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바퀴벌레 우유가 슈퍼푸드? 곤충식품의 명암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06.02 09:56

수정 2018.06.02 09:56

아스파이어 푸드가 판매하는 곤충 스낵으로 만든 음식 [사진=아스파이어 푸드 그룹 페이스북]
아스파이어 푸드가 판매하는 곤충 스낵으로 만든 음식 [사진=아스파이어 푸드 그룹 페이스북]

미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바퀴벌레 우유'가 슈퍼푸드 트렌드가 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바퀴벌레 우유가 처음 등장한 건 2016년. 국제결정학연합 학술지(IUCrJ)에 바퀴벌레 우유가 일반 우유의 3배 이상의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곤충이 식용은 커녕 징그러운 벌레로만 취급받아온 것에 비하면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는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5억명에 이르고, 인류 생존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2배 많은 식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곧 닥칠 식량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 중 하나가 바로 곤충이다.

단백질, 섬유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 곤충은 육류에 비해 기르기 쉽고 값도 훨씬 싸다.
또 쇠고기 생산에 비해 12∼13배 적은 물과 사료가 사용돼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다. 가능성을 엿본 전 세계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곤충식품을 내놓고 있다.

맨 왼쪽. 아스파이어 푸드가 판매하는 귀뚜라미 스낵, 가운데. 엑소의 단백질 바, 맨 오른쪽. 차풀의 단백질 바 [사진=각사 공식 홈페이지]
맨 왼쪽. 아스파이어 푸드가 판매하는 귀뚜라미 스낵, 가운데. 엑소의 단백질 바, 맨 오른쪽. 차풀의 단백질 바 [사진=각사 공식 홈페이지]

■전 세계 곤충식품 열전

미국 실리콘밸리 1세대의 주역, 90년대 IT 중흥기를 이끈 존 챔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지난해 12월 시스코를 떠난 뒤 '아스파이어 푸드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스파이어 푸드는 귀뚜라미 그래놀라, 귀뚜라미 밀가루, 구운 귀뚜라미 등을 생산·판매하는 곤충식품 기업이다. 챔버스는 "10년 뒤에 인류의 주요 단백질 섭취원은 곤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미국 식품기업 '차풀' 역시 귀뚜라미 가루와 카카오를 섞어 단백질 바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곤충 먹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스타트업 '버그파운데이션'은 딱정벌레 애벌레를 패티로 넣은 버거를 개발해 아헨 지역 슈퍼마켓에 출시했다.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이미 검증을 마쳤다.

프랑스 대형마트 체인 까르푸는 스페인의 300개 지점에 훈제 귀뚜라미가 든 초콜릿 바, 칠리소스가 가미된 매운맛 애벌레 스낵을 출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핀란드의 식품기업 파제르가 귀뚜라미 가루와 밀가루, 씨앗 등을 섞어 만든 '귀뚜라미 빵'을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5월 한국 대표 식품 육성 품목 중 하나로 '곤충식품'을 추가했다. 이마트도 일부 매장에서 4월부터 식용곤충 분말과 버섯을 첨가해 만든 고단백 시리얼을 판매하고 있다.

독일 버그 파운데이션의 곤충버거, 스페인 까르푸에서 판매하는 곤충스낵 [사진=각사 홈페이지]
독일 버그 파운데이션의 곤충버거, 스페인 까르푸에서 판매하는 곤충스낵 [사진=각사 홈페이지]

■곤충=벌레=해충? "아직은 거부감 강해.."

이처럼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곤충식품'이 미래 대안식으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아직까지 곤충은 징그러운 벌레로, 해충으로 인식된다. 곤충식품의 장점을 홍보하고, 곤충을 분쇄해 시각적으로 거북하지 않은 음식을 만든다 해도 일반적인 혐오감을 줄이기 어렵다.

안정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포브스는 긍정적인 전망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알레르기 반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피해 유형이다. 두드러기부터 아나필락시스 쇼크(급격한 전신 반응)까지 다양하다.

누구나 즐겨 먹을 것 같은 계란이나 우유 등도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곤충식품도 이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곤충식품에는 주의문구가 포함돼 있다.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이 지난 1월 미 베니티 페어를 통해 살아있는 박각시벌레 먹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니콜 키드먼 공식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베니티 페어]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이 지난 1월 미 베니티 페어를 통해 살아있는 박각시벌레 먹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니콜 키드먼 공식 인스타그램 영상 캡처·베니티 페어]

게다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슈퍼푸드 열풍이 불고 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다소 값을 치르더라도 건강식을 선호한다. 건강함, 신선함 등의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곤충식품이 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동안 혐오와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진 '곤충'이 영양 만점의 건강식품이 된다 한들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긴 어려워 보인다. 곤충이 아니어도 먹거리가 풍부한 환경에서 굳이 '곤충식품'을 찾아서 먹을 리 만무하다.
특정인을 위한 슈퍼푸드가 아닌 보편적인 대중 식품이 되기에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 '곤충식품'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