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쓴 황새, 면봉 든 해마 .. 돌고래 뱃속서 비닐 80장

강찬수 2018. 6. 5.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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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태계 위협하는 플라스틱
플라스틱 면봉을 잡은 해마. 사진작가 저스틴 호프만이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촬영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지난달 28일 태국 해변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다 나흘 만에 숨진 돌고래의 뱃속에서는 비닐봉지가 무려 80여장이나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변에 밀려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황새, 면봉을 꼬리에 감은 해마, 그물에 감긴 바다거북이, 산호초를 뒤덮은 플라스틱병들…. 전 세계 바다가 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여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끝도 없다. 플라스틱 오염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5일은 ‘환경의 날’. 유엔 환경계획(UNEP)은 올해 환경의 날 주제를 ‘플라스틱 오염 퇴치(Beat Plastic pollution)’로 정했고, 한국 정부도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정했다. 전 세계가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60년간 83억t 생산, 9%만 재활용

환경의 날을 하루 앞둔 4일 인도 북동부 구와하티시 쓰레기 처분장에서 한 소년이 땔감을 줍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엔 환경계획 등에 따르면 19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83억t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이 중 약 50억t은 매립장으로 가 땅속에 묻히거나, 해양 등 자연계로 배출됐다. 전체 플라스틱의 9%만 재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1분마다 100만개의 플라스틱 생수병이 판매되고 있고, 매년 100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도 플라스틱 쓰레기 다량 배출국이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간 132.7㎏으로 미국 93.8㎏이나 일본 65.8㎏보다 많다. 그만큼 많이 버린다는 얘기도 된다. 중앙일보가 환경부 폐기물 통계를 바탕으로 국내 플라스틱·합성수지 쓰레기 발생량을 재산정한 결과, 2016년 기준으로 사업장 산업폐기물을 포함해 하루 약 2만t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이 중 매립되는 것이 5.1%, 소각되는 것이 33.9%, 재활용되는 것이 61%였다. 재활용되는 것 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으로 재활용된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플라스틱 폐기물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재활용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세계 각국도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대부분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기 위하는 제안을 내놓았다. 재활용률을 현행 30%에서 2030년까지 55%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연 1000만t 바다로

이탈리아에서는 아드리아 해(海)의 트레미티 섬을 ‘플라스틱 없는 섬’으로 지정, 지난달부터 이곳에서는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했다. 위반 시에는 500유로(약 62만5000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일랜드 시민들은 지구의 날(4월 22일) 하루 전인 지난 4월 21일 전국적인 “숍 앤 드롭(shop and drop)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쇼핑 후 플라스틱 포장재를 벗겨 슈퍼마켓에 쌓는 행사였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불필요한 플라스틱을 없애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 1인당 소비량 세계 최고 수준

캔 맥주를 담는 포장재에 끼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거북이. [그린피스]
프랑스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 관련 법을 2016년 9월에 제정했다. 분해가 안 되는 플라스틱 컵·접시·포크 등을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퇴출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이미 2014년에 비닐 쇼핑백을 금지해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종이나 재사용 가능한 봉투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시의회는 내년 6월부터 식당·술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영국과 스위스 일부 도시,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지에서도 식당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나 커피 스틱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식품이나 전자제품 완충재로 사용하는 발포 폴리스티렌(EPS)을 대체할 수 있는 마이코폼(Mycofoam)이다. 에코베이티브(Ecovative)라는 회사는 모형 틀에 농업폐기물과 곰팡이 균사를 섞어 곰팡이가 자라도록 했다. 균사체를 말려서 포장재로 사용하는데, EPS처럼 충격으로부터 물건을 보호하면서 고객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생분해성인 데다 폐기물로 만들었다는 장점도 있어 델 컴퓨터 등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다.

이집트 와디 엘 가말 국립공원 해안에서 물고기들이 쓰레기 사이로 헤엄치고 있다. [그린피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어내너스 애넘(Ananas Anam)’이 만든 피냐텍스(Pinatex)는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친환경적이고 내구성 있는 가죽 대체품이다. 파인애플 잎에서 섬유를 추출, 신발과 가방, 소파 등을 만든다. 파인애플 농장에서 버리는 잎을 사용하기 때문에 농가로서도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인도의 베이키스(Bakeys)라는 회사는 수숫가루로 먹을 수 있는 스푼 등을 보급하고 있다. 내구성도 있고, 먹는 데도 큰 불편이 없다.

4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 주최로 열린 환경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소비-폐기-재활용을 거쳐 다시 생산으로 이어지도록 원이 닫혀야 한다”며 “시민들도 재활용품 분리 배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영국 빨대 사용 금지 추진

한편, 환경의 날은 오염과 개발로 훼손된 지구 생태계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 1973년부터 유엔이 기념하고 있고, 한국도 96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정부 차원에서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주제에 맞게 기념식을 5일 오후 2시 대표적인 도시재생공간인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연다. 40여년간 석유비축기지로 일반인들 접근을 통제하던 곳을 재활용한 생태·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박경조 녹색연합 부설 녹색사회연구소 이사장과 김진홍 중앙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임종한 인하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등 유공자 38명이 정부 포상을 받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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