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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우리가 몰랐던 역사 속 중국거상 30인

전지현 기자
입력 : 
2018-06-01 15: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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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거상` / 김영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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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파차이(恭喜發財)." 중국인들이 즐기는 새해 인사로 '돈을 많이 버세요'라는 뜻이다. 어쩐지 공산주의 국가와 어울리지 않는 인사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미 2000년 전에 자본주의가 시작됐다. 100년 남짓한 공산주의 역사로는 희석시킬 수 없을 정도로 중국인은 뼛속까지 장사꾼이다.

춘추시대에 지금 산둥반도 바닷가에 위치했던 제나라는 전통적인 중농주의 대신 중상주의를 국가 경제 정책으로 삼아 당시 수많은 제후국 사이에서 일약 강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제나라를 부흥시킨 정치경제학자 관중은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먼저 백성이 부유해져야 한다고 확신했다. 바로 '부민부국(富民富國)' 논리다. 백성들 삶이 넉넉하지 못하면 국가 정책과 정치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중은 정치와 경제를 결합한 최고 통치 방략서 '관자'를 통해 '창고가 차야 예절을 알고(倉庫實而知禮節),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명예와 치욕을 안다(衣食足而知榮辱)'는 명언을 남겼다.

중국 역사 전문가 김영수 저서 '대륙의 거상'은 세계경제를 좌우하는 중국의 실체를 역사와 문화, 전통에서 찾는다. 한자 '상인(商人)'은 중국 역사상 두 번째 왕조였던 '상나라 사람'이란 뜻이다. 그만큼 자본주의 뿌리가 깊다.

사마천 '사기' 중 '화식열전'에 담긴 2100여 년 전 부자 이야기도 흥미롭다. 춘추전국시대 거상들은 날로 팽창하는 자본을 바탕으로 상품 생산은 물론 유통에까지 진출했다. 소금과 철, 식량 등 기본적인 무역에서 시작해 각지 특산품 운반, 보석 등 고가 사치품 매매에서 화폐 주조, 고리대금업에까지 손을 뻗쳤다. 춘추에서 한나라 초기까지 거상 30여 명은 불법이 아니라 사물의 이치를 추측해 이익을 얻었다. 합리적인 경영으로 재산을 늘리고 치밀하지만 점잖게 재산을 지켰다.

최근 중국 대륙을 비롯한 중화권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식과 경제를 모두 거머쥔 유상(儒商)이 모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문 정신에 바탕을 둔 지식으로 무장하고 부의 사회 환원에 힘쓰는 상인에게만 '유상'이라는 영예를 부여한다고 한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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