외칠 수 있는 배짱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장 협상을 앞둔 기업인들은 ‘당장의 협상꿀팁’만을 원했다. 신 대표는 “한국에 국제협상의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만큼 처음부터 협상의 기술을 천천히 배우는 것에 부담을 느낀 기업인들은 ‘시간이 없으니 차라리 우리 대신 협상을 대행해주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지디엠컨설팅은 이러한 한국기업들의 니즈에 맞춰 교육프로그램과 별도로 ‘국제협상 아웃소싱 프로그램’을 런칭하기에 이르렀다. 당장 한시가 급한 기업이 협상기술, 커뮤니케이션 스킬, 해당 국가의 문화를 하나하나 배우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사실이다.
지디엠컨설팅의 국제협상 대행서비스는 O2O서비스로 이뤄진다. 우선 온라인 신청을 통해 진행 중인 협상에 관한 정보를 파악한다. 지디엠컨설팅은 이를 토대로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조직, 협상대행을 시작한다. 신규 진행을 앞두고 있는 국제협상이라면 준비단계부터 포괄적인 컨설팅 및 협상책임을 맡게 된다. 법률자문서비스와 해외출장서비스 및 VIP 의전 서비스도 포함하며, 협상부터 커뮤니케이션 및 최종투자계약까지 원스톱 토탈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 및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접수된 국제협상은 신창인 대표의 리드하에 협상전문 PM, 지디엠의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공조로 이뤄진다. 즉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전문적인 협상대행서비스가 이뤄져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특히 해외기업들은 하버드법대 협상연구소 조쉬 와이즈(Josh Weiss)박사의 협상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신 대표는 “협상력은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이해관계의 역동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십분 활용할 때 제고된다”며 “하지만 당장 국제협상이 시급한 상황이라면 전문가들로부터 협상 컨설팅 및 협상대행서비스를 받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신창인 대표는 이화여대 행정학과 졸업 후 도미, 펜실바니아주립대학원에서 국제협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법대 협상연구소(Program on Negotiation at Harvard Law School) 및 하버드대 Davis Center for Russian and Eurasian Studies에서 9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귀국 후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에서 대외협력팀장을 역임하며 국제업무 및 글로벌 이벤트를 총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