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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 52시간]①통신사 '유연근무제 발빠른 도입'..야근 많은 게임업체 '난감'

김현아 2018. 6. 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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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인터넷, 게임 대기업은 선택근무제 확산..조직 문화 바꾸자
중소 게임, 스타트업, IT서비스 업계는 '부담'..정부에 제도 보완 건의도
[이데일리 김현아 김유성 이재운 기자]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7월부터 300인 이상 회사들은 주당 52시간 근로제를 시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근로시간을 줄여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이뤄내기 위해서다.

전산 시스템으로 무장한 정보 기술(IT) 기업들은 어떨까.스마트워크나 메신저 회의가 일상화돼 다른 업종보다 도입이 수월한 측면은 있으나 정부가 법으로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데 대한 불만도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데이터를 원료로 한다는 점에서 IT 기업들의 근로환경 변화나 조직문화 혁신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줄어든 근로시간 때문에 생산성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인건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우려를 줄이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높여 생산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한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이 일의 혁명까지 되려면 권위적이고 형식적인 조직 문화가 바뀌고 대국민서비스나 국가안보 시스템 관리 같은 분야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 인터넷, 게임 대기업은 선택근무제 확산…조직 문화 바꾸자

법 시행 전에 통신사들은 이미 주 52시간이 아닌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 중이다. 근무 제도를 40시간에 맞춰야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예상못한 일들이 발생했을 때 법 테두리 안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1일부터 직원 개개인이 근무시간을 직접 설계하는 자율적 선택근무제 ‘디자인 유어 워크 앤 타임(Design Your Work & Time)’ 시행 중이다. KT는 작년부터 수요일 6시 정시 퇴근 캠페인을 하더니 올해 3월부터 유연근로제를 전면 시행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8월 ‘시차출근제도’를 시작했다.

보수적인 이미지의 통신사들이 앞다퉈 유연근무제에 나선 것은 직원들이 출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처럼 창의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다.

특히 2017년 기준 2만 3817명을 고용한 국내 최대 IT 고용기업 KT는 ‘9ood jo6’라는 조직문화 캠페인도 병행하면서 줄어든 근무시간에 회의시간이 부담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1시간 안에 결론 있는 회의, 핵심 위주의 간결한 보고, 명확한 업무 지시 등이 핵심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유연근무제’ 도입에 방점을 찍었다. 신규 서비스 출시 등 바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해 총 근무 시간 관리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시행 중인 ‘책임근무제’와 새로 도입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유연근무제 도입을 추진 중인 넥슨이나 ‘탄력적 시간근로제’를 도입한 엔씨소프트 등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기업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 기업의 근무시간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제조업 위주 규제’라는 시각도 있다. 전준희 유튜브TV 팀 엔지니어링 디렉터(전무)는 “최소 시간 근무제를 하고 나머지는 생애주기,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밸런스를 스스로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소 게임, 스타트업, IT서비스 업계는 ‘부담’…정부에 제도 보완 건의도

중소 게임사나 스타트업, IT서비스 업계는 도입을 준비하면서도 부담감을 내비치고 있다.

신규 게임 출시를 앞두고 개발자·디자이너 등 프로젝트 팀 구성원들은 ‘살인적인’ 노동에 들어가는데 주 52시간에 맞추라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부터,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게임 경쟁력이 뒤처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스톡옵션’ 등 미래 가치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도 노동 시간 대비 급여로 봤을 때,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어 걱정이다.

시스템통합(SI)을 중심으로 잦은 야근과 철야 등 고된 노동을 했던 IT서비스 업계도 긴장하나 차츰 각종 도구 활용을 통해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1만 2958명이 일하는 삼성SDS가 ‘자율출퇴근제’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LG CNS가 4월 말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SK㈜ C&C도 월 단위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이미지: 픽사베이
미디어 스타트업 직원 이모 씨는 “52시간 자체가 주5일 8시간 일하고 추가로 12시간 일하는 것을 뜻해 결코 적게 일하는 게 아니다”라며 “주 52시간 도입에 (경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는 것은 엄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IT서비스의 경우 특성상 발주업체의 갑작스런 추가 요구나 돌발 변수의 등장 등에 대한 위험관리는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에△선택적 근무제·탄력적 근로시간제 산정 기간을 현행(각 1개월, 3개월)보다 확대(6개월 이상 1년 이내) △발주자의 사정으로 계약 금액이나 기간 조정(합의)없이 IT서비스 업체에 휴일·야간 작업 지시 등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 △수행 업무 중 대국민서비스(금융·통신·보건 등), 국가안보 등 관련 IT시스템 장애대응 업무는 근로시간 단축 예외업무로 지정 등을 건의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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