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대모 윤석화 "'우만기' 기적은 이토록 사랑받은 것"

2018. 6.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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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방송 나들이, 편안한 이미지 얻어 감사해요"
"연기할 땐 지고지순한 순정파..남은 생은 생명 위한 일 하고 싶어"
윤석화 [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사람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져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작품이죠. '우리가 만난 기적' 역시 그랬어요. 선한 영향력을 가진 드라마였고, 이토록 사랑받은 게 바로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일 미니시리즈 중 유일하게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종영한 KBS 2TV '우리가 만난 기적'은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그중에서도 '연극계 대모' 윤석화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었던 건 대중에 반가운 일이었다. 송현철A(김명민 분)의 모친 황금녀로 분한 그는 이번에 단순히 얼굴만 비친 게 아니라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막춤까지 춰가며 극의 신 스틸러로 활약했다.

윤석화 [KBS 제공]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윤석화(62)는 오랜만의 방송 출연에 대해 "큰 작품이면서도 선한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는 작품이라 판단해 출연했다"고 했다.

"현장에서 제가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웃음) 물론 한 장면 한 장면 혼신의 힘도 다했죠. 저는 연기할 때는 지고지순한 순정파거든요. 막춤 장면도 아무렇게나 춘 게 아녜요. 제가 40년 동안 연극, 뮤지컬을 했지만 오랜만에 하는 것이라 얼마나 연습했는데요. 저는 한 대사, 한 장면을 하더라도 다음 이야기의 전조가 된다고 생각하고 하나하나 분석해서 연기합니다."

윤석화 [KBS 제공]

무대 연기와 달리 방송 연기는 디렉팅과 편집이 많이 관여하기에 때로는 잘려나간 분량에 속상했을 법도 한데 윤석화는 "극 전체에, 그리고 젊은 배우들에게 제가 새로운 힘을 실어줬다면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또 "박정자(연극배우) 선생님께서도 제가 이번에 연기한 걸 다 챙겨 보시고는 '윤석화란 좋은 배우를 이렇게밖에 못 쓴 건 아쉬워'라고 하시면서도 '윤석화, 아주 훌륭해'라고 칭찬해주셔서 뿌듯했다"며 "특히 제가 막춤 춘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도 찍지 않았느냐"고 웃어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 "연극 무대에서 이렇게 기다리면서 연기한 적이 없는데, 드라마 현장에서는 항상 대기했다. 그 시간을 통해 삶에서 뭔가를 기다릴 수 있는 구력을 쌓았다"고도 작은 것 하나하나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윤석화 [본인 제공]

윤석화는 또 이번에 새삼 '방송'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하고 나니 외출하면 특히 중년 여성들이 많이 알아봐 주세요. 그동안에는 제가 좀 어려운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드라마 출연을 통해 조금은 편안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감사해요. 저, 일할 때는 까칠해도 인간적으로는 굉장히 소탈한 사람이에요. (웃음) 요새는 먼저들 다가오셔서 '어쩜 그렇게 아직도 예쁘세요' 해주세요. 제가 보기엔 제가 많이 늙은 것 같은데 말이죠…."

세월의 흐름이 무색하게 고운 외모를 그대로 간직한 윤석화는 그러면서도 '자기관리'는 배우의 책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기관리는 배우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해요. 물론 곱게 가꾼다는 건 뭔가를 인위적으로 넣고 빼고가 아니죠. 얼굴에 뭘 채우기보다 마음에서 하나씩 빼면 주름 그 자체도 아름다워 보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윤석화 [KBS 제공]

소박한 연극배우를 꿈꾼 윤석화는 1983년 연극 '신의 아그네스'로 최장기 공연, 최다 관객동원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연극계 디바가 됐다. 이후 '딸에게 보내는 편지'도 호응이 뜨거웠던 대표작으로 남았고, '마스터클래스'는 그에게 이해랑 연극상을 안기며 마리아 칼라스는 윤석화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후 연출가로도 변신, '토요일 밤의 열기' 등 다수 히트작을 내놨다.

그렇게 연극계 대모로서 본업인 연기부터 돌꽃컴퍼니 대표이사 역임, 7년째 자선콘서트 개최, 비영리재단인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활동 등 종횡무진으로 활동한 그는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또 다른 꿈을 꾼다.

"돌꽃컴퍼니는 조만간 그만두려고 해요. 설립 당시에는 젊은 친구들의 길잡이가 돼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워낙 길이 많잖아요. 음지에서 후배들에게 투자하고 돕는 방법도 많으니까요. 그리고 인생 황혼기에 소망이 하나 있다면 '생명'을 위한 일을 하는 거예요. 5년 전부터 조금씩 준비해왔는데 이제 구체적인 액션을 취해야 할 때죠. 일단은 재단 활동을 통해 연극인들에게도 좀 더 봉사하고요. 나아가 미혼모들, 어려운 아이들까지 작지만 아름다운 일들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제 아들을 품에 안는 순간(그는 과거 아들과 딸을 차례로 공개 입양했다) 그런 일들을 하고 싶다는 마음속 씨앗이 생겼는데, 좋은 일도 하고 싶다고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며 "지금까지 해온 꾸준한 실천들이 그 꿈을 이루는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화 [본인 제공]

인터뷰 중 그는 전날 녹음했다는 곡, '소원' 한 구절을 즉석에서 들려주며 그런 삶을 꿈꾼다는 말을 남겼다.

"저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 직한 동산이 되길. 내 가는 길만 비추기보다는 누군가의 길을 비춰 준다면….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살길, 난 그렇게 죽기 원하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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