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 '3점포 쾅'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무사 2, 3루 때 3점 홈런을 쳐낸 삼성 강민호가 환호하고 있다.

▲ 강민호, '3점포 쾅' 지난 5월 2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말 무사 2, 3루 때 3점 홈런을 쳐낸 삼성 강민호가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월 31일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프로야구 경기 도중 삼성 포수 강민호가 돌발적인 행동을 저지른 것이 방송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6회 kt 오태곤의 타석에서 파울-홈런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된 틈을 타 강민호가 덕아웃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얼굴에 갖다 대고 혀를 내미는 동작을 취했다.

강민호의 당시 동작은 속어로 쓰이는 표현이다. 의미를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제스쳐다. 보통 어떤 사실 혹은 상황을 강조하거나 확신할 때 "이게 아니라면 나의(혹은 너의) 엄마를 걸겠다"는 의미로 쓰이는 행동이다. 강민호는 이 동작을 취한 후 누군가를 향하여 미소짓는 얼굴로 "진짜야, 진짜"라고 다시 강조하는 듯한 입모양도 잡혔다. 정황상 비디오판독 결과에 대하여 그만큼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할수 있다.

강민호의 동작은 비속어를 의미로 담은 것이었다. 심지어 '부모 가족을 걸어도 좋다'는 식의 맹세는 아무리 악의 없는 장난이거나 표현을 순화하더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지 말아야 할 언행이다. 당연히 카메라가 있건 없건, 누가 보든 보지 않든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설사 철 없는 10대 소년이 그랬더라도 비판받아 마땅한 행동을, 대중의 모범이 되어야 할 프로야구 선수가 한 셈이다. 그것도 이런 행위를 나이도 30대를 넘겨서 철이 들 만큼 들었다는 베테랑 선수가 경기 중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버젓이 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심지어 강민호 정도 되는 유명 선수가 그 정도로 공공의식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다른 프로야구 선수들은 얼마나 심각할지 걱정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선수들간의 매너 문제... 남녀노소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강민호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라는 명성을 누리고 있지만 최근 선수들의 연이은 도덕 불감증과 사회적 책임감의 부재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속출하고 있다. 승부조작이나 음주운전, 폭력, 도박, 약물복용, 뒷돈 거래같은 큰 사건들도 있지만, 일부 선수들의 경박한 언행과 무개념으로 반복되는 '매너'의 문제도 결코 작은 일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일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시시때때로 내뱉는 욕설이나 부적절한 언행은 이미 일상이 된지 오래다. 지난 5월 30일 기아 타이거즈 외국인 투수 헥터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넥센 선수단 쪽을 향하여 이른바 '손가락 욕설'을 하는 장면이 중계에 포착되어 논란을 일으켰다. 헥터는 평소에 친분이 있는 넥센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향하여 장난스럽게 저지른 행동이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헥터 지난 4월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일이 중계 화면에 잡히지 않아도 의외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간 이런 짓궂은 장난을 하는 경우는 숱하게 많다. 서로 친분이 있는 동료이자 남자들끼리 가벼운 욕설을 하거나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리는 것이 오히려 그만큼 사이가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애정표현'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친목질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한다. 사석이라면 몰라도 그라운드는 수많은 팬들, 특히 아이들도 지켜보고 있는 공공장소이기 때문이다.

장난이 아닌 상황도 많다. 일부 선수들 중에는 경기 중 생각대로 플레이가 안 됐을 때나 판정이 불만스러울 때 화를 못 이기고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다가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발언 때문에 일부 선수들의 경우, 욕설과 발음이 비슷한 '식빵'이라는 별명이 아예 이름 뒤에 고유명사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강한 승부욕의 표현"이라거나 "선수도 사람이다"라는 명분으로 무마하기도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습관성으로 저지르는 행동이라면 옹호받기 어렵다.

물론 선수들의 입장이나 심정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한국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스트레스를 분출하기 위하여 다양한 '욕설 문화'가 오래 전부터 발달한 측면이 강하다. 남성들일수록 아주 어릴 때부터 욕설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게 현실이며, 특히 격렬한 남성성을 더 과시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집단적으로 언어습관이 더 거친 분위기에 물들어있을 수도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단순히 일부 선수들의 언행이 거칠거나 무의식 중에 욕설을 한다고 이유만으로 모든 운동선수들의 인성을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인기와 사회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그에 걸맞는 책임감도 따른다. 오늘날의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모두 함께 즐기는 국민스포츠가 되었고, 경기장을 직접 찾지 않아도 TV중계를 통하여 모든 가족과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 앞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노출된다. 방송매체와 중계기술이 발달할수록 사각지대는 점점 줄어든다. 지금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의 대가는, 단순히 야구를 잘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그에 걸맞는 품위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말이나 행동하기 전, 프로 선수의 의미 되새겨야

어린 시절부터 수십년간 반복해온 욕설, 무의식중에 몸에 배어버린 거친 언행들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물론 쉽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라는 직업을 '운동을 잘하는 선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존재하는 선수들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유명 선수들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아이돌이나 우상이 될 수도 있다. 선수들의 독특한 플레이스타일이나 세리머니는 팬들 사이에서 화제와 유행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무의식 중에 저지르는 언행이나 욕설 또한 팬들이 항상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만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의 그런 행동을 지켜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누군가는 프로야구 선수의 행동을 보고 '손가락 욕설'을 처음 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나아가서는 그런 욕설이 별로 잘못된 행동도 아니라고 무감각해지거나 "저렇게 유명한 프로야구 선수들도 버젓이 욕을 하는데" 같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선수들 본인의 가족이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가볍게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