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 "최저임금 90% 효과" 후폭풍 .. 야당 "홍장표 사퇴를"

최민우.안효성 2018. 6. 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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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부채질하는 청와대 해명
홍 수석 "실직·자영업자 뺐다" 설명
야당 "숫자 놀음 .. 눈 가리고 아웅"
김의겸 "대통령 발언 근로자만 해당"
야당 "대통령 말이 진리라며 목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춘추관에서 가계소득 동향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야당은 4일 일제히 “눈 가리고 아웅” “요상한 숫자놀음”이라며 총공세를 폈고,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의 사퇴도 요구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긍정 효과 90%는) 처음부터 근로 가구에만 해당하는 통계”라며 진화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경제파탄특위 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서민경제 2배 만들기 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 해고된 실직자들은 빼놓고 (긍정 효과를) 임의대로 계산했다. 이득 본 사람만 따져서 통계를 제시하는, 이런 아전인수가 어디 있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모집단을 편의적으로 취했다. 최근 여론조사 왜곡과 어찌 그리 닮았나”라고도 꼬집었다.

김종석 당 정책위 부의장은 “대통령의 발언을 주워담느라 (청와대가) 통계 왜곡까지 하고 있다”며 “(실직자 등을 빼고 긍정 효과를 계산한) 홍장표 수석에게 실망했다. 책임지고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도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청와대는 통계청의 조사 결과까지 부정하며 요상한 숫자놀음을 하고 있다”며 “국민은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하는데, 청와대는 ‘살기 좋아졌다’고 국민에게 강요하고 격”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24일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역대 최고치인 8% 감소했고, 양극화 지수 역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후 최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긍정 효과 90%”라며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두둔하고 나서자 논란이 커졌다.

특히 이날 야당의 반발에 불을 지핀 건 전날 홍장표 수석의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홍 수석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통계청 원자료를 다시 분석해 보니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만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1.8%포인트 하락했고, 나머지 90%는 지난해 대비 2.9%포인트에서 8.3%포인트 증가했다”며 “문 대통령의 90% 발언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를 합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통계청 자료와 달리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기에 문 대통령의 발언은 전혀 잘못된 게 아니라는 취지였다.

김의겸. [뉴스1]
이 같은 청와대의 반박은 이날도 이어졌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문 대통령이 하신 말씀은 처음부터 전체 가구나 전체 국민을 상대로 한 얘기가 아니었다”며 “처음부터 근로자 가구의 90%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얘기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경제성장률이 2%대였고, 그래서 저성장과 저고용으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러다 이제 3%대로 회복하는 중”이라며 “미세한 곳에 주목하기보다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더 크게 봐 달라”고도 요구했다.

야당은 이에 또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내고 “김의겸 대변인의 발언은 최저임금 정책에 일자리를 잃은 한계근로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애초 대상이 아니었으며 ‘일하는 근로자만’을 위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고, 도산, 폐업 우려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권성주 대변인도 “나라 경제가 거덜나건 말건 청와대는 오직 ‘대통령 말은 진리’에만 목을 매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을 유지하는 사람의 소득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경제 전반을 논의하려면 단지 근로자만으로 제한하기보다 자영업자와 실업자 등을 포괄해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민우·안효성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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