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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 "수동적 캐릭터에서도 뭘 표현할 수 있는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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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예진 "수동적 캐릭터에서도 뭘 표현할 수 있는지 본다"

    [노컷 인터뷰]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윤진아 역 손예진 ②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 역을 맡은 배우 손예진 (사진=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사랑에 빠진 후 한 뼘 성장하는 윤진아 역을 맡은 손예진에게 자주 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멜로 여신'이다.

    국민 첫사랑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 '클래식'을 비롯해 '연애소설',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지금 만나러 갑니다'까지 로맨스를 중심에 놓은 작품에서 그는 늘 실망시키지 않는 연기를 보여줬다. 물론 드라마 '여름향기', '연애시대'를 그의 '레전드' 작품으로 꼽는 팬들도 많다.

    조승우, 조인성, 차태현, 정우성, 배용준, 김주혁, 이민기, 소지섭, 송승헌, 감우성, 김남길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연인 연기를 펼친 손예진. '예쁜 누나'에서는 2014년부터 꾸준히 작품을 찍어 온 4년차 '신예' 정해인과 호흡을 맞췄다. 맑고 부드러운 인상의 두 사람은 연애의 달콤함과 씁쓸함 모두를 섬세하게 표현해 시청자들을 설레게도, 마음 아프게도 했다.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파트너였던 정해인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시간이 갈수록 연기할 때 자세가 진지하고 비장해진다고 털어놓았으며, 작품 안에서 자신이 맡을 캐릭터가 주동적인지 수동적인지가 꽤 중요한 지점이라고 밝혔다.

    (노컷 인터뷰 ① '예쁜 누나' 손예진 "진아는 다 삼키지만, 전 아주 솔직한 편")

    ◇ "정해인,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앞서 '예쁜 누나' 안판석 감독은 클립 영상 3개를 보고 정해인을 캐스팅하겠다고 털어놨다. 손예진도 '그 친구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가 바라본 '예쁜 누나' 서준희 이미지와 정해인이 가진 느낌이 너무 비슷했던 덕이다. 손예진은 "아마 (제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게 아닐까"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렇게까지 잘할 줄 몰랐다. 잘할 거라고 생각했고 잘해줬다"고 말했다.

    "호흡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일단 해인 씨가 너무 빨리 받아들여서… 자기가 생각해 온 연기가 있어도 보통 현장에서 바뀌잖아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라고 한두 번 얘기해도 그것을 바로 바꿔버리는 스타일이더라고요. 그 지점에서 감독님도 저도 되게 놀랐어요. '경력이 그렇게 길지 않은데 어떻게 저렇게 빨리 되지?'라고 생각했죠. "

    극중 윤진아는 서준희와 사랑하며 어떤 것을 배우게 됐을지 묻자 손예진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라는 진아의 대사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가 봤을 때, 윤진아는 항상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면서도 뭔가 충족되지 않았을 테고. 그러나 서준희는 달랐다는 것이다.

    손예진은 "준희는 시킨 것도 아닌데 진아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 주지 않나. 그런 사람이 분명 세상에 있다고 본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억지로 뭘 하지 않아도 서로 맞는 거다. 준희와 진아는 그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아는 그 나이에도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보지 않아 덜 성숙한 여자였던 거다. 근데 준희는 앞뒤, 아니 옆도 안 보고 사랑을 주지 않나. 그것에 감동받은 것 같다. 내가 이만큼 사랑을 줬는데 그만큼 주지 않으니까 서운한, 계산하는 사랑을 했다면 준희한테는 온전히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손예진은 '예쁜 누나'에서 정해인과 연인 연기를 선보였다. (사진=JTBC 제공)

     

    나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은 소심하고 머뭇거리는 윤진아를 용기 내게 했다. 직장 동료가 서준희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려 하자, 테이블 밑으로 서준희의 손을 꼭 잡으며 확실하게 마음을 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윤진아보다 솔직한 편이라고 밝힌 손예진도 연애할 때 이렇게 행동할까. 그는 "손… 아, 못할 것 같다. 뿌리치면 어떡하나"라고 말했고, 그 자리에 있던 취재진은 "누가 뿌리치겠나"라고 입을 모았다.

    손예진은 "(진아는) 많이 위축돼 있고, 스스로 자신감이 그렇게 많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 (준희와 사랑하며) 자기에 대해 더 고민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아는 자신의 감정을 꼭꼭 숨기거나 삼키는 캐릭터였기에, 속내를 드러낸 적이 드물었다고도 부연했다. 진심을 표현한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니, 공철구 차장(이화룡 분)과 밥 먹을 때, 준희 휴대폰에 사랑이 가득 담긴 음성 메시지를 남길 때를 들었다.

    ◇ '예쁜 누나' 이후, 손예진이 배운 것

    '예쁜 누나'에서 설레는 연애를 워낙 훌륭하게 표현한 덕일까. 두 사람은 제작발표회 때부터 실제 연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피할 수 없었다. 손예진은 "어제도 (인터뷰에서) 물어보셔서 안 사귄다고 했다"며 "안 사귀어요!"라고 말해 주변을 빵 터뜨리게 했다.

    그동안 여러 남자 배우들과 연기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진짜 맞대!', '사귀는 거 맞지?' 등의 말도 숱하게 들었다고. 손예진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지점에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걸까?' 하며 같이 나온 사진을 살펴본 적도 있다.

    손예진은 "닮은 느낌이 있어서인 것 같다. 사람을 ABCD 유형으로 나눈다면 우리는 같은 유형의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클래식', '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 상대 배우와의 케미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드라마는) 16부를 매주 보여드리는 거니까 그런 걸 더 크게 느끼셨던 것도 같다"고 밝혔다.

    '예쁜 누나' 윤진아는 서준희보다 4살 연상이었다. 실제 연애할 때도 나이 구애를 받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손예진은 극중 서준희의 진면목이 드러난 장면을 먼저 들었다.

    "가장 판단하기 힘든 극적인 상황에서 판단하는 게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잖아요. 좋을 때 좋은 이야기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거든요. 엄마가 찾아왔을 때 준희는 아주 침착하게 조용히 나와서 엄마를 설득하죠. 여기서 엄마를 보면 누나가 너무 아파하고 다칠 것 같으니 안 왔으면 좋겠다고 한 게 가장 멋있었어요. 그 순간의 준희 선택과 판단이 정말 어른 같았어요. 경찰서, 병원 찾아오고 이런 것보다. 그런 건 나이를 떠나서 사람에 따라 다른 거죠. 나이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어떨 땐 중요한 지점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다 성숙한 게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다 미성숙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보다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예쁜 누나'가 방송되기 전, 역시나 손예진이 출연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개봉했다. 로맨스 장르에 연달아 출연한 셈. 손예진은 "완전히 다른 매체니까 그것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정말 판타지고, 엄마로 나오고 아이와 남편과의 과거도 있다. 하지만 '예쁜 누나' 윤진아는 지극히 제 나이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걱정은 안 했다"고 답했다.

    배우 손예진 (사진=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제공)

     

    손예진은 '예쁜 누나' 윤진아를 연기하면서 어떤 성장을 이뤘느냐는 질문에 찬찬히 생각한 후 답을 내놨다.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아주 많이 넓어진 것 같아요. 하나의 대사를 던져주면 그 대사 안에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보통 배우는 표현하고 싶잖아요. 시청자들에게 감성을 알려드리고 싶거든요. 캐릭터를 되게 많이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데 진아는 표현되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느낌과 향기로 살려야 할 때가 많았죠.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거예요. 배웠다고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아요."

    ◇ 연기할 때 '비장해지는' 손예진의 다음 걸음

    안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의 손예진이 홀로 링 위로 올라가는 복서 무하마드 알리 같다고 표현한 적이 있다. 촬영장에 들어설 때 그는 어떤 마음일지 궁금해졌다.

    "저는 어느 지점에선 '아, 너무 비장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웃음) 덜렁덜렁 걸어가는데. 모르겠어요. 감독님이 그런 얘기를 하실 때 놀라웠어요.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마인드컨트롤할 때 의사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수술 앞두고 손 소독하는 건 어떤 마음일까 하고. 현장은 철저히 외롭고, (거기서) 혼자 싸워야 해요. 이겨내야 하죠. 그 장면과 그 역할에 대해. 항상 그런 마음은 있었어요. 그걸 감독님이 말로 표현하셔서 놀랐어요. 그게 뭔지는 저도 몰랐어요. 연기에 임할 때, 작품 하나하나 할 때, 어떻게 얘기하면 되게 웃긴 얘기지만 목숨 걸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돼요. '열심히 하자!' 이게 아니라 열심히 하게끔 되어요. 그래서 그렇게 얘기하신 것 같고요."

    실재했던 인물인 덕혜옹주를 연기해야 했던 영화 '덕혜옹주' 때부터 이런 마음이 강해졌다. 역사적인 인물의 일생을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다. 새벽 5~6시에 일어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렸다.

    손예진은 "'덕혜옹주'는 어떻게 보면 여름에 맞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 역사 이야기였다. 다 남자 영화 속에서 저 혼자였다. (박)해일 오빠가 정말 든든하게 있어 주긴 했지만, '덕혜옹주'라는 타이틀이 되게 부담스러웠다. 내 것이 안 되면 더 안 만들어지겠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커서 개인적으로 어깨가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본인의 걱정과는 달리 '덕혜옹주'는 559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덕혜옹주 역을 맡은 손예진 연기는 말이 필요 없었다. 점점 영화판에서 유의미한 여성 주인공 혹은 캐릭터조차 찾기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손예진은 꾸준히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 중이다. 타율도 좋은 편이다.

    맨 윗줄 왼쪽부터 '클래식' 주희, '내 머리 속의 지우개' 김수진, '외출' 한서영, 두번째 줄 왼쪽부터 '아내가 결혼했다' 주인아, '백야행: 하얀 어둠 속을 걷다' 유미호,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여월, 맨 아랫줄 왼쪽부터 '비밀은 없다' 김연홍, '덕혜옹주' 덕혜,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수아 (사진=각 배급사 제공)

     

    손예진은 "항상 우리는 잘 됐다, 안 됐다고 평가받는 직업인데 '운이 좋게도' (저는) 잘 됐다는 결과가 나온 거다. 이건 제 의지가 아니"라며 "시나리오 선택 잘 한다고 얘기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아직) 하지 않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항상 꿈꿔왔다. 이 작품이 잘 되겠다 안 되겠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작품이) 잘 될지를 알면 너무 좋을 것이다. 근데 절대 알 수 없고, 저는 운이 되게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아직 해 보지 않은, 그러나 마음이 가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기에,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연애소설'(2002)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무방비도시'(2007), '오싹한 연애'(2011), '공범'(2013), '지금 만나러 갑니다'(2018)는 각 감독의 첫 연출작이었다. '입봉 전문 배우'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손예진은 "아는 분들은 뭔가 검증이 돼 있으니 훨씬 좋다. 근데 제 첫 번째 기준은 시나리오다. 시나리오가 재밌는 신인 감독이 정말 많았다"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검증된 상황에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더라. 결국 제일 처음 선택하는 건 시나리오가 되더라"고 밝혔다.

    그가 시나리오를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해 보지 않은 것'인지다. 똑같은 장르였다 해도 표현해 보지 않은 캐릭터를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작품이든 손익분기점은 넘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결국은 마음 문을 여는 건 '작품' 그 자체다. 캐릭터가 얼마나 능동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주체적인 캐릭터. 그 지점은 되게 저한테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이 시나리오 안에서 이 캐릭터가 주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어디까지 주동적이고 수동적인지, 수동적 캐릭터 안에서도 얼마만큼 표현할 수 있는지가 너무 중요해요. 영화 '협상'에서 주체적이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자 경찰 역을 맡았는데, 이런 여자 역할은 별로 없어요. 그런 작품을 만났을 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비중을 떠나서 모든 역할이 중요하지만, 이 캐릭터가 이 작품에 어디까지 영향을 끼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단지 그것만으로 선택할 수는 없죠. 다만 지금까지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주체성이) 중요했던 지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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