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라돈침대 사태' 재발 막으려면
[경향신문] 지난달 라돈침대 사태가 불거진 후 정부가 서둘러 종합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하며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최근 다른 침구류 제품들에서도 안전기준치를 넘어선 방사능이 측정돼 시민들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웰빙마케팅’에 편승한 업체들의 무분별한 방사성물질 남용, 방사성물질 가공업체들에 면죄부를 준 생활방사선 규제제도, 정부기관 규제인력의 절대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일본에서 시작된 ‘음이온 마케팅’이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수백배 높은 방사능 농도의 침구제품으로까지 극단화되며 지난 2007년 라돈매트 사태와 이번 라돈침대 사태로 이어졌다. 이들 매트리스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방사능이 나오는 주원인은 재료인 모나자이트의 토륨성분이다. 물론 우라늄도 섞여있지만 그 10배가 넘는 토륨성분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토륨은 내열 특성으로 지난 1980년대까지 북미·유럽에서 항공기엔진 합금, 가스랜턴 심지 등 각종 공산품에 사용되었으나, 방사능오염 우려가 확산되면서 1990년대에 대부분 비방사성 원료로 대체되었다. 미국에선 토륨폐기물 관리처분 규제도 강화되면서 광산업자들은 지난 1994년까지 토륨을 함유한 모든 모나자이트광산을 폐쇄했다. 그러나 인도 등 안전규제가 취약한 개도국에서는 고가의 희토류 추출을 목적으로 여전히 토륨 함유 모나자이트를 채굴하고 있다. 수입업자들을 통해 국내에 유통된 모나자이트는 이들 개도국에서 희토류를 추출한 뒤 남은 모나자이트 부산물(분말)이나, 애초 희토류가 적고 토륨성분만 많은 모나자이트(모래)인 것으로 보인다.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활방사선법) 역시 큰 문제다. 지난 2012년 이 법안을 수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상당 부분 미국 방사성물질 관련 면허규정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 규정들과 달리 가공업자에 대한 규정을 제외시키면서 문제의 침대제조업체들에 면죄부를 줬다. 물론 생활방사선법을 보완하는 일은 당장 가능하겠지만, 향후 정부대책은 걱정할 만하다.
정작 방사성물질의 가공, 유통과정을 감시할 수 있는 규제인력은 한숨 나올 만큼 빈약하기 때문이다. 원안위의 경우 생활방사선과 방사성원료 및 가공제품 담당 1명,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생활방사선 측정 담당 2명, 환경부는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라돈담당 1명이 사실상 전부이다. 국무조정실이 관계부처 고위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해 연 기자회견이 민심 수습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향후 정부대책을 이행할 인력, 장비, 예산을 갖추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과거 경험처럼 여론이 잠잠해지면 중단될 공산도 크다.
이 때문에 허술한 국내 규제체계가 보완될 때까지 당분간이라도 방사성물질의 수입통관 과정에서 규제를 대폭 강화해 원천부터 차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방사성물질 안전규제가 취약한 국가들에서 수입되는 모나자이트 등 특정 천연광물들에 대해서는 수입금지를 포함한 규제강화가 시급해 보인다. 토륨처럼 세계시장에서 이미 다른 원료로 대체된 방사성물질들은 연구용이나 특수 산업용을 제외하고 제조업과 민생에 백해무익하다.
<석광훈 | 녹색연합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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