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 첫 우승' 서현민 "이제야 무관의 한 풀었죠"

2018. 6. 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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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간 준결승만 10번..양구국토정중앙배서 정상 차지
"상위랭커지만 아직 톱클래스 아냐..몇번 더 우승해야"
"(강)동궁형에 13점차 역전한 8강전 이후 자신감 생겨"
"우승소식에 처음엔 아내도 긴가민가해..축하문자 100통 넘어"
지난 2일, 서현민(충남)이 강원도 양구군 청춘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 남자 3쿠션 결승에서 이홍기(서울)를 40:38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6년 선수데뷔 후 13년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낸 서현민. 평소 성격이 덤덤하기로 소문난 그였지만, 우승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표효했다. 우승메달에 입을 맞추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서현민.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양구군 청춘체육관에서 열린 ‘제6회 국토정중앙배 전국당구대회’(이하 국토정중앙배) 남자 3쿠션 결승전.

28이닝째에 40점을 채운 서현민(36‧충남‧국내4위)이 대기석에 앉았다. 그는 “휴~!”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후구 공격에 나선 이홍기(서울‧25위)를 바라봤다. 스코어는 12점차(40:28). 현장에선 ‘서현민의 우승’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홍기가 막판 집중력을 발휘, 10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2점차(40:38)까지 쫓아오자 관중석에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차츰 서현민은 승부치기를 대비한 듯, 큐를 꽉 쥐었다. 이어진 이홍기의 후구공격 11번째 샷. 제1목적구를 거친 수구가 아슬아슬하게 제2목적구를 지나쳤다.

그 순간, 서현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포효했다. 선수데뷔 13년만에 전국대회에서 첫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경기할 때 입을 딱 다물고 표정변화 없기로 유명한 서현민은 첫 우승에 감격했는지 눈시울이 벌게졌다.

아직 우승의 여운이 진하게 남은 지난 4일, 서현민과 전화로 얘기를 나눴다. 원래는 우승 당일 인터뷰하려 했다. 그러나 서현민 선수가 숙소가 있는 충남 서천가는 버스를 타야해서, 인터뷰를 미뤄야 했다.

우승직후 서현민의 포효와 벌개진 눈빛을 보았기에 인터뷰를 시작하면 벅차오르는 소감을 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는 “무관의 한을 풀어 기쁘지만, 톱클래스 선수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몇 번 더 우승해야 한다”며 다소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2018 국토정중앙배 결승전 직후 축하를 건네는 관중들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서현민.
▲2006년 선수등록 후, 13년만의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전국규모급 대회 우승은 2016년 ‘전국체전’에서 이룬 바 있다(3쿠션 금메달). 하지만 13년전 선수로 데뷔했을 때부터 꿈꿔온 ‘전국당구대회 정상’엔 단 한번도 못 올라갔다.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다. 전국대회 준결승에 10회 이상 올랐고, 작년엔 결승(5월 인제 오미자배)까지 가서 고배를 마셨다(당시 결승에서 이충복에 패).

그러다보니 ‘무관의 한’이 마음속 깊이 서렸나보다.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올해 3월)에서 “올해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후련함과 동시에 생전 처음 맛보는 희열을 느꼈다.

▲우승 소식에 누가 가장 기뻐하던가.

=가족들과 제 후원사의 박석준 대표(유니버셜코리아‧JBS)님이다. 아내(이지현 씨)는 우승했다고 하니 처음엔 거짓말 하지 말라며 안믿더라. 그래서 MK빌리어드뉴스에 난 제 우승기사를 보내주면서 ‘우승 인증’까지 했다. 하하. 박 대표님은 10년 전, 무명선수인 저의 가능성만 보고 지금까지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이번에도 저희 가족들처럼 크게 기뻐하셨다(서현민은 올해 초 ‘JBS 큐’ 후원선수로 계약했다). 우승하고 나서 축하전화만 40통 넘게 받았고, 카톡 등 문자는 100건이 훨씬 넘어 세질 못했다. 그런데 축하인사가 거의 다 똑같더라. “드디어 해냈구나” 라고. 하하. 다들 고마운 분들이다.

▲결승전을 되돌아보겠다. 이홍기 선수가 마지막 28이닝째 후구공격에서 10연속 득점에 성공, 2점차(40:38)까지 추격했다. 당시 심정은 어땠나.

=40점 채우고 속으로 “(우승이)왔다”고 생각했다. 사실 선배님(이홍기 선수)이 5점을 낼 때 까지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7점, 8점 점수가 계속 늘어나자 손에 땀이 났다. 동시에 ‘승부치기’에 대비했다. 선배님의 득점행진이 10점에서 그쳤기에 다행이지, 아마 승부치기 들어갔으면 졌을 것 같다. 경기 흐름이 선배님쪽으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를 꼽는다면.

=8강전(대 강동궁)이다. (강)동궁이형 컨디션이 정말 좋아보였다. 특히 전반전 마지막 8이닝째에 터진 ‘하이런 13점’ 전개과정이 정말 예술이었다. 그렇게 13점차(10:23)로 뒤진채 전반전이 끝났다. 평소 같았으면 심리적으로 무너졌겠지만, 이번 대회는 달랐다. “마음을 비우고 내 공격에만 충실하자”고 중얼거리며 후반전에 들어갔다. 그 덕분인지 슬슬 점수차가 좁혀졌고 결국엔 승리(40:38)했다. 그 경기를 통해 큰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진 4강전과 결승전에서 거침없이 나만의 샷을 구사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16강에선 최성원을 꺾었다. 그간 전국대회에서 최성원을 만나 단 한번도 이긴 적 없다고.

=전국체전에선 두 번 이겼는데. 하하. 전국대회에선 이전까지 5번 맞붙어 모두 졌다. 이번엔 겨우 승리(40:32)했지만, 역시 (최)성원이형은 대단하더라. 내가 34:21로 앞서던 21이닝째에 성원이형이 하이런 10점을 치며 따라붙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우승이다"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하고 있는 서현민.
▲올해 3월 MK빌리어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크호스는 싫다. 이제 강력한 우승후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그 바람에 다가섰다고 생각하는지.

=(단호하게)아니다. 몇번 더 전국대회 정상에 서야한다. 제가 국내 상위랭커로 올라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최)성원이형 (조)재호형 (강)동궁이형 (허)정한이형 등과 같은 ‘톱클래스’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형들처럼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톱클래스 선수가 되어야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토록 바라던 ‘전국대회 첫 우승’, 이제 서현민 선수의 다음 목표가 궁금하다.

=올해 초반 기운이 좋다. 첫 전국대회인 (3월)‘포천 전국당구선수권’ 준우승, 이번 ‘국토정중앙배’에선 우승. 이 기운을 하반기까지 유지해 세계3쿠션선수권, 국내랭킹 2위까지 출전하는 세계팀3쿠션선수권 등에 참가해 2014년, 작년 등에 이어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하고 싶다. [syle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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