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논란 홍준표, 결국 지원 유세 안 하기로

홍 대표, 페북 통해 취소 밝혀

선거전략 수정 후폭풍 우려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사거리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당 소속 후보들의 선거 지원 거부에 고민하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결국 지원 유세를 포기했다. 불리한 선거 지형에서 현장 분위기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지만, 공식선거운동 초반부터 전략을 수정하는 데 따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홍 대표는 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이번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며 “이들 후보들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판단이 들어 내일부터 저는 유세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제가 유세에 나서니 ‘문재인 대 홍준표’ 대결로 고착화 되고 있다”며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 세상인데 ‘문재인 대 홍준표’ 대결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지원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선거만 이길 수 있다면 제가 무엇인들 못 하겠느냐”고도 했다.

홍 대표가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기로 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당초 한국당 지도부는 공식선거운동 기간 홍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쌍끌이 방식의 선거운동을 구상했고, 전날까지 이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일부 지역 후보들이 홍 대표의 지원을 거부하는 이른바 ‘홍준표 패싱’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이 같은 중앙당 중심의 선거 운동 방식의 한계를 노출했다. 이에 전날까지 겉으로 태연한 반응을 보였던 홍 대표는 이날 예정된 서울과 경기, 강원, 충북 등의 지원유세 일정을 전날 오후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판세가 객관적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전략을 수정하는 건 분초를 다투는 일”이라면서 “지역민심을 한번 훑은 홍 대표가 아마 중앙에서 큰 메시지를 전달하며 고공 플레이에 집중하고, 대부분 지역은 후보들에게 맡기는 전략으로 궤도를 수정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의 간판인 대표와 원내대표의 지원 유세를 거부할 정도로 각 지역에서 표출되고 있는 한국당에 대한 메시지 거부 현상을 자인한 셈이라 남은 선거기간 동안에도 어려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