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가이드 투어, 중요한 건 ○○의 컨디션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여전히 몽생미셸은 상상의 영역이었다. 일단 (파리에서) 너무 멀었다. 차로 이동해도 4시간 30분~5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쉬지 않고 달려야 그 정도였다. 렌트를 하긴 버거우니 결국 기차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계산조차 되지 않았다. 피로도를 산출하는 건 더 어려웠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너무 빠듯했고, 환상적이라는 야경을 볼 수 없다면 뭔가 김이 샐 것 같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파리 크레파스, 유로 자전거 나라, 인디고 트래블 등 다수의 여행 업체가 검색된다. 대표적인 곳을 몇 개 골라 일정과 가격을 비교해 보면 금세 답이 나온다. 화, 목, 토만 출발하는 업체도 있으니 여행 일정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파리 크레파스와 계약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어떤 업체를 선택하든 무방하다. 일정이야 거기서 거기이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모두 비슷하다.
야경이 일정에 포함돼 있는지, 어느 쪽이 가격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지만 고려하면 된다. 이벤트를 하고 있는 업체가 있다면 좀더 저렴히 다녀올 수 있다. 나의 경우는 야경 포함 12만 5천 원이었는데, 여기에 수도원 입장료(와 로컬 예약비) 15유로와 저녁 식사비가 추가된다. 파리에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에 숙소까지의 샌딩 비용도 따로 지불해야 한다. 역시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07:00 파리(개선문)에서 출발, 10:00 에트레타 도착, 12:00 옹프뢰르 도착, 16:00 몽생미셸 도착, 19:30 저녁, 22:00 야경, 22:30 파리로 출발, 02:00 파리 도착'이다. 아침 7시에 시작해 다음날 02:00(라고 돼 있지만, 그 시간에 도착하는 건 어렵다. 실제로는 02:30이 훌쩍 넘었다.)에 끝나고 총 3곳(에트레타, 옹플레흐, 몽생미셸)을 들리는 강행군이다.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운전기사의 운전시간을 제한함으로써 장시간 운전을 막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운전기사들은 2시간마다 15분 가량의 누적 휴식을 취해야 하고, 4시간 이상 운전을 하게 되면 15분과 30분(누적)을 더해 2번 휴게소를 들러야 한다고 한다. 시간은 다소 지체되겠지만, 운전기사의 컨디션이 보장돼야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그만 마을을 통과해 해안가로 나오면 양쪽으로 절벽이 펼쳐진다. 에트르타에는 코끼리 절벽이 유명한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형세가 코끼리를 꼭 닮았다. 큰 절벽을 엄마 코끼리, 작은 쪽은 새끼 코끼리라 부른다. 절벽 위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금세 숨이 차는데, 갑자기 웬 등산인가 싶다가도 뒤돌아서면 펄쳐지는 장관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된다. 절벽 위에 서서 바닷가를 바라보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큰 교회를 중심으로 얼키설키 뻗어있는 골목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골목을 따라 상점과 갤러리가 늘어서 있었는데, 그 아기자기함이 마레 지구와 로지에르 거리에 못지 않았다. 오히려 로지에르 거리는 평범하다고 여겨질 만큼 옹플뢰르의 골목들은 개성 넘쳤다. 곳곳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들은 옹플뢰르가 인상파 화가들의 도시이자 예술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 이제 우리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시간이다. 또, 한참을 달려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잠이다. 그러나 내부가 생각보다 쾌적하지는 않다. 좁고 불편하다. 그래도 대부분 잘 잔다. 잔다기보다 골아떨어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예정보다 좀 늦은 17시 무렵 드디어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멀찌감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기묘한 건축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잠에 취했던 사람들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한다.
몽생미셸은 조수 간만의 차가 매우 심한데, 만조일 때는 완전한 섬이 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야경이 아름다운 관광의 명소쯤으로 여기고 있지만, 실제로 이 곳은 중세 시대의 대표적인 성지순례 장소이다. 지금에야 자동차를 통해 손쉽게(?) 올 수 있게 됐지만, 중세 시대에는 이 곳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을 게다. 지금도 수많은 종교인들이 저마다의 염원을 갖고 몽생미셸을 찾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수신기를 통해 듣는데 음질이 썩 좋지 않다. 또 집중이 잘 되지도 않는다.) 수도원을 한바퀴 훑고 나서, 저녁을 먹기 위해 셔틀 버스를 타고 다시 몽생미셸 수도원을 빠져 나왔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10시가 돼야 겨우 해가 지기 때문에 저녁을 먹고 나서도 한참이나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은 휴식 등 개인 정비를 해도 좋고, 함께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보내도 좋다.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다들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몽생미셸에서 파리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파리에 당도할 무렵, 가이드가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공연장 근처에서 흉기 테러가 발생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줬다. 파리 시내는 비상사태였다. 덩달아 여행자들의 마음도 싱숭생숭해졌다. 그날 몽생미셸을 다녀오기로 한 걸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여행은 계속돼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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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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