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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바다 위, 여유 만끽하다

입력 : 2018-06-01 10:00:00 수정 : 2018-05-30 20: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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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히네에서 출발한 크루즈/아이투타키까지 꼬박 하루 항해/푸른 바다 … 구름 한 점 없는 하늘/햇살 아래 일광욕 … 삼삼오오 담소/처음 만난 이들과 어느새 친구
선상에서 승객들은 더할 나위 없이 여유 있어 보인다. 각자가 잡지, 신문, 책들을 들고 수영장 선베드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레스토랑, 강당, 피아노바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온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도시인에게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어제 하루 동안의 여행만으로도 시차를 잊은 듯 깊은 잠에 빠졌다. 다행히 오늘은 하루 종일 바다 위에서 긴 항해를 하는 일정이어서 늦은 아침까지 침대 위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

밤 사이 가벼워진 몸을 일으키고 발코니로 나가보니 푸른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주변의 시야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탓에 하늘과 바다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바다와 하늘이 하나인 듯 단색의 아름다움 속을 향해 크루즈가 조용히 나아가고 있다. 옆 객실 발코니에서 인기척이 들려 쳐다보니 첫날 인사를 나눈 프랑스인 부부이다. 가벼운 아침 인사와 크루즈 신문 ‘라 오라나(la Orana)’ 소식을 몇 마디 나누고 다시 객실로 들어왔다.
소시에테 제도의 타히티와 후아히네를 거친 크루즈는 쿡 제도(Cook Islands)를 향해 바다 위를 나아가고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바다 위에 떠 긴 항해를 할 것이다. 다음날 아침 8시에 쿡 제도의 아이투타키에 도착할 예정이다. 오늘은 육지에 닿지 않은 선상에서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일반적으로 쿡 제도로 가는 방법은 뉴질랜드 항공사인 에어뉴질랜드가 유일하다. 쿡제도의 중심 섬이자 수도인 아라루아가 위치한 라로통가 섬과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 사이에는 한 주에 몇 편씩 비행기가 오간다. 북미에서 출발하면 호놀룰루나 타히티에 들르게 되며 아시아에서는 피지를 경유하게 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하는 정기 크루즈도 있다. 라로통가, 아이투타키, 아티우를 경유한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 외에 쿡제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이번처럼 크루즈를 이용한다. 개인 요트를 이용해 쿡제도에 입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푸른 바다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주변의 시야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탓에 크루즈에서 맞는 풍광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마저 모호하다.
쿡 제도는 오클랜드 북동쪽 3015㎞ 정도, 시드니에서 북동쪽 4985㎞로 남태평양에 위치해 있다. 가장 가까운 이웃도 동쪽으로 타히티, 서쪽으로는 미국령 사모아로 각각 대략 1500㎞ 정도 떨어져 있으니, 넓은 대양을 외롭게 홀로 지키고 있는 셈이다. 소시에테 제도 후아히네에서 출발한 크루즈도 쿡제도의 아이투타키까지 꼬박 하루 이상을 항해해야 한다.

쿡 제도는 뉴질랜드와 자유 연합 관계에 있는 태평양 국가다. 수도는 아바루아이고, 공용어는 영어와 마오리어이다. 폴리네시아의 섬들은 기원전 1500년부터 태평양으로 건너온 최초 개척자들에 의해 점차 개발되기 시작했다. 마오리족의 뉴질랜드 이주는 서기 5세기부터 라로통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런 역사로 뉴질랜드 마오리족과 프랑스 폴리네시아는 문화, 언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석양 아래 크루즈 데크 풍경. 낮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
쿡제도는 1450㎞에 걸쳐 15개의 섬이 남부에 8개, 북부에 7개로 나누어져 있으며 북부에 위치한 라로통가섬의 아바루아가 수도이다. 쿡 제도를 처음 방문한 서양의 항해사는 1595년 스페인의 항해가 알바로 데 멘다냐 데 네이라였다. 그가 푸카푸카섬을 발견한 뒤로 스페인, 러시아, 프랑스 등의 항해사들이 쿡제도 몇몇 섬을 방문했지만 쿡 선장이 1773, 1774, 1777년 3차례에 걸쳐 이 일대를 탐험하면서 쿡제도로 명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영국 군함 ‘바운티호’의 윌리엄 블라이 대령이 라로 통가와 아이투타키를 발견했고 1821년 런던 선교회의 존 윌리엄스가 이 제도에 온 뒤 기독교가 전파되었다고 한다.

1888년 이후 영국 보호령, 1901년 뉴질랜드 해외령이 되었으며, 1965년 현재의 자치정부가 세워졌다. 국방은 뉴질랜드가 관할하고 있지만 국가원수는 영국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이며 쿡 제도의 총독이 행정수반으로 있다. 주민들은 독립보다는 뉴질랜드 내에서 자치를 선택해 입법권과 재정권을 얻었으며 국방 이외에는 대부분을 쿡제도 자치 정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산업은 관광산업이 중심이 되며, 일본으로 참치, 진주, 양식, 파파야 수출 등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13년 2월22일에 수교하였지만 아직도 낯설고 먼 나라이다.

선상에서 승객들은 더할 나위 없이 여유 있어 보인다. 셔틀보트를 타고 나가야 하는 시간 약속이 없어서인지 각자가 잡지, 신문, 책들을 들고 수영장 선베드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레스토랑, 강당, 피아노바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선상 신문에 안내된 시간에 맞추어 오전에는 다음 기항지인 쿡제도의 아이투타키와 라로통가의 문화와 역사 설명을 햇살 내리쬐는 카페에서 듣는다. 폴리네시안 공예품을 만드는 그룹에도 참석해 책갈피와 간단한 액세서리를 만들며 여유를 즐겼다. 부부 또는 연인 동반이 아닌 솔로들을 위한 선장의 점심 초대로 데크 위 레스토랑에서는 웃음꽃이 만발하고 강당에는 멋진 사진 촬영을 위한 전문 강사의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수영장에서 책을 읽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의 강의를 듣기 위해 강당으로 들어섰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어려울 법한 기후 변화에 대한 강의를 재미있게 설명한다.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주제가 무겁게 느껴지기는커녕 궁금증을 일으키며 잊고 살고 있는 환경문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석양 아래 크루즈 데크 풍경. 낮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
크루즈 객실에서 나선 순간부터 다양한 선상 프로그램으로 오히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강당에는 곧 이어 또 다른 강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피아노 바에서 열리는 음악퀴즈에 참석해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즐겼다. 귀에 익숙한 음악이지만 제목은 떠오르지 않아 퀴즈를 잘 맞히지 못했다. 다양한 국적의 많은 승객과 보낸 시간은 또 다른 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저녁식사 레스토랑에서는 폴리네시안 음악과 무용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늦은 밤 남태평양의 별빛들이 그 자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저녁식사 테이블에 차려진 크루즈 저녁 메뉴들. 다양한 요리로 가득하다.

저녁식사 레스토랑에서는 폴리네시안 음악과 무용을 하는 팀의 공연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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