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공포③]라돈 피해 입증·보상 '산넘어 산' 장기과제 불가피

곽선미 기자 2018. 6.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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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피해 실태 조사 진행 적극 나서야, 보상 중재 역할도 중요
대진침대 수거조차 난항..업계 "제2의 가습기사태 우려"
노형욱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라돈 검출 침대 대응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 '라돈 검출 침대'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 호소가 쏟아져 나오면서 보상 체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라돈이 길게는 수십년의 잠복기를 거친다는 점에서 역학조사와 함께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우선 요구된다.

더불어 피해에 상응하는 보상책이 요구되지만 제조사가 영세한 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자들이 적정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업는 상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진침대는 직원수 27명의 소규모 기업인 탓에 라돈 검출 침대를 수거하는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유통업체(1곳)로부터 라돈의 피폭 원인 물질인 '모자나이트'를 구매한 업체들이 대진침대를 포함해 66곳에 달하지만, 다른 업체에선 눈에 띄는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피해 보상 논의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정부도 현재까지는 실태 파악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라돈 침대 소비자들이 '정부와 기업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 종합 대책 마련한다지만…수거조차 '미흡'

정부는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조정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라돈에 피폭이 확인된 대진침대 모델이 기존 7종뿐만 아니라 14종이 추가로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소비자 지원 방안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집단분쟁 조정신청'을 언급했다. 지난달 23일 소보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이 접수됐으며 6월 중 집단 분쟁 조정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는 게 골자다. 또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원자력의학원에서 전화상담, 전문의 무료 상담 등을 진행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부 관계자는 "매트리스 수거, 안전성 확인, 소비자 지원에 집중하겠으며 이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및 제도 개선 사항에 대해 전문가, 소비자 단체 의견 등을 종합해 범부처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28일 천안시 서북구 대진침대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수거한 침대 매트리스를 쌓고 있다. 2018.05.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소비자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수거조차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원안위는 지난달 24일부터 검출 모델을 중심으로 하루 2000개씩, 1개월 이내 수거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내놨으나 수거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수거 기간 중 방사능 추가 피폭을 우려해서다. 원안위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능 차단 비닐을 우선 배포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자체 폐기하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진침대가 선정한 외부 수거용역업체도 방호복이 없다는 이유로 수거 작업에 직원들을 전적으로 투입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 같이 전개되자, 소비자들을 비롯해 환경·시민단체에서는 잇따라 기자회견, 좌담회 등을 열어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한국YWCA연합회 2층 강당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어 정부에 라돈 침대 사태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같은 날 낸 자료에서 "대진 침대 문제가 언론에 노출된 지난달 4일부터 17일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들어온 상담 1518건을 분석한 결과 대진침대 회수, 피해 보상, 건강문제 등의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며 "정부가 빠른 수거와 함께 피해 보상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진침대 피해보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18.5.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진침대 피해 보상·배상 난항 예상…업계 "정부 나서야"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일단 정부가 주무부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주무부처가 원안위로 설정돼 있지만 실태 조사 선의 역할만 하고 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관련 부서로 지목되지만 피해 보상 담당 부처는 사실상 전무하다. 소보원의 집단분쟁 조정 신청이 거의 유일한 보상 및 배상 대응이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보건과학대학 교수)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책이 여러부서에 흩어져 있어 문제"라며 "통합 관리를 통해 시스템을 일원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라돈 검출 침대를 사용한 소비자들이 피부질환과 갑상선 등 질환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라돈 피폭과 질병간 연관성을 우선 파악하고 피해 절차를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라돈은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기준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담건수는 3741건이며 이중 분쟁 조정을 원하는 소비자가 180명 이상이고 집단피해보상 청구 소송 참여 소비자도 28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대진침대가 현재 논란의 중심이긴 하지만, 모자나이트 구매업체가 60여곳에 달하는 등 다수의 책임주체가 있고 다수의 피해자도 발생하고 있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유사하게 진행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대진침대라돈피해자온오프라인통합모임은 지난달 30일 '라돈침대사태와 시민안전'이라는 주제의 긴급 좌담회를 열었으며 대진침대 사용자 112명을 대상으로 펼친 설문조사(5월22~28일 진행, 복수응답)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Δ피부질환 41명 Δ갑상선 26명 Δ두통 19명 Δ무기력증 19명 Δ어지럼증 13명 Δ호흡곤란 13명 Δ불면증 10명 Δ비염 10명 Δ코피 9명 순으로 질병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라돈에 대한 폐질환은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수 있어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진침대가 중소업체로서 피해보상 및 배상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점도 정부 측 대응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범 정부 차원 대책 수립 기구 마련과 피해자들이 안정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대표 책임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배상안을 발표하고 배상을 진행 중이지만 기업 도산에 놓인 '세퓨'는 배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집단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대진침대가 세퓨와 마찬가지로 책임지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정부가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gs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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