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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현생불가겜' 배틀그라운드, '치킨'을 새로 정의하다

머니투데이
  • 홍재의 기자
  • 김현아 기자
  •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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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그노믹스]①롤·옵치 누르고 게임세계 평정한 우리나라 게임

간만에 국내 게임계에 대박 상품이 등장했다. 그 이름은 배틀그라운드. 줄여서 '배그'. 이 게임 덕에 PC방 사장님도 부품판매업계 사장님도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었으니. 롤과 옵치에 빠져있던 수많은 게임 유저들이 배그에 빠져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무지막지한 생존게임 배그는 어디서부터 불어왔으며 어디까지 번져나갈 것인가...?

요즘은 ②가 대세.
요즘은 ②가 대세.



"야, 치킨 먹으러 가자"

이 말을 듣고 먹는 치킨=통닭을 생각했다면 경기도 오산. 낙하산 타고 학교 갈 생각에 신났다면 빙고!

요즘 '치킨 먹자'의 대세는 먹는 치킨이 아니야.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하러 가자는 얘기야. 이 게임은 한 판당 100명의 플레이어가 '너 죽고 나 살자' 싸우는 방식인데 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1등을 차지하면 이런 멘트가 나와.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그러니까 '치킨 뜯으러 가자'는 말은 곧 '배틀그라운드 하러 가자' '배그에서 1등 먹자'는 뜻이지.

치킨짤을 보면 기분이 조크든요.
치킨짤을 보면 기분이 조크든요.

◇롤? 옵치? 이젠 배그하러 가자

인기 게임이 한둘도 아닌데 왜 꼭 배그냐고? 이 게임,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급식이(=중고딩)들부터 학식이(=대딩), 회식이(=직장인)까지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게임이거든. 게다가 4,50대 부장님들도 심심찮게 배그를 한다니까?

지난 10년 동안 유행한 게임을 보면 주로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즐겼어. 리그오브레전드(LOL, 롤)나 오버워치(옵치)가 5년 이상 게임트릭스 PC방 점유율 기준 1위를 차지했는데,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가 30~40대한테는 미치지 않았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롤 챔스 결승전이 열렸을 때 관람객들로 경기장이 꽉 차고 미국의 겁나 유명한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가 축하공연을 했는데도 어른들은 전혀 알지 못했어. 이매진 드래곤스 팬들은 오히려 이런 반응이었지. "잉? 그 유명한 밴드가 웬 게임 행사에?"

언제나 우리를 반기는 로비. /사진=게임 '배틀그라운드' 화면
언제나 우리를 반기는 로비. /사진=게임 '배틀그라운드' 화면


근데 배그는 달라. (원래 청소년 이용불가였던 탓도 있지만) 게임을 하는 연령대가 굉장히 넓어. 게임을 하면서 음성 채팅을 해보면 남녀노소 다 있어. 30~40대는 물론이고 여성 이용자도 굉장히 많아.

한번은 이런 채팅도 들었어. 같은 편끼리 서로 나이를 물어보면서 한 명이 "저는 33입니다"라고 소개하니까 바로 옆 사람이 "응. 그래. 그럼 말 놓을게"라고 지시를 하더라고.

배그 하루 이용자수는 무려 80만명을 넘었어. 요새 배그에 푹 빠져있는 한 유저에게 배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냐고 물어봤어.

박광규(32, 서울 성북구)

"몇 년 만에 PC방을 가봤는지 몰라요. 요새 제 주위는 전부 배그해요. 게임을 한동안 안 하던 친구들이랑도 간만에 PC방을 같이 가거나 저녁에 게임에서 만나서 같이 배그를 하고 있죠. 예전에 친구들과 노는 코스 중에 술 마시기, 당구장 가기, 노래방 가기 등과 동격으로 '스타'(=스타크래프트)가 있었던 것처럼 요즘은 배그가 그 코스에 들어갔어요."


◇6년 만에 칭찬받는 국내 게임사

플레이어들만 배그를 반기는 건 아냐. 게임관련 회사는 물론이고 PC 판매업체, PC방까지도 배그의 인기에 박수를 치고 있어.

배그가 국산 게임인 건 알고 있지?

2012년 '디아블로3'가 게임트릭스 기준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온라인 게임종주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 게임시장의 자존심은 저기 지하 땅굴에 쳐박혀 있었어. 롤, 옵치 등 외국 게임이 5년 이상 1위를 독식했거든. 이제 우리나라 게임이 1위 할 일은 없다고 비관하던 때도 있었어.

그런데 배그가 PC방 점유율 40%를 넘어서면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어. 벌써 27주째 1위에 올라있는 건 물론, '디아블로3' '롤'의 전성기 때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 간만에 한국 게임의 자존심을 세워줬다고 할까?

자랑스런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
자랑스런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


배그는 우리나라 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열풍을 몰고 왔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종종 SNS에 배그 관련 사진을 올리면서 자신도 배그를 열심히 한다고 인증을 했지. 한번은 자기만의 '서버'를 만들 수는 없겠냐는 내용을 SNS에 올리기도 했어. 골 세리머니로 배그 캐릭터가 하는 행동을 따라한 적도 있대.

'배그님하, 나 커스텀 서버 좀' 네이마르 트위터.
'배그님하, 나 커스텀 서버 좀' 네이마르 트위터.


울나라 게임사가 웬일로 이런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냐고? 배그는 '테라'를 만들었던 '블루홀 스튜디오'의 자회사 'PUBG'(펍지)에서 만든 게임이야. 배그가 기존 총싸움 게임과 다른 점이 '높은 자유도'와 '넓은 맵' 때문인데 아무래도 MMORPG('리니지'나 '와우'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해 동시에 즐기는 롤플레잉 게임)에 강한 블루홀이 만들었다고 하니 이해가 좀 되지?

덕분에 '블루홀 스튜디오'의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어. 지난해 매출(연결기준)이 무려 6665억원. 2016년과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 늘었대. '테라' 이후에 하늘만 쳐다보던 블루홀이 대박을 친 거지. 원래 적자를 보던 회사가 작년에 251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고 해.

배그는 예전에 CD를 사듯이 3만원 가량의 돈을 내고 구입(다운로드)해야 할 수 있는 게임인데(PC방 가서 하는 건 제외) 지난해에만 3000만장을 팔았어. 지금까지 총 4200만장(스팀, 카카오게임즈, 엑스박스 포함) 판매됐고, 지난해 12월에 발매된 엑스박스용 배그도 400만장 이상이 팔렸대.

모바일 버전은 100개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어. 16일엔 우리나라에도 출시됐지. 이제 길거리를 걸어다니면서도 스마트폰을 파파파팍 터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야.

김창한 펍지 대표
김창한 펍지 대표


이 게임을 개발한 회사 사람들은 돈방석에 앉았어. 얼마 전에 '블루홀'이 특별 상여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배그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성원들한테 최소 10억원 이상, 최대 50억원까지 상여금을 준대. 게임 출시 이후에 회사에 들어온 직원들한테도 평균 3000만원 이상을 준대지 뭐야. 부럽ㅠ

개발사인 '펍지', 모회사인 '블루홀'만 만세를 부르고 있는 건 아냐. 배그 인기 덕에 덩달아 춤추는 회사들이 늘어났지. 일단 배그를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카카오게임즈'.

배그는 '카카오게임즈' 이전에도 해외 게임 서비스업체인 '스팀'을 통해서 서비스되고 있었는데 지난해 12월21일 '카카오게임즈'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게임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했어. PC방 점유율이 지난해 11월 27% 가량이었다가 지난 4월에는 39%까지 오르면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 총 40%의 점유율 중 '스팀'이 20% 정도, '카카오게임즈'가 20% 정도를 나눠 갖고 있다는군.

배그 더럽♡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배그 더럽♡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그동안 이벤트 기간이라 PC방에서는 카카오 배그가 무료였는데 지난 4월부터 PC방을 상대로 유료 과금에 들어갔거든?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여기에서 올릴 수 있는 수익을 매월 40억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어. 덕분에 올해 코스닥 상장을 노리는 '카카오게임즈'는 신이 났지.

e스포츠 중계로 재미를 보고 있는 '아프리카TV'와 '스포티비 게임즈'도 배그에 대한 기대가 커. 얼마 전에 '아프리카TV PUBG 리그 시즌 1'을 진행한 '아프리카TV'는 배그 덕에 회사가 성장할 거라고 공언했어. e스포츠의 절대 강자인 OGN 뿐만 아니라 '스포티비 게임즈', '네이버 스포츠' 등도 저마다 배그 리그를 개최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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