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에 얻어맞고 멱살 잡히는 '제복' .. 매일 두 명씩 당한다

신진호 2018. 6. 5.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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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소방관 연 700명 폭행당해
김부겸, 경찰·소방·해경청장과
"제복 명예 살리게 존중을" 호소문
충격기·벌금형 등 대응 강화키로
지난 4월 2일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입구에서 익산소방서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장면. 구급대원은 폭행을 당한 지 한 달여 만에 뇌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뉴스1]

지난달 12일 자정쯤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서는 “남성이 식당 앞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폭행당했다. 현장에 도착한 여성 경찰관이 다가서자 술에 취한 김모(50)씨는 머리채를 잡아당겨 넘어뜨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폭행당한 여경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과거에도 김씨가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점을 고려해 그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했다.

지난해 8월 28일 경남 통영에서는 음주 운항 의심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어선 선장 백모(50)씨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시도하다 폭행당했다. 만취 상태로 운항하던 백씨는 측정을 거부하면서 해경 2명의 복부를 걷어찼다. 폭행당한 경찰관들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술 취한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취객에게 폭행당하고 한 달여 만에 숨진 강연희(51·여) 소방경 사건은 온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관·해경 등 ‘제복 공무원’이 자신들의 적법한 공무 수행을 존중해 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구급대원이 취객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등 일선 현장에서 일부 국민의 갑질(폭력) 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해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철성 경찰청장, 조종묵 소방청장,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복 공무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헌신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위해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경찰과 소방관·해양경찰을 존중하고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 3년간(2015~2017년) 공무를 집행하던 중 경찰관 1462명과 119구급대원 564명, 해경 23명이 폭행으로 상처를 입었다. 연평균 700여 명이 적법한 직무 수행 과정에서 폭행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4만2752명이 공무집행 방해로 경찰에 검거됐다.

김부겸 장관은 “경찰관과 소방관·해양경찰관이 입고 있는 제복은 국민이 바로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국민에게 존중받지 못하면 제복의 명예가 사라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최근 KTX에서 여성 승무원을 괴롭히던 남성을 내쫓은 일이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부산발 KTX 특실에서 한 승객이 좌석 문제로 승무원에게 고함을 치며 소란을 피우자 “나가서 얘기하라. 어디서 갑질하는 거예요”라며 제지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 등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경찰과 해양경찰은 경고·제지에 불응하는 사람은 경찰 장구를 활용해 대처하고 집단폭력 등은 형사전담체계를 통해 대응키로 했다. 과태료에 불과한 제재도 벌금형으로 강화하고 직무집행 손실 보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소방청은 호신장구(전자충격기·최루액분사기 등) 등 자위수단 사용 근거를 마련하고 모욕행위도 처벌에 포함할 예정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행안부 장관과 각 청장이 직접 나와서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적법한 법률행위에 대해 저항하면 강력한 처벌을 한다. 최종 판결을 내리는 법원에서도 관용보다 원칙에 따른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소방활동을 방해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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