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반도체는 인체의 심장"..국산화 진두지휘

김대기 2018. 6.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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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 조달계획 문서로 자국 반도체·부품 구매 의무화

◆ 中, D램 담합 조사 ◆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반도체 국산화를 강조하는 등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선진 수준으로 끌어올려 매년 2000억달러에 이르는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이 이끄는 신(新)기술 혁신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중국은 2019년을 '반도체 국산화의 원년'으로 삼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3일 신화통신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4월 26일 중국 우한에 위치한 중국 토종 반도체 업체인 우한신신(XMC)을 시찰하면서 "반도체는 인체의 심장과 같다"며 "심장과 같이 중요한 반도체 영역에서 우리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며 '반도체 심장론'을 제시했다.

시 주석의 발언 이후 중국 당국은 지난달 '2019년 중앙 국가기관 IT 제품 구매계획 공고'를 발표했다. 이 공고에 따르면 중국 부처와 공공기관, 반도체 부품 조달 기업들은 중국산 반도체 제품 및 부품을 일정 비율 구매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조달 계획에 자국산 반도체 제품 구매가 명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당국이 반도체 기술 육성에 혈안이 된 이유는 대내외 시장 정세 때문이다. 우선 중국의 반도체 수요는 매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반도체 규모는 2601억달러로 전 세계 반도체 거래 물량의 65%에 이른다. 중국이 AI, 스마트 가전 등 신기술 분야로 제조 영역을 빠르게 넓혀 나가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중국 당국의 근심거리로 등장했다. 급기야 지난해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중국 반독점국에 반도체 수입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중국 당국이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번 반독점 조사는 반도체 강자에 대한 견제와 함께 자국 반도체 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부품 조달 창구였던 ZTE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도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 시점을 앞당기게 한 촉매제가 됐다. 홍콩 봉황TV는 패널 토론 프로그램에서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에 대해 심각한 경계심을 품고 있고, 실질적으로 ZTE에 대한 제재까지 가했다"며 "중국 당국이 (반도체 등) 기술 영역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반도체 금융 지원과 민간 기업을 통한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 반도체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다. 홍콩 봉황망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달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에서 최소 1500억위안(약 25조5000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500억위안을 민간 기업에서 투자하는 국가급 반도체 육성 펀드를 만들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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