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라돈 침대 사태, 발빠른 정부 대응이 필요한 이유 / 강희태

2018. 6. 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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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강희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라돈이 검출되어 교환을 한 대진침대에서도 라돈이 검출되었다는 제보가 나오고 이에 대한 확인에 들어가는 등 사태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라돈과 관련한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하고자 한다.

라돈 침대 사태는 라돈이 방출되는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을 침대 매트리스에 사용하면서 발생하였다. 모나자이트는 한 수입업체를 통해 들여왔고,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의해서 방사성을 띠는 물질이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신고가 된 상태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방사성을 띠는 물질을 신고받았으면 이 물질이 문제가 될 것인지를 확인하고 관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라돈 침대 사태를 돌이켜보면 원안위는 모나자이트가 어느 업체로 가서 최종적으로 어디에 쓰였는지, 혹시나 소비자들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현재 법적,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라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모나자이트를 사용해 매트리스를 만든 대진침대만큼이나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이 큰 이유이다.

라돈 문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제기된 적이 있다. 하지만 정부의 라돈 관리 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마련되어 라돈이 나오는 원료물질이나 공정부산물, 가공제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지만, 라돈 침대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관리에 허점이 많다. 방사성을 띠는 물질이 제대로 원안위에 신고가 되고 있는지, 신고 이후에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가공제품은 1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 자체는 문제가 없는지 등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실내 라돈 농도 권고기준은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의해 규정되어 있다. 공동주택은 200Bq(베크렐)/㎥ 이하, 다중이용시설은 148Bq/㎥ 이하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기준이며,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게다가 이 기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는 지적이 있으며, 단독주택에 대한 기준은 아예 없다.

2014년에는 라돈이 방출된 석고보드 건축 자재물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건축법 등에는 건축 자재에서 방출되는 라돈을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5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총휘발성유기화합물, 폼알데하이드(포름알데히드), 납, 카드뮴, 수은 등에 대한 실내 공기 오염물질 기준은 있지만 라돈은 빠져 있다.

라돈은 흡연 다음의 폐암 위험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통 100Bq/㎥만큼 라돈 노출이 늘어날 때마다 7~16% 정도 폐암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원안위 발표에 따르면, 대진침대 21개 모델 매트리스에서 연간 1mSv 이상 노출되었으며, 이들 모델 판매량이 8만7749개라고 한다. 대진침대 사용으로 인해 라돈에 추가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1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추가적으로 폐암이 발생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연구 결과 및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하건대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건강 피해처럼 참사 수준일 수 있다. 현재 대진침대를 중심으로 매트리스 교환 작업이 한창인데, 교환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에 대한 코호트(등록 및 추적관찰 시스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코호트를 구축하여 폐암 발생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며, 폐암 발생 시 노출 정도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같이 환경성 질환으로 보상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매트리스가 다 교체되고 나중에 노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매트리스를 교체하는 지금이 코호트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이다. 범정부적으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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