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친문"..경기도지사 선거, 때아닌 '文과 거리좁히기'
경기도지사 선거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후보 모두가 문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다. 서로가 '친문'(親文)을 강조하며 공방에 불이 붙었다.
시작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둘러썬 각종 논란이다.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부터 일베 논란까지 거치며 경기도 '문심'에 균열이 생겼다. 이 후보가 대통령의 측근인 전해철 의원과 경쟁해 승리한 것도 한몫 했다.
갈라진 틈은 내홍으로 번졌다. 일부 문팬들은 일간지 광고에 '혜경궁 김씨가 누구냐'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 틈을 남경필 한국당 후보가 파고들었다. '연정 공약'을 내세웠다. 남 지사는 지난달 9일 재선 도전을 공식화하며 "경기도와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해 문재인 정부와 경제 연정, 일자리 연정을 하겠다"고 문 정부와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야당 후보이지만, 정권와의 협력 뜻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 비핵화와 남북평화 정착을 추진하는 문 정부 기조를 언급하며 "접경지역 경기도의 특성을 살려 '핵 없는 북한'과의 담대한 협력방안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정을 강조했다.
틈새를 노린 남 후보의 전략에 이 후보는 포문을 열었다. 남 후보의 거리좁히기 전략을 견제하고 나섰다. '박근혜 수호천사'를 자처했던 남 후보의 과거 발언 등을 언급했다. 남 후보에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며 문 정권과의 거리 벌리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지난 주말 경기도 유세에서 또 "한국당 소속 홍준표, 남경필은 다 한덩어리다. 그래서 '홍경한' 이라고 이름을 내가 붙였다"며 "여기에 맞설 '문재민'이란 말을 만들었다.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민주당, 문 대통령과 이재명은 문 정부를 함께 만든 동지인 만큼 문재인과 이재명은 한 몸" 이라고 상반된 프레임을 대비·부각했다.
이 후보는 특히 "남 후보가 자한당이 아닌척 하고 다니고 있다. 민주당과 가까운척 하고 있다. 문 정부와 연정하겠다고 다가온다. 거기에 속을 국민들이 아니다" 라고 밝히는 등 직설적으로 남 후보의 최근 '친문'을 파고드는 행보에 대해 경고했다.
안성지역 유세에서도 "4년 전 박근혜 대통력 위세가 하늘을 찌르던 지방선거 때 남 후보는 (스스로) '박근혜 수호천사'라고 했는데, 사고 쳐서 쫓겨나니 바로 탈당했다"며 "그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했으면 본인도 책임지고 사퇴해야지 보따리 싸서 도망가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냐"며 질책했다.
또 이 후보는 "자기 살려고 탈출해도 좋지만 이왕 갔으면 좀 진득하게 남아 있어야지 탈당하는 사람 비난했다가 자신도 탈당했다"며 "결국 한국당에 가야 살아남을 것 같으니까 홍준표 밑으로 다시 들어갔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앞서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도 남 후보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 아들 남경필이 대한민국의 딸 박근혜를 지켜내겠다"고 말한 장면과, 이 후보가 2016년 탄핵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장면을 대조했다.
또 전날 연천 유세에서도 이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 입장을 바꾸고, 패배를 맛보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흉내를 내면서 '연정'(연합정치)을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며 "언제나 센 쪽에 붙었다가 또 순식간에 배신하는 그런 사람에게 경기도정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경기 북부에 지역구를 둔 정성호·유은혜·윤후덕 의원도 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남경필 후보는 촛불혁명 때는 새누리당을 버리고 바른정당으로 갔다가 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그야말로 카멜레온 정치행보를 보였다”며 “이는 이미 국민이 탄핵한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원 기자 jayg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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