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제재 후폭풍..한국기업 덮쳤다

최재원,손동우,이동인 2018. 6. 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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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2.2조 계약 해지, 현대ENG·SK건설도 위태..총 8조 건설수주 날아갈판
값싼 이란원유 20% 축소 검토..정유업계도 직격탄 우려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에 따른 국내 산업 피해가 현실화했다. 2조2000억원 규모 대림산업 공사계약이 무산됐다. 이란 제재가 장기화하면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과 계약을 맺은 5조5000억원대 사업도 추가로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1일 대림산업은 이란 정유회사인 '이스파한(Esfahan Oil Refining Company)'과 지난해 3월 체결한 정유공장 개선 사업 공사 수주 계약을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해지 금액은 2조2334억원이다. 이는 2015년 기준 대림산업 매출액 중 23.48%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이 공사는 이란 이스파한 지역에 가동 중인 정유시설에 추가 설비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대림산업은 설계, 자재 구매, 시공, 금융 조달 주선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계약 발효 전제 조건인 금융약정 체결이 1년이 넘도록 진척되지 못했다"며 "지난달 31일로 약정 체결 완료 기한이 끝나 자동적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림산업은 이번 계약 해지로 인해 기업 실적이나 재무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대림산업 외에도 다른 건설사가 따낸 이란 플랜트 공사 계약도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3월 현대건설과 함께 30억9800만유로(약 3조8000억원) 규모 '사우스파12구역' 가스전 확장 공사를 수주했고, SK건설은 지난해 8월 타브리즈 정유 공장 현대화 사업에 대한 기본 계약을 1조7000억원에 따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초 이란과 계약을 맺었지만 사업 진행을 위한 금융약정 체결에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건설 관계자는 "기본 계약만 맺고 이란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현재 상황이 사실상 어려워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측과 계약만 맺어놓고 사실상 정지 상태"라면서 "제재가 약화되지 않으면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미국의 이란 경제 제재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을 20%가량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유 도입 비용이 증가해 국내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 정유·화학업체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 도입을 선호해왔다. 국내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억4000만배럴에 달했던 이란산 원유 수입 규모를 20% 정도로 줄이는 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측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에 대한 제재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제적 감축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유예 인정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다. 앞서 지난달 8일 이란 핵협정 탈퇴에 서명한 미국은 오는 11월 이란 석유 수입 금지 조치에 들어가고, 이를 어긴 국가에는 '세컨더리(2차) 제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 기름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란산 원유는 타 원유에 비해 배럴당 5~6달러 정도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사들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란발 제재가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면 주요 원료인 나프타가 원유에서 정제되는 만큼 나프타 역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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