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배달료 받고 되레 수익 늘었죠"

이덕주 2018. 6. 3. 17: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달료 부과 한달..점주들 영업이익 개선돼 '반색'
본사 나서지 않은 프랜차이즈도 가맹점 자체 배달료 부과 확산
매출 줄어 본사 수익 줄어들 듯 "배달앱·대행업체도 상생 동참을"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인 교촌치킨이 5월부터 모든 가맹점에 배달료 2000원을 부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교촌치킨 가맹점주들은 배달료 부과로 박한 마진에 숨통이 트였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본사 차원에서 배달비 부과를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가맹점들이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부과하는 곳이 늘고 있다.

배달료를 받는 치킨집이 늘어나면서 배달음식 주문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은 배달료 결제서비스를 추가할 예정이다.

3일 교촌치킨 관계자는 "한 달이 지난 결과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가맹점주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됐다"면서 "특히 업무 환경(직원처우)이 개선돼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가맹점에 나가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본사 매출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의 마진이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주문 앱과 배달대행의 보편화 이후다.

2017년 외식업경영실태에 따르면 치킨 매장들은 월평균 29만원을 배달 앱에, 45만원을 배달대행에 사용하고 있다.

치킨 가격이 1만5000원일 경우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원·부자재 가격은 최소 7000원 정도다. 닭고기 가격에 기름, 포장지 등 각종 부자재를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 배달대행이 건당 3500원이며 주문 앱에 내는 수수료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략 10%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주문 1건당 마진이 3000원 정도인데 이는 임차료, 전기료, 세금 등을 제하기 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배달료 2000원 부과는 가맹점주들의 마진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다.

3000원이 마진인 점주가 배달료를 고객에게 부담시켜 마진이 5000원이 된다면 매출이 40%가 줄어도 순수익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살인적인 노동 강도가 줄어들고 직원 처우를 개선할 수 있어 나쁘지만은 않다.

지난달 23일 bhc 점주들은 단체행동에 나서면서 본사가 주문 앱 회사와 진행했던 프로모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미 많은 비용을 수수료로 내고 있어 마진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점주들을 고려하지 않고 프로모션을 하면서 가맹점주들이 1000원을 더 부담해야 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주문 앱과 배달대행이 초기에는 편의를 증진시켰지만 모두가 이것을 사용하게 되자 오히려 폐해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예전에 전화로 주문했을 때 건당 100원이었던 수수료가 주문 앱의 등장으로 2000원으로 늘어났다"면서 "배달대행도 기존에 없던 비용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문 앱은 구조적으로 자영업자들 간 '출혈경쟁'을 조장한다는 게 점주들 주장이다. 예를 들어 '슈퍼 리스트'로 불리는 입찰형 광고의 경우 경쟁이 붙을수록 광고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구조다. 지속적으로 광고비를 낼 수 있는 자영업자는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광고비가 점점 높아지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순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치 야구장에서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모두가 일어나게 되는 것처럼 주문 앱은 자영업자들의 과열 경쟁을 유발한다.

배달대행 서비스의 확대는 전반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나타났다. 성과제인 배달대행에서 일하려는 라이더가 많아지면서 전속 배달원을 고용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고, 이들의 급여도 높아졌다. 전담 배달원이 있더라도 피크타임 때는 배달대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전부 배달대행을 사용하는 가게도 생겼다.

치킨점주들에게 주문 앱과 배달대행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요악'이 된 셈이다. bhc 관계자는 "점주들의 마진을 가장 많이 빼앗아간 것은 주문 앱인데 모든 잘못이 본사에만 있는 것처럼 비쳐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뿐 아니라 배달 앱과 배달대행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자영업자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옥승호 한국전기이륜차배달라이더협회 지부장은 "플랫폼 회사들은 정보기술(IT) 기반 물류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화려한 수식어를 내세우지만 이는 개인사업자인 라이더와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놔야 진정한 혁신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